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전선, 튀니지전투 (3부) - 북아프리카 군집단의 최후

타이거/판터와 셔먼의 전차전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튀지니 전투에서는 미시적인 전투장면은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판터와 셔먼의 상세베르 전차전(http://blog.daum.net/uesgi2003/675)에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해두었습니다. 

카프리Capri 작전

영국 8군은 2월 17일부터 마레트Mareth 방어선 앞에 병력을 모은 후에 26일에 무력정찰을 시도했다. 아르님은 카세린 전투에서 연합군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오판하고 남쪽의 방어선을 보강할 생각으로 (케세링의 허락은 받았지만 롬멜에게는 알리지 않고) 2월 26일에 영국 5군단을 상대로 오흐젠코프Ochsenkopf 공세를 대대적으로 펼친 적이 있었다.

주공은 사령관 이름을 딴 베버Weber 군단이 맡았는데 334보병사단, 새로 도착한 헤르만 괴링Herman Goring 사단 일부, 봄바람 작전에 투입되지 않았던 10전차사단의 일부가 동원되었다. 베버군은 3개 집단으로 진격한다는 계획이었다. 

 

메제즈Medjez 방면은 치열한 전투 끝에 무산되었고, 남쪽에서도 약간의 진출 외에는 성과가 없었다. 북쪽에서는 베자Beja 방면으로 성과가 있었지만 악천후와 북 아일랜드 기병사단의 저항에 부딪쳐 며칠 동안 격전이 벌어졌다.

북쪽 측면엄호를 맡았던 만토펠Manteuffel 사단이 프랑스군의 고지를 점령하는 성과를 냈고 영 46사단의 139보병여단과 1코만도가 급히 가로막았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 3월 4일에 세드제난Sedjenane이 함락되었다.

아르님은 남쪽과 중앙의 공세를 취소했지만 프랑스 병력이 메제즈를 포기하고 19군단과 합류하면서 영국군 방어선에 위험한 통로가 열렸다. 

1943년 3월 6일, 독일군 5개 사단(3개 기갑사단 포함)과 이탈리아군 9개 사단이 영국의 거점 최북단인 메데닌Medenine 방면으로 카프리 작전을 시작했다. 영국군은 맹렬한 포격을 퍼부으며 추축군의 전차 55대를 격파해 공격을 무산시켰다.

 

카프리 공세가 실패하자 롬멜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3월 9일에 튀니지를 떠나 우크라이나에 있던 히틀러를 만나 북아프리카를 완전히 포기하고 군을 유럽으로 소개하자고 설득했다. 히틀러는 거절했고 롬멜을 강제 병가처리한 후에 이 사실을 비밀에 붙였다. 아프리카 군집단의 지휘권은 아르님에게 넘어갔다. 

알렉산더는 5군단의 주도권을 되찾기로 했다. 3월 28일 앤더슨이 영국과 프랑스의 예비병력을 총동원한 46사단을 투입했고 4일 만에 만토펠 사단에게 잃었던 지역을 수복하고 850명의 추축군을 포로로 잡았다.

 

몽고메리Montgomery는 3월 19/20일 밤에 마레트 방어선을 돌파하는 격투가Pugilist 작전을 시작했다. 영국 제50 보병사단은 3월 21일에 방어선을 돌파해 자라트Zarat 서쪽에 교두보를 만들었지만 독일 제15 기갑사단의 필사적인 반격으로 방어선을 복구했다.

3월 26일, 호록스Horrocks의 10군단이 마트마타Matmata 고지대를 우회해 방어선 북쪽 끝의 엘 함마El Hamma를 점령했다(총돌격Supercharge 2 작전). 옆구리를 돌파당한 마레트 방어선은 이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바로 다음 날부터 독일과 이탈리아군은 대전차포로 10군단의 침투를 최대한 막으며 후퇴할 시간을 벌면서 2일 동안 북서쪽으로 60km를 후퇴해 가베스 부근의 와디 아카리트Wadi Akarit에 새 방어선을 만들었다.

