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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2차대전

지옥에서 쓴 일기 - 한스 로스의 동부전선 일기 (2부)

by uesgi2003 2015. 9. 30.


오래간만에 2차대전 동부전선 이야기를 정리해봅니다. 2차대전 동부전선 기록은 일반 역사학자부터 군집단 사령관과 일반병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남겼는데, 특히 한스 로스Hans Roth는 일반 보병으로 폴란드침공부터 스탈린그라드 참패 후 쿠르스크 참패 직전까지 일기형식으로 귀중한 자료를 남겼습니다.



독일육군 6299보병사단 대전차대대 일병으로 전쟁을 시작한 그는 나중에 상사로 진급했는데, 6군 대부분이 스탈린그라드에서 전멸한 반면에 299사단은 소련군 공격범위 밖에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아 이탈리아, 헝가리, 루마니아군의 퇴각행렬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제2 기갑군으로 편입되어 쿠르스크 참패에서도 살아남았다가 1944년 6월 중앙군집단 35만 명이 전멸한 소련의 대공세에서 실종되었습니다. 그는 1944년 6월까지 전선의 상황을 기록에 남겼지만 실종과 함께 사라졌고 쿠르스크 작전 직전인 1943년 5월까지만 가족에게 전달되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스탈린그라드 참패 후부터 일기 마지막 부분까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943115.

오늘아침 하늘은 맑았고 기온은 영하 30도 부근이었다. 습지에는 흰 안개가 덮여 있었다. 방광이 작은 전우 헤르베르트가 새벽에 방을 나서더니 하얗게 질려 소리를 지르며 다시 들어왔다.

러시아 전차닷! 나는 바로 일어나서 거리로 뛰어나갔다. 전차 구르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더니 곧바로 폭발음이 들렸다. 젠장, 개자식들이 바로 옆인 모양이었다. 정원을 이리 저리 밀어내며 반대편에 나타났다. 멈춰서 쏘고는 시내중심으로 굴러갔다.

10, 15, 18, 20대의 T-34KV-1이 다리에 접근했다. 보병이 내리고 산개했다. 근거리의 6대는 우리를 못 본채로 철도역으로 계속 움직였다. 개자식들이 우리 부대를 토막내게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중화기나 폭약이 없었고 시내에는 병력도 거의 없었다. 일부를 손수레에 던져 넣고 건물을 따라 주도로로 천천히 움직였다. 위에는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스투카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러시아 전차를 사냥한 덕분에 우리는 적군 개자식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걸려 포위망을 벗어났다. 불타는 로소슈Rossosh를 뒤로 남겨두고 마지막 전차포 한 발이 날아들었지만 탈출했다!



로소슈 위치입니다. 역사, 특히 전사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지도가 반드시 필요한데,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로소슈의 경우에도 한스 로스의 원래 기록, 러시아 지명과 영어식 발음이 모두 다릅니다. 확인될 때에는 러시아 지명을 따르고 있습니다.

 

동부전선 병사면 누구나 혹독한 러시아 겨울을 잘 안다. 혼란과 공포 투성이다. 도로에는 유기, 고장, 격파된 전차와 차량이 널려 있다. 러시아군의 포격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보급품은 불타고 있다. 눈 덮인 참호에서 오랜 동안 대기하며 동상에 걸린다. 의무병이나 약이 없다보니 작은 상처도 심각해질 수 있다. 도움을 바라지 말고 알아서 살아야 한다. 약자는 도랑이나 눈보라 속에서 죽는다.

 

공포에 질린 10~20명이 트럭 양옆에 매달려가며 죽어가고 있었다. 몇몇은 장갑을 잃어버려 손가락이 얼어붙었다. 기력을 잃고 밖으로 떨어지면 뒤따르던 트럭에 치어 죽었다. 애원하고 울고 저주하고 소리지르고... 어느 누구도 평생동안 이런 비참한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다.

 

끔찍한 일이 결국 일어났다. 북쪽의 헝가리군이 후퇴하고 있다. 아니, 군전체가 마구 달아나고 있다고 해야겠지. 니콜라옙카Nikolayevka! 수백 개의 불덩이가 밤을 밝혔다. 폭탄이 계속 털어졌다. 폭발, 건물붕괴, 차량의 화재폭발, 부상병의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공포에 질린 말들이 가리지 않고 밟아대며 불타는 거리를 질주했다.



이탈리아 8군 산악군단이 스탈린그라드 참패 후에 볼고그라드까지 퇴각한 경로로 한스 로스도 함께 했습니다. 





한스 로스의 부대는 다행히도 소련군의 스탈린그라드 대반격 범위 밖에 있었고 붉은 선을 따라 이탈리아군과 함께 벨고그라드까지 퇴각했지만 히틀러의 멍청한 명령을 그대로 지켜 스탈린그라드 일대에서 버텼던 독일 정예군, 이탈리아. 헝가리와 루마니아군 85만 명은 그대로 전멸했습니다. 

