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면 가장 고민이 되는 2가지가 있습니다.
1. 다양한 시각이 있을텐데, 과연 내가 정리하는 이야기가 충분한 가치가 있을까?
누구의 자료이던 상관없이 100% 옳고 진실된 자료는 있을 수 없습니다. 역사의 한 장면에 관련된 이해당사자의 시각이 서로 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역사는 오류를 가질 수 밖에 없는 학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이야기를 충분히 검증하고 입증자료와 함께 제시하는 것과 일방적인 주장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잘 아는 몇 가지 외에는 여러분과 함께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정리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도 제 이야기를 80% 정도로만 믿으시고 20%는 항상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반대 시각도 찾아봐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도 최소한의 자문을 해야 합니다. 사람은 머리 속에 받아 들인 이야기를 보강하고 반대되는 이야기는 반박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곡된 정보를 강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죠.
한 가지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제 이야기는 최소한 외국에서 출판된 자료만을 왜곡없이 (그래서 재미없지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가 부업으로 상당히 많은 책을 번역했었기 때문에 글을 매끄럽게 의역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제 블로그에서는 역사학자의 글을 가능한 한 원문에 가깝게 전달하고 싶어서 일부러 직역에 가깝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2. 다양한 인명, 지명, 용어를 어떻게 통일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고민했었고 사실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이제는 외국어표기법을 따르기로 했지만 외국어표기법이나 외국인명사전의 발음은 영어식 발음이 대부분입니다.
한 나라와 민족의 문화가 오랜 동안 독립적으로 지속되었다면 별 어려움이 없는데, 중세 유럽의 경우처럼 국경, 민족과 문화가 뒤엉켜 있는 경우가 참 난감합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통일국가로 국경을 확립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귀족의 공국과 외국 식민지로 나뉘어서 주변의 국가와 쉴 새 없이 영지와 주권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어떤 인물이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의 왕궁에서 활약한 것은 물론이고 국경선의 큰 도시는 폴란드, 스웨덴, 러시아의 통치를 받으며 영어식 발음까지 최소한 4가지 이름을 가진 경우가 허다합니다.
네덜란드출신이지만 영지는 오스트리아에서 받았고 영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사람은 어느 발음으로 써야 할까요?
최대한 획일적인 영어식 표현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지식의 부족과 게으름으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틀린 것이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국내에 출판된 역사/전사 도서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분이 있어서 몇 권을 정리해봤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주일에 5번 이상은 서점을 들렸었는데 지금은 원서만 읽다보니 서점을 거의 못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소개하는 책들은 좀 시간이 지난 책들입니다.
최신 발간된 책을 보내주는 출판사가 있다면 아주 자세한 서평을 정리해볼텐데 그런 출판사도 없기 때문에...
전사와 역사에 대한 국내출판도서 소개 (2)
2차 세계대전 관련 도서 중에 국내에는 거의 대부분이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이고 의외로 태평양 전선에 대한 책은 상당히 부족합니다. 그나마도 미국측 자료는 몇 권이 출간되었지만 일본측 자료는 아예 없죠. 유럽전선의 독일측 자료가 상당히 많은 것에 비해 의외입니다.
태평양전선에서 실제 주역이었던 니미츠 제독...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책은 절대로 권하지 않습니다. 니미츠라는 사람에게만 철저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외의 배경은 거의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니미츠라는 뛰어난 리더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 528p라는 두터운 책인데도 안에 품고 있는 정보의 양은 터무니없이 빈약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계속 느낀 한탄은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의 책이 출간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 책은 인물에 대한 소개와 함께 당시 정황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많은 것을 알게 해줍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만... 권하지 않습니다. 책 가격에 비하면 한 숨만 나오는 책입니다.
그냥 복잡한 인명과 사건이 나오는 책은 싫고 니미츠 제독에 대해서만 알고 싶다는 분은 읽을 만 할 겁니다. 인터넷에도 그 정도는 나오는데, 굳이 읽겠다면 말이죠.
위의 책과는 정 반대의 가치를 가진 책입니다. 몇 페이지만 펼쳐도 제가 고민하던 엄청난 인명, 지명과 문화용어를 만나게 되는 지겨운 책입니다.