 

전력을 보충한 미 2군단도 북동쪽 협곡을 관통해 추축군 방어선 후방으로 진출했다. 독일 10기갑사단은 2군단을 밀어내라는 명령을 받았고 23일에 엘 구에타르El Guettar 전투가 벌어졌다. 처음에는 독일전차가 미군 선봉을 궤멸시키며 이전의 전투와 같은 양상이 벌어졌지만 지뢰, 대대적인 포격과 대전차포의 저격을 만나 순식간에 30대의 전차를 잃고 뒤로 물러났다.

오후 늦게 시작된 두 번째 공격은 보병이 합류했지만 미군의 반격을 받고 가베스로 후퇴했다.

 

미군은 독일군을 추격할 수 없었다. 가베스 도로를 가로막는 2개의 고지에 틀어박힌 이탈리아군을 소탕하는 데만 몇 주의 시간이 걸렸다. 2군단이 이탈리아 보병을 상대할 때마다 독일전차가 가베스에서 뛰어나와 공격을 무산시켰다. 추축군의 기동방어에는 항공지원이 해결책이었지만 여전히 육군과 공군의 실시간 협조가 안되고 있었다.

 

영 8군과 미 2군단은 양쪽에서 모두 공격을 이어갔고 결국 8군이 방어선을 돌파해 가베스의 추축군을 북쪽의 제5 기갑군이 있는 지역까지 밀어냈다. 와디 아카리트의 이탈리아 해병은 제6 그린 하워드Green Howards에게 큰 피해를 입히며 분전했다. 동료가 죽어가는 모습을 본 영국군은 이탈리아군의 투항을 허용하지 않고 모두 죽였다.  

미군도 추축군이 고지를 포기하자 가베스의 영국군과 전선을 연결했고 이제부터는 소모전 양상으로 변했다. 

4월 7일, 앤더슨은 78보병사단에게 베자-메제즈 도로 청소를 맡겼고 포병과 근접항공지원을 받은 78사단은 10일 동안 격전을 벌이며 16km 넓이의 전선을 확보했다. 4사단도 처음으로 전투에 투입되어 시디 니스르Sidi Nisr 방면으로 진격했다.

메제즈 돌출부를 봉합한 앤더슨은 4월 22일로 예정된 튀니스 공략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연합군 공군은 이제 튀니지 비행장으로 전면배치되어 추축군의 공수작전을 차단했고 시실리와 튀니스 사이에서 많은 독일군 수송기가 격추되었다. 말타기지에서 출항한 영국 구축함도 시실리에서 튀니지로 향하는 보급선을 차단하는 동시에 튀니지에서의 탈출로도 막았다.

커닝햄 제독은 “침몰시키고 불태우고 노획한다. 절대로 통과시키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4월 18일, 8군에게 남쪽에서 밀리고 9군단과 프랑스 19군단에게 우회공격을 당한 추축군은 튀니스의 북동해안 방어선까지 밀리며 보급로를 방어하는데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프리카 군집단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알렉산더는 미 2군단이 비제르 방면으로 북쪽에서 공격하는 동안 1군이 튀니스 방면으로 진격하고 8군이 엔피다빌Enfidaville에서 북쪽으로 공격하는 계획을 세웠다. 앤더슨은 1군과 2군단의 작전을 조율하기로 했다.

앤더슨은 메제즈의 5군단에게 추축군의 주 방어선을 돌파하는 역할을 맡겼지만, 우측의 9군단이 북동쪽에서 공격을 먼저 개시한 후에 기동력을 살려 메제스 방어선 뒤로 돌고 추축군의 기갑전력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미 2군단은 5군단 왼쪽의 고지를 장악하는 동시에 비제르테로 진격하는 양동작전을 벌이기로 했다. 프랑스 19군단은 9군단과 1군이 추축군의 전력을 충분히 상대할 때까지 대기하다가 퐁 두 파스Pont du Fahs 방면으로 진격하기로 했다.

 

연합군은 이 공격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아르님은 연합군의 공세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고 메제즈와 고우벨라Goubellat 사이 그리고 9군단에게 4월 20~21일간 교란공격을 가했다.

10전차사단의 지원을 받은 괴링 사단이 8km 정도 침투했지만 전선 전체를 교란시키지는 못했고 원래의 방어선으로 돌아와야 했다. 교란공격으로 9군단의 공격개시가 4시간 지연되었을 뿐 연합군의 공격계획은 차질 없이 시작되었다.

