이번 이야기는 참 난감합니다. 해전용어도 낯선데 프랑스 발음까지 겹치니... 트라팔가 해전을 마치는대로 잠시 육지로 도망갈 생각입니다.
클릭해서 큰 그림으로 전함의 대략적인 위치를 먼저 파악해주면 이야기를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넵튠(포세이돈의로마식 이름)은 아무래도 여러 나라에 았을 법한 이름이죠.
빅토리는 뷔상토르의 뒤를 지나면서 68파운드 카로네이드Carronade (사진참조)를 발사해 뷔상토르 갑판에 포탄 한 발과 500발의 머스킷 총탄을 뿌렸다. 그리고 선측 포갑판이 일제사격을
퍼부어서 뷔상토르의 선원 200명을 죽이고 20문의 대포를
침묵시켰다. 프랑스 기함의 비극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5척의
영국전함이 일제사격을 퍼부어서 선체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돛대를 부러뜨렸다.
카로네이드는 근거리 대구경포로 수 백발의 소총탄을 산탄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치명적인 무기였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뷔상토르의 모습입니다.
프랑스함대는 뷔상토르를 구원하려고 급히 움직였다. 84문의 넵튠Neptune이 빅토리에게 일제사격을 퍼부어 앞돛대와 선수사장(배 선수의 돛대모양을 돌출물)을 부수고 74문의 르두타블Redoubtable의 해병은 빅토리에 올라탈 준비를 갖췄다.
빅토리가 르두타블을 들이받으면서 엉켰고 프랑스 해병은 빅토리 상갑판의 영국선원을 죽여 빅토리를
제압하려고 했다. 빅토리 포수가 르두타블에 포탄을 쏘아대는 동안, 프랑스
저격수와 척탄병은 돛대 위에 올라가 빅토리 상갑판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에 총탄세례를 퍼부었다.
빅토리호가 프랑스의 3척을 상대하는 모습입니다. 가장 왼쪽이 넵튠이고 가장 오른쪽이 뷔상토르입니다.
더 많은 전함이 합류하면서 중앙전투가 치열해졌다. 98문의
영국 테메레르Temeraire가 빅토리 뒤에서 프랑스전함의 합류를 막다가 넵튠의 일제포격을 받고 주돛대의
위가 부러졌다. 테메레르는 피해를 무릅쓰고 빅토리 반대편인 르두타블의 우현으로 돌아 일제포격으로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더 많은 전함이 합류하면서 중앙전투가 치열해졌다. 98문의
영국 테메레르Temeraire가 빅토리 뒤에서 프랑스전함의 합류를 막다가 넵튠의 일제포격을 받고 주돛대의
위가 부러졌다. 테메레르는 피해를 무릅쓰고 빅토리 반대편인 르두타블의 우현으로 돌아 일제포격으로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전함들이 바람불어가는 쪽으로 밀려가다가 테메레르가 푸그외를 들이 받았고 전열함 4척이 한꺼번에 얽히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오후 1시 25분, 르두타블의 뒷돛대 위에 있던 저격수가 쏜 총탄이 넬슨의 가슴에 박혔다. 그는 여전히 후디와 함께 후갑판에 있던 중이었다.
하디가 "경이 다치지 않았기만을 바랍니다"라고 소리질렀다.
넬슨을 숨을 헐떡이며 "결국 그들이 나를 잡았군"이라고 대답했다.
"안됩니다!"
"내 등뼈를 뚫었소,”
하디는 넬슨을 낮은 갑판으로 옮겨 포격과 총격에서 보호했다.
상갑판에서는 프랑스 해병에 밀린 빅토리 선원이 후갑판의 12파운드 포들을 포기하고 아래로 피신했고 르두타블 함장 루카스Lucas는 병사들에게 빅토리로 넘어가라고 명령했다. 그렇지만 빅토리는 르두타블보다 더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었고 영국해병과 선원이 반격하는데 성공했다.
루카스는 테메레르에 올라타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테레메르는 계속 일제포격을 퍼부어서 르두타블과 푸그외의 항복을 받아냈다. 그렇지만 테메레르와 빅토리도 르두타블에게 당한 피해가 워낙 커서 트라팔가의 후반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테메레르가 제 때에 뛰어들어 르두타블에게 포격을 퍼붓지 않았다면 빅토리는 프랑스 해병의 손에 노획 당했거나 격침되었을 겁니다. 르두타블 함장 루카스는 빅토리호 노획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빅토리 우현에서 본 트라팔가 전투장면입니다.
