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자동차 전문기자를 통해 많은 차를 시승해볼 수 있는데 보통은 마다합니다. 하루 정도에 그 차가 가진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조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차와 시승 중의 사고위험 스트레스도 즐겁지 않기때문입니다.
인피니티의 칼같이 정확하게 재주는 후방 카메라 각도덕분에 제 주차실력은 엉망인데, 후방카메라가 없는 A6를 덥썩 받아왔을 때에는 주차장에만 넣어두었다가 강남으로 반납할 때에만 탔을 정도로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오래간만에 시내주행에서도 주차에서도 가지고 나가고 싶은 차를 만났습니다. 요즘 광고를 시작한 닛산 쥬크입니다.
제 개인적인 평가로는 광고 그대로입니다. 외양에 꽂히고, 성능에 끌리고, 쥬크에 반하게 됩니다.
닛산에서 꽂힌다는 외양은 물론 호불호가 상당히 심하게 갈립니다. 저처럼 (나이에 안맞게) 파격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사진만 보고도 끌립니다.
그리고 실물로 보면 그래도 '실물이 낫네'하는 평이 더 많아집니다. 그만큼 억울하게 사진빨을 안받는 차입니다.
사진을 예쁘게 찍은 자신이 없어서 그냥 웹에서 가져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저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안사람은 대번에 '차 예쁘네!'하면서 반기더군요.
반대로 얼마 안 있으면 출시될 QM3는 사진빨을 잘 받는 차입니다. 쥬크와 달리 실물을 보고 실망하는 분들이 많아집니다. 저도 기대가 컸었는데, 실물을 보고 무척 실망했었습니다.
쥬크는 차 정면을 보면 근육질 울퉁불퉁 개구리 왕자님이기 때문에 '차가 상당히 크네?'라고 했다가 옆으로 잠시 돌아가면 '에게~'하는 CUV입니다. 운전석에 앉을 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싣거나 주차를 시키면 '차가 작네?'하고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승차정원 5명을 태울거라면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을 뒤에 태우면 됩니다. 쥬크가 잘 맞는 사람은 솔로나 신혼부부 또는 세컨트 카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닛산이 끌린다는 성능을 볼까요? CVT 변속기인데도 변속(가속)이 꽤 빨리 됩니다. 퇴근길 막히는 구간에서만 운전했기 때문에 장거리 고속까지는 어렵겠지만... 예상은 120km 이내에서는 폭발적인 몸놀림을 자랑하지만 130km 이상에는 힘에 겨워할 것이 분명합니다.
130km에서 폭발적인 힘으로 꾸준히 밀어주는 성능은 CUV에게 무리한 요구죠. 그런 성능을 바란다면 다른 차를 알아봐야겠죠?
쥬크는 초중속에서는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정도로 밀어주는 힘과 반응성이 참 좋습니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도심에서 칼질을 즐기는 난폭 운전자에게 딱 맞는 차라고 할 정도입니다.
핸들링은 상당히 가볍습니다. 여성에게 아주 적합한 핸들링입니다. 왕눈이 개구리답게 사이드 미러가 큼직하고 전면창도 시원해서 가시성이 매우 좋습니다.
인테리어는 아래 사진처럼 감각적인 주문을 하지 않으면 많이 심심한 편입니다.
이 정도의 차에게 럭셔리한 인테리어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입니다만 현기차에 비해서는 편의사양이 부족합니다. 편의사양에 따라 2,690만원과 2,890만원으로 나뉘어집니다.
제가 시승한 차는 2900만원 트림이었는데, 선루프, 후방카메라, 네비게이션 기타 등등이 있고 하위 트림은 부족함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상위 트림도 직물시트인데, 저는 좋더군요. 일부러 가죽으로 바꿀 정도는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하도 직물시트 평을 안좋게 하기에 오래 전 아반테의 그런 직물시트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네비게이션 매립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매립된 네비의 메뉴가 아래에 몰려 있는데 턱이 있어서 10번 누르면 5번은 오작동을 하게 됩니다. 차라리 거치대로 따로 다는 것이 훨씬 편할 겁니다.
후방카메라는 후방을 시원하게 보여주지만, 바퀴방향에 따른 각도변경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바퀴가 아니라 차체방향만 보여줍니다. 훨씬 고가의 차도 후방카메라가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 큰 불만은 아닙니다.
인테리어는 QM3보다는 훨씬 나아보입니다.
'쥬크 시승에 왠 QM3?' 하실텐데...
용도, 성능, 가격에서 모두 QM3와 비교되기 때문입니다. 출시시기조차 묘하게 겹쳐서 친인척의 집안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QM3 기본트림이 2,500만원대 이하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쥬크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겁니다. 쥬크도 좀 지나면 기본할인이 있겠죠. 달리기 성능(직선주행뿐만 아니라 핸들링과 브레이킹 등)은 쥬크가 QM3나 트랙스보다 한 등급 위로 보입니다. QM3가 아직 출시전이라 단언할 수 없지만요.
마침 하루에 쥬크와 소울을 모두 시승한 기자를 만났기에 소울과 비교해서 물어봤더니 "비교가 안되죠. 그런데 가격때문에 별로 안팔릴거예요"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초반 가속력이나 운동성이 워낙 좋기 때문에 감각적인 도심용 UV를 찾으시는 분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시내에서는 언덕에서도 힘이 넘칩니다. 제 인피니티도 변속하기 까지 좀 답답한 긴 경사로를 아무런 변속충격없이 시원하게 밀고 올라갑니다. 가볍지만 정교한 핸들링, 폭발적인 초반 응답성, 개성넘치는 외양을 감안하면 여성분에게는 무난한 대안이 될 겁니다.
3년 전 일본에서 처음보고 반했던 차인지라, 한국에도 출시되면 안사람에게 사준다고 마음먹었었는데... 지금은 돈이 없어서 그냥 시승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
안사람의 느낌을 물었더니 이러더군요. "차가 예쁘고 날렵하네. 그런데 묵직한 맛은 확실히 우리 차가 좋아. 승차감도 우리 차가 훨씬 좋고"
아니! 이 아줌마야! 인피니티와 비교하면 어떻게 하니. 그래도 내년이면 50인 아줌마가 한 번에 '차 괜찮은데'라는 평을 할 정도이니까 2~30대 젊은 분들에게는 가격만 적당하다면 잘 어울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