그렇지만 복잡한 16~18세기 유럽,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지역의 복잡한 역사를 알고 싶은 분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총 727p의 분량을 제대로 읽는다면 30년 전쟁 후의 유럽역사에 대해 절반 정도는 깔고 시작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게 됩니다.
번역도 매끄럽게 잘 되어 있고 용어도 현지어에 맞춰 잘 정리했습니다. 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이야기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분은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니미츠 제독의 책에 쓴 돈을 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블로그에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유럽의 역사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부터 해야겠기에 구입한 책이었습니다.
제게는 안타깝게도 유럽의 정치형성이 아니라 유럽의 문화와 종교형성입니다. 문화가 상당히 뒤쳐졌던 유럽이 종교를 바탕으로 독립된 문화를 가지게 되는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정치와 권력에 관심있는 분이 아니라 문화사에 관심있는 분이 읽으셔야 합니다. 저는 뭐라고 평가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문화사에 워낙 무식해서 좀 더 공부를 한 후에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의외로 사람의 땀과 피만으로 기록한 고대 역사가 재미있습니다. 그만큼 허점도 많고 실수도 많고 대반전도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고대 역사에 대해 정리한 책을 많이 샀었는데 그 중의 한 권입니다.
독일 등의 방송국에서 방송한 내용을 정리한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은 상당히 쉬운 반면에 어느 정도 역사를 알고 있는 분은 뭔가 허전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니미츠 급의 허접함이 아니라 허전함입니다.)
일부 내용은 '아! 이런 일도 있었구나'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어서 역사 초보자(어린아이 말고 성인)에게 권할만 한 책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이후의 책은 사지 않았습니다.
공포영화를 무서워하면서도 즐기듯이 사람은 약간 가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도서에서도 잔혹한 대학살 또는 잔인한 폭군의 이야기에 대한 출간이 많은데 그만큼 독자층이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여름 한 철용이듯이 이런 도서도 가볍게 읽고 '그런 일이 있었네'하고 넘기는 책입니다.
아예 역사에 무지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만, 제가 가장 위의 고민 1번에서 걸리는 책이기도 합니다. 어느 한 시대에 대학살이 일어난 사건만 정리했을 뿐 더 깊은 배경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 지에 대해 철저하게 한 쪽 시각만 가지게 됩니다. 100년 전에 당했던 민족 대청소에 대한 설명없이, 그 때의 대학살에 대한 보복의 잔인성만 설명하다 보니 한 국가나 민족에 대해 왜곡된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류의 도서를 읽을 때에는 제가 항상 당부하듯이 80%가 아니라 50%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의 지식으로 넣어두시고 50%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지?'라는 의문을 가져야 편견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십자군 원정의 긴 역사를 잘 정리한, 그래서 추천하는 책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명망높은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실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지만 기존의 역사를 깔끔하게 잘 정리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로마인이야기 뿐만 아니라 십자군 원정에 대해서도 얄미울 정도로 기존의 자료를 모아서 잘 정리해두었습니다. 유럽의 시각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해도 기존에 나온 자료 중에서는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한 때 BRICs의 한 멤버로 브라질보다도 기대가 컸던 멕시코가 요즘 말도 아닌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산악지대는 반군과 마약조직에 완전히 장악되었고 정부관리를 살해하는 일도 드물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멕시코의 한이 서린 역사도, 지금의 혼란도 모두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목차에 5. 정복과 식민지, 6. 독립에서 혁명까지, 7. 멕시코의 지성인, 8. 우리의 현재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기대를 했지만 저자가 문인이다 보니 책의 성격도 문화사에 가깝습니다.
400p의 분량에 비해서는 가격도 센 편이어서 멕시코 역사를 알고 싶은 분은 다른 책을 (흔하지 않겠지만)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한 때 과도한 평가를 받았던 명장 롬멜의 전투를 다룬 책입니다. 명장은 분명하지만 그가 역사의 다른 명장과 이름을 나란히 하기에는 활약기간, 규모, 무대 자체가 동네 소극장 수준이었습니다.