넬슨의 중상 때문에 아무래도 빅토리호에 이야기가 집중되기 마련이고 마치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것처럼 오해하기 쉽지만 바람 불어가는 쪽에 있었던 다른 종대, 특히 선봉에 섰던 로얄 소브린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로얄 소브린은 격전 끝에 산타 아나를 간신히 제압했지만 그 뒤를 바짝 따랐던 벨아일Belleisle과 마스Mars는 오후 12시 15분 경에 푸그외와 74문 플루톤Pluton의 집중포격을 받았다.
녹색이 빅토리 종대의 피해, 회색이 로얄 소브린 종대의 피해입니다. 중앙부터 후미를 맡았던 (카디즈 출항 시에는 중앙부터 선봉) 로얄 소브린 함대의 피해가 훨씬 심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포격전은 배를 침몰시킬 정도의 위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어도 몇 시간 정도 전열에서 이탈했다가 급히 보수하고 다시 참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원이나 대포의 피해가 더 결정적일 수 있습니다.
(시간을 좀 더 앞으로 돌려서 다른 종대의 전투장면입니다.) 콜링우드는 산타 아나에 대해 “스페인의 결정체였다. 마치 성처럼 로얄 소브린에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로얄 소브린은 산타 아나의 선미를 통과하면서 좌현의 포문을 열고 일제포격을 가해 산타 아나의 14문을 부수고 100명 가까이 죽였다.
74문의 벨아일이 산타 아나의 반대편에 다시 한번 일제포격을 퍼부었다. 로얄 소브린은 산타 아나의 바람 불어가는 쪽에 자리잡고 2시간 가까이 공격을 했고 결국 산타 아나의 항복을 받아냈다.
윌리암 하굿William Hargood이 지휘하는
벨아일이 근접전에 합류했다. 벨아일이 통과하려고 할 때에 푸그외가 중간을 들이받았다. 푸그외의 선수장판이 벨아일의 후갑판을 긁어댈 정도로 붙었고 두 전함은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히려고 맹렬한 포격을
가했다.
벨아일이 푸그외와 격전을 벌이는 동안, 연합함대 전함 6척이 벨아일에게 포격을 퍼부었다. 벨아일은 돛대 3개가 모두 부러졌고 푸그외는 2개의 돛대를 잃은 후에 벨아일의 공격에서 벗어났다. 그대로 있었다면 벨아일은 항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하굿과 선원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고 다른 영국전함의 구원을 받을 때까지 버텨냈다.
그 다음으로 포격전에 뛰어들었던 마르스가 산타 아나와 플루톤의 포격을 받았다. 마르스도 20분 정도 플루톤과 포탄을 주고 받았는데 플루톤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마르스를 무자비하게 두들겼다.
이 순간에 푸그외도 마르스를 노리기 시작했다. 마르스는 3척의 포격을 받아내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후갑판에서 포격을 지시하던 선장은 푸그외의 포탄에 큰 부상을 입었다.
오후 1시에 80문의 영국전함 톤넌트Tonnant가 합류하면서 전세가 뒤바뀌었다. 먼저 톤넌트는 일제포격을 아주 정확하게 명중시켜 모나르카Monarca를 침묵시켰다. 그리고는 프랑스 샤를 마공Charles Magon 중장의 알헤시라스Algesiras와 싸움을 벌였다.
마공은 등선육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톤넌트와 충돌했다. 그 순간, 포도탄과 총탄으로 가득 찬 톤넌트의 카로네이드포가 알헤시라스의 갑판을 쓸어버렸다. 한 시간 동안 공격과 수비를 주고 받던 끝에 톤넌트의 60명이 알헤시라스에 오르는데 성공했고 곧바로 배 전체를 장악했다. 마공은 가슴에 총탄을 맞고 이미 죽어 있었다.
콜링우드의 함대는 4개 그룹으로 나뉘어 3개 그룹으로 토막난 연합함대 후미를 공격했다. 두 번째 그룹은 74문의 벨러로폰Bellerophon이 선두에 섰는데 처음에는 손쉽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역시 위기를 맞이했다.
벨러로폰이 연합함대를 통과하면서 5척의 포격을 받았고, 74문의 프랑스 아이글Aigle을 들이받자, 총탄과 수류탄이 쏟아졌다. 수류탄 한 발이 벨러로폰의 창고에 굴러들어가 문을 부쉈지만 다행히도 탄약고 문은 건들이지 않았다. 74문의 디파이언스Defiance가 도우러 달려오면서 아이글이 항복했다.
3번째와 4번째 그룹은 정찰함대의 앞과 뒤를 노렸다. 98문의 프린스Prince가 그라비나의 프린시페 데 아우스트라이스Principe de Austurias를 항복직전까지 몰아붙여 대전과를 올릴 뻔 했지만 74문의 산 후스토San Justo와 넵튠이 구원에 나서면서 대어를 놓쳤다.
