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람에게 고마운 것이... 안사람과 한창 데이트할 때에 플라모델링 오타쿠였습니다. 요즘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성의 취미가 피규어나 게임이라고 하던데, 저는 비교도 안되었죠. 플라모델링 연식이 좀 되는 분은 죽돌이라는 말을 알 겁니다. 플라모델링 가게에 시간만 나면 모여 앉아서 죽치고 있는 것입니다. 새 제품이 안나와도 조립이나 도색을 하지 않아도 그냥 무슨 골방처럼 모이는 겁니다.
처음에는 데이트 만남 장소로 가게를 정했었는데 보통 2~3시간 씩 안나오니까 나중에는 아예 근처도 안가려고 하더군요. 너무 당연하지만요. 그리고 플라모델러들의 고질병인 사재기도 너무 심해서 쌓아 놓을 곳이 없어서 미래의 처가집 옥상 창고에 넣어둘 정도였습니다. 아마 대학 졸업, 대학원 그리고 이사 몇 번 하면서 모두 방출한 40 초반까지 사재기로 쓴 돈이 1,000만원은 가볍게 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도 2~30개는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만은 꼭 가지고 가자 하는 것들이죠.
안사람이 지금도 잔소리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재기하는 돈으로 자신에게 고기라도 먹여봤냐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10년 동안의 데이트 기간 중에 돈까스말고 고기 (스테이크 포함)를 단 한 번도 안 먹었군요. 주로 라면, 자장면, 김밥, 볶음밥, 떡볶이 등이군요... ㅡ.ㅡ
지금은 더 이상 구입하지 않지만 그래도 플라모델 신제품 소식을 즐겨보고 지나는 길에 타미야 매장 등이 있으면 들르게 됩니다.
실물을 정확한 비율로 재현한다는 스케일(Scale) 모델이 정확한 명칭인 플라모델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이제 팔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나왔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제품이 있습니다. 도저히 팔릴 것 같지 않은 초 마이너 제품은 레진 캐스트라는 방식으로 고가로 한정 생산하고 우리가 아는 인젝션 플라모델은 잘 팔리는 제품만 대량생산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동구권과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무한한 인력과 자금을 동원하면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초 마이너 제품이 플라모델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바로 이 제품입니다.
홍콩의 드래곤과 대만의 AFV-CLUB이 유명했지만 이제는 상당한 고가제품만 생산하고 있고, 중국의 MENG과 PANDA가 저렴한 제품 그리고 눈길을 모을, 한 번도 상품화되지 않은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늘의 화두가 될 러시아 초중전차 오브젝트 279입니다.
러시아는 테스트 프로젝트에 오브젝트(Object)와 번호를 붙였는데 오브젝트 279도 시험작만 생산하고 양산은 하지 않은 괴물전차입니다.
실물은 쿠빙카 전차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로 괴물 전차이냐 하면...
Weight | 60 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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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gth | 6,770 mm |
length | 11,085 mm (포신 포함) |
Width | 3,400 mm |
Height | 2,639 mm |
Crew | 4 Driver Loader Gunner Commander |
Armor | 319 mm - 217 mm (포탑) (at 30° - 50° from vertical) 269 mm - 93 mm (차체 윗면) (at 45° - 75° from vertical) 258 mm - 121 mm (차체 아랫면) (at 45° - 70° from vertical) 182 mm - 100 mm (차체 옆면) (at 45° - 65° from vertical) |
주무장 | 130 mm M-65 rifled gun L/60 (40 발) |
Secondary armament | 14.5 x 114 mm KPVT 동축기관총 (800 발) |
Engine | 2DG-8M diesel engine 1000 hp |
작전범위 | 300 km |
Speed | 55 km/h |
2차대전 당시와 비교하기에는 그렇지만 우리가 가장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독일의 쾨니히스 티거(68톤)보다 가벼웠지만 장갑은 2배 정도 두터웠고 무장은 훨씬 강력했습니다.
마우스의 240mm 장갑과 비교해도 장갑은 훨씬 두터웠습니다.
오브젝트 279가 실제로 양산되었다면 아주 재미있었을텐데, 3가지 이유때문에 시제품에서 전시장으로 직행하게 되었습니다.
1. 지도부가 훨씬 가볍고 더 강력한 미사일 발사형 전차를 선호했음.
2. 러시아 또는 적대국의 도로와 교량 중에 60톤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은 곳이 많지 않았음.
3. 초중전차가 태생적으로 가지는 부품결함과 손상이 심각했음.
그나마 실제 주행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위의 전차는 미사일 발사전용 IT-1인데 장탄수도 적고 미사일 가이드 장치가 520kg이나 되어서 결국 전차 회수용으로 전용되었다고 합니다. 실제 사용 동영상을 보시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그렇지만 전장에서 시계가 너무 나쁘다는 평가에 따라 마찬가지로 폐기되었습니다. 물론 그 기술이나 디자인 등은 다른 전차와 장갑차에 사용되었죠.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우에는 오브젝트라는 프로젝트 명을 버리고 T가 붙게 됩니다. 그래서 비슷한 전차에 오브젝트와 T 방식의 이름이 뒤섞이는 것입니다.
대규모 전차전을 핵으로 제압한다는 우려가 깊어지면서 다시 전차가 무거워지고 핵에 대한 방어력도 갖추게 됩니다. 오브젝트 770전차입니다. T-62와 많이 닮았죠?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독일의 영향 그리고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초중전차에 대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우선 천조국 미국도 양산에 포기한 T-28 초중전차입니다. 1947년 당시에 95톤이니 할 말 다했죠. 이 전차는 에버딘 전차박물관에서 제가 직접 봤습니다.
T-28의 주행장면입니다.
영국의 토토이즈 Tortoise 중전차입니다. 역시 전차 못 만드는 영국다운 디자인인데 그래도 대전기간 중에 만들었습니다. 1944년 제작이고 75톤의 중량 그리고 전면장갑 240mm, 94mm 포를 무장했습니다.
이 전차는 보빙턴(영국) 전차박물관http://www.tankmuseum.org/ixbin/indexplus?record=ART3302&_IXMENU_=top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세계 4대 전차박물관으로 쿠빙카(러시아) http://www.tankmuseum.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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