 

헤르만 괴링사단은 괴링의 개인적인 영향력으로 방공사단말고도 공수사단과 지상전투사단을 갖추었습니다. 병력은 최대 25만 명까지 늘었고 무장도 최고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기갑사단까지 갖출 정도였습니다. 

대신에 육군의 지휘를 받았습니다.

4월 22일 오전, 46사단이 공격을 개시해 6기갑사단이 통과하기 충분한 공간을 마련했다. 그 뒤를 따라 6기갑사단이 동쪽으로 공격해 들어갔지만 속도가 붙지 않아서 추축군이 급히 돌린 대전차포 방어막에 가로막혔다.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고 해도 추축군의 전차 예비전력을 중앙에서 남쪽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앤더슨은 역할을 다한 6기갑사단과 46보병사단을 군 예비대로 돌렸다.

 

5군단은 22일 저녁에 공격을 시작했고 미 2군단은 23일 새벽에 공격을 시작했다. 5군단의 1, 4, 78보병사단은 군 전차와 집중포격의 지원을 받아가며 8일 동안 괴링, 334, 15기갑사단과 격전을 벌여 10km를 돌파하며 추축군 방어거점 대부분을 장악했다. 양쪽 모두의 피해는 대단했지만 추축군은 눈에 띄게 수세에 몰렸다.

 

4월 30일, 엔피다빌 방면의 8군 공격은 추축군의 강력한 방어선과 험난한 지형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알렉산더는 몽고메리에게 수비임무를 맡기고 8군의 7기갑사단, 인도 4보병사단과 201근위연대를 돌려 1군은 공격개시 전에 받았던 1기갑사단과 함께 대규모 병력을 증강했다.

5월 5일 저녁이 되자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앤더슨은 보우 아라다Bou Arada 부근에 모형전차를 집중시켜 메제즈 부근의 7기갑사단 배치를 알아채지 못하게 했다. 추축군은 연합군 기갑전력의 규모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5군단이 5일 고지를 장악하고 9군단의 좌측을 엄호하기 위한 사전공격을 한 후에, 브라이언 호록스가 지휘를 맡은 영국 9군단이 5월 6일 새벽 3시 30분에 마지막 공격을 개시했다. 대대적인 포격지원을 받은 영국 4와 인도 4보병사단이 추축군 방어선에 구멍을 냈고 그곳으로 6과 7기갑사단이 밀고 들어갔다.

5월 7일, 영국전차가 튀니스에 입성했고 북쪽에서는 2군단의 보병부대가 비제르테를 함락시켰다. 6일 후, 230,000명의 추축군이 항복하면서 북아프리카에서의 추축군은 사실상 사라졌다. 23만 명은 시실리 방어에 투입되어야 할 병력이었는데도 튀니지에서 무의미하게 사라져버린 것이다.

북아프리카에서 포로가 된 25만 명은 팔레스 (5만 명), 스탈린그라드 (9만 명), 크림반도 (11만 명),바그라티온 (15만 명)와 비교해도 어느 정도의 손실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동부전선에서 포로가 된 동료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전선에서 영국군에게 포로가 된 동료보다 훨씬 행복한 포로였습니다. 

 

역사가 윌리암슨 머레이Williamson Murray는 “북아프리카를 보강한 결정은 히틀러의 오판 중 최악이었다. 이 병력이면 지중해를 6개월 동안 닫아서 연합군의 수송로를 위협할 수 있었는데 최정예 병력을 이미 전세가 기운 곳에 그것도 스탈린그라드처럼 탈출로가 없는 곳에 투입했다. 히틀러는 루프트바페를 소모전에 투입했고 회복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추축군의 마지막 도박은 판세를 조금 지연시킨 정도로 그쳤고 미국은 카세린 협곡에서 당한 패전으로 최고의 교훈을 얻었다. 북아프리카를 손에 넣은 연합군은 이제 시실리와 이탈리아 상륙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훨씬 자세하고 길게 북아프리카 전투의 후반기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간략하게만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아프리카의 두 주역 몽고메리와 롬멜의 이름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전설적인 맞대결은 언젠가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Valkyrie의 첫 장면은 튀니지 전투부터 시작됩니다.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Claus von Stauffenberg 대령이 히틀러를 암살하고 독일을 구하기로 마음먹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