넬슨이 공격할 당시에 연합함대 선봉(카디즈를 출발했을 때에는 후위)을 이끌었던 뒤마누아르가 전투가 시작되자 마자 바로 반전해서 응원에 나섰다면 연합함대의 중앙과 후위는 살아날 수도 있었다.
빌뇌브는 그에게 두 번이나 전투에 합류하라고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 첫 번째 요청은 교전이 시작되자 마자 보냈고 두 번째는 한 시간 후인 오후 1시에 보냈다. 뒤마누아르는 자신의 함대 7척과 전투에 합류하지 못한 에로Heros, 산 아우구스틴San Augustin, 앙트레피드Intrepide 3척까지 모두 10척을 지휘하고 있었다. 뒤마누아르는 2시간이나 지난 후에야 연합함대의 위기를 보고 함대에 반전하라고 명령했다.
74문의 앙트레피드와 74문의 산 아우구스틴, 2척만이 뷔상토르와 산티시마 트리니다드를 구원하러 격전에 뛰어들었다. 빅토리에 타고 있던 하디는 뒤마누아르 함대의 움직임을 보고 여유가 있는 모든 전함에게 대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앙트레피드는 하디의 명령을 받은 7척의 일제포격을 받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오리온Orion이 우현을 잡고 맹렬한 포격을 가한 후에 반격을 피했다. 앙트레피드는 2시간 동안 버틴 끝에 오후 5시 30분에 항복했다.
산 아우구스틴도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74문의 레비아탄Leviathan이 산 아우구스틴의 접근을 가로 막았고 두 배가 엉키자마자 레비아탄의 카로네이드포가 갑판에 있던 스페인 선원과 병사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레비아탄의 해병은 세 번째 시도에서 산 아우구스틴에 올라타는데 성공해 노획했다.
넬슨은 부상을 입은 후에 후갑판에서 아래 갑판으로 옮겨졌다. 의사 비애티Beatty는 돛으로 만든 침대에 눕히고 상처를 검사했다. 등 뒤에는 상처가 없는 것을 본 그는 등뼈에 총알이 박혔다고 생각했다.
의사와 다른 부관이 넬슨에게 3시간 동안 전투상황을 계속 알려주었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오후 4시에 하디가 찾아오자 넬슨은 “신이여 감사합니다. 제 임무를 다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넬슨은 30분 후에 숨을 거뒀다.
넬슨이 숨을 거두던 순간에 전투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연합함대 대부분은 영국해군에게 항복하거나 황급히 남북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기함 뷔상토르는 오후 4시 30분에 항복했고 산티시마 트리니다드도 몇 분 후에 항복했다.
그라비나는 중상을 입은 채로 11척을 이끌고 카디스로 달아났고 뒤마누아루는 4척을 이끌고 남쪽으로 달아났다. 프랑스 8척과 스페인 9척, 총 17척의 전함이 항복했다. 오후 5시 30분에 74문의 프랑스 아킬레Achille가 화염에 휩싸여 폭발하면서 트라팔가 해전이 완전히 끝났다.
넬슨의 사망 후에 지휘를 맡은 콜링우드는 노획한 연합함대 전함을 지브랄타로 견인하라고 명령했다. 그렇지만 이튿날부터 끔찍한 태풍이 6일 동안이나 불어왔고 결국에는 자력으로 항해할 수 없는 전함을 모두 포기해야만 했다. 연합함대 전함은 침몰하거나 불타거나 좌초되었다.
전투에서 큰 손상을 입지 않은 영국전함은 무사히 지브랄타로 귀항할 수 있었다.
적색이 스페인, 청색이 프랑스 전함의 피해정도입니다.
영국해군의 손실은 450명 전사, 1,240명 부상이 전부였던 반면에 프랑스는 3,650명 사상 그리고 스페인은 2,000명 사상의 큰 피해를 입었다. 트라팔가 해전에서는 넬슨뿐만 아니라 연합함대의 제독급 지휘관 절반이 즉사 또는 부상으로 사망했다. 알라바Alava, 그라비나와 마공이 전사했고 뒤마누아르와 빌뇌브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나폴레옹의 거대한 연합함대는 넬슨과 자연 앞에 무기력했다. 전투 후에 불어 닥친 태풍은 나폴레옹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다. 나폴레옹의 영국침공과 대양장악의 꿈은 완전히 사라졌다.
넬슨의 시신은 브랜디통에 담겨 보관되었다가, 넬슨이 나일 전투에서 격파했던 프랑스 전함의 나무로 만든 관에 옮겨졌다. 빌뇌브는 6개월 동안 영국에 수감되었다가 1806년에 프랑스로 송환되었는데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나폴레옹은 그가 처벌을 피하려고 자살했다고 주장했지만 몸에서 6군데의 자상이 발견되어 자살을 위장한 타살이 분명하며 그 배후로는 나폴레옹이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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