히틀러와 대립각을 세웠던 명장 만슈타인의 반격으로 남부전선의 붕괴를 막고 전선을 고착화시키지만 히틀러의 망상으로 다시 한 번 쿠르스크에서 모든 전력을 소모시키고 중앙전선이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어디로 가야 하지? 후퇴행렬을 따라 발니키로 가야 하나? 아니면 전선에서 가까운 부제니즈마을로 돌아가야 하나? 최선을 다해 전우들에게 전선으로 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러시아 전차가 전선 모두를 돌파했다. 부제니즈 너머를 아주 잘 아는데 너무나도 중요한 지역이었다. 이튿날 아침 러시아 전차가 발니키 부근의 후송행렬을 공격해서 큰 피해를 입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이여 도와주소서!

 

부제니스도 함락되었다! 발니키도 함락되었다! 볼로코놉카Volokonovka로 후퇴했다. 볼로코놉카도 러시아 전차와의 짧은 교전 후에 포기했다! 탈출-후퇴-절망.

 

탈진한 상태로 벨고로드Belgorod에 도착했다. 3개월 전만 해도 누군가 벨고로드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다들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내 앞에서 최전선이 여기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면 온 몸의 뼈를 마디 마디 부러트렸을 것이다.

 

1년 전으로 돌아갔다. 여름 내내 많은 피를 흘린 희생이 수포로 돌아갔다. 신께서 인내할 힘을 주시고 나약해지지 않게 지켜주신다.

 

쿠르스크Kursk

쿠르스크에 도착했다. 군사령부는 마지막 중포와 수송차를 최대한 빨리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나머지 병력과 철도역에서 휴가대기 중이던 병사를 모아 2개 중대를 편성했다. 보로네슈Voronezh가 함락되었고 사로키이도 얼마 못 갈 판이었다. 적군은 눈사태처럼 서쪽으로 마구 밀어닥치고 있다. 쿠르스크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끔 오래전 전우가 여기까지 살아 돌아오곤 한다. 창백한 얼굴은 공포와 깊은 좌절로 일그러져있다. 끔찍한 경험을 이야기해주는데, 하인츠는 러시아 전차의 병원열차 공격을 알려주었다. 파르티잔이 철교를 폭파했는데 부상병이 가득 실린 두 칸이 철로에 멈추는 순간 러시아 전차가 열차에 포탄을 퍼부었다. 사격연습이나 마찬가지였다. 30분 만에 철로에는 연기를 내뿜는 잔해만 남았다. 마지막 비명도 신음소리도 사라졌다. 요즘 이렇게 최후를 맞이하는 전우가 수 천 명이다.


 

적군이 오렐Orel로 향하는 교통로 포니리Ponyri에 접근했다. 이제 쿠르스크도 위험해졌다. 사령부는 도시방어를 명령하지만 장교부터 사병까지 방법이 없고 너무 늦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 사단, 수십만 명의 병사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우리는 41일 동안 조금도 쉬지 못하고 지옥전선에서 밤낮으로 싸우며 고통을 겪고 있는데 프랑스 주둔 전우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오면 신께서 도와주시겠지.

 

젠장 이제 지쳤고 의지도 없다! 우리는 전투에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바친 병사들이라는 것을 신도 알고 있다! 지휘관을 신뢰하며 어떤 명령도 불만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서쪽에서 놀고 있는 놈들도 병사라고 부르고 있다.

영국침공에 대해 말하지 마라. 토미놈들 오라고 해. 동부전선에서 우리 전사들이 러시아놈들을 붙잡아두는 동안에는 영국놈들이 돌아오지 않을거다.



동부전선에서 악전고투를 하던 병사들은 프랑스주둔 전우를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연합군의 상륙 전까지 서부전선은 동부전선에 비교하면 천국과도 같았죠.

 

적이 쿠르스크 코앞까지 왔다. 보급품, 장비와 부품창고를 모두 비웠고 의무대가 마지막으로 떠났다. 밤낮으로 포탄이 떨어졌다. 철도역이 전소되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휴가열차도 이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수십만 명의 꿈이었던 쿠르스크 기차역! 말로 설명할 수 없는 4주 휴가의 축복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향을 그리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안고 독일행 열차에 올랐던 곳이다! 이제 이곳은 포탄구멍 투성이고 우리가 지내던 막사도 사라졌다. “독일행 휴가열차를 알리던 표식도 산산조각나 날아갔다.

그냥 상징이었을까? 아니면 휴가, 고향,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는 달콤한 생각를 씻어버리고 생존투쟁을 하라는 가르침이었을까? 이 전투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고 그저 생존자 그리고 상처받은 인간만 남을 것이다.


 

상황이 심각했다. 다시 한 번 기밀문서와 기록을 모두 옮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중요한 통신장비는 두 번째 트럭에 실었다. 밤새 달려 수드샤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