그가 짧은 시기 동안에 보여준 잠재력때문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의 과도한 평가가 그대로 국내에 유입된 원인도 있습니다. 2차대전 당시 동부전선만 해도 롬멜(잠재력말고)의 공훈이나 전과와 비교도 안될 정도의 인물이 많았습니다.
롬멜과 북아프리카 전선에 대해 쉬운 이야기와 사진을 보고 싶은 전사 초보자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출판사가 가벼운 내용의 책만 출간하는 곳이니까 보다 정교한 이야기를 바라는 분은 이 출판사의 책은 피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정도 책을 내고 자리를 잡았으면 (쉽고 팔릴 만한 책 말고) 의미있는 책도 내주기를 바라는데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겨우 344p의 분량에 상당히 적은 본문+ 사진이니까 그 내용의 깊이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롬멜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위의 수박 겉 핥기보다 이 책을 권합니다. 문제는 생각의 나무 출판사가 부도가 나서 더 이상 구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해프닝이 있었는데, 번역자가 군사지식이 전무한 사람이어서 초판을 가장 먼저 구입하고 출판사에 강력하게 항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엉터리 번역이라 책을 출판사로 보내면서 편지에 '출판사라면 최소한의 확인이라도 하라. 나는 환불도 원하지 않으며 이런 책이 판매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보냈죠.
출판사에서 정중한 사과와 함께 서점의 책을 모두 수거하고 다시 군사전문가의 감수를 받아 재출간했을 뿐 아니라 기존에 구입한 사람들에게도 새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런 책임의식을 가진 출판사는 거의 없었기에 오히려 감동을 받아서 생각의 나무 출판사 책이면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도가 난 이유도 출판사의 잘못이 아니라 중간 대형유통채널이 부도나면서 상당한 미수금을 받지 못해서 부도가 났습니다.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했던 고가의 대단한 책들을 30%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저도 그동안 미뤘던 고가의 책들(권당 120,000하던 유네스코 문화유산 사진집 등)을 전부 구입했습니다.
저도 한 때에 롬멜 광팬이었으니까 롬멜과 관련된 국내 출판도서는 다 구입했죠.
국민학교 4학 년때에 일본 번역판 아프리카군단을 읽었을 정도이니까 광팬이었죠.
방대한 분량뿐 아니라 전사의 대가 리델 하트 저서이기 때문에 롬멜 기록도서로는 가장 추천받는 책입니다. 무려 752p에 가격도 높지만 심도깊은 이야기를 원하는 분에게 좋은 책입니다.
'나는 탁상...'의 책 3권을 합쳐도 한 마리의 독수리가 안되듯이 이 책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위의 두 책과 달리 사진 등을 곁들이 재미있는 구성이 아니라 지도 몇 장이 전부인, 본격적인 전사도서이기 때문에 많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출간 연도가 10년 전이다 보니 좀 고루한 표현이 나옵니다.
그래도 생각의 나무 책을 구할 수 없는 지금은 강추입니다.
이 책을 보면 2차대전 최고의 명장 만슈타인의 전기를 출간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너무 방대한 양에, 지금의 독서시장을 생각하면 적자가 분명하겠죠.
2차대전 당시 전차 에이스로 유명했던 (비트만 외에도 많습니다) 오토 카리우스의 전투기록입니다.
당시 상황을 매우 생생하게 전달해주지만, 일개 전차병(장)이었기 때문에 전황이나 작전에 대해서는 극히 시각이 좁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작전에서 자신의 전차를 중심으로 벌어진 전투는 잘 설명해주지만 그 외의 배경에 대해서는 일체의 설명이 없습니다.
독일 전차에 대한 막연한 신화도 깨주는 장점도 있는 책입니다. 오토 카리우스를 아는 분 또는 타이거 전차에 대해 궁금한 분은 구입해도 좋은 책입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도서에 대한 평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여러분과 다를 것입니다. 어떤 분에게는 새로운 지식이기 때문에 그만한 돈과 시간의 가치를 하겠지만 어떤 분에게는 몇 장만 넘기고도 욕부터 나오는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 제가 가지고 있거나 혹은 버렸던 책들만 두서없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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