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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잡설

남산타워를 만리장성길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by uesgi2003 2014. 8. 18.


미국국적의 작은 조카가 모처럼 놀러왔기에, 어디를 데려갈까 하다가 무난한 남산길을 택했습니다. 지금 하버드 재학 중인데...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갔다가 외국어코스로 중국 상해와 북경에 체류 중입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고 부러우면서 가슴아프게도 모든 학비는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지원을 받는 수재입니다. 어릴 때부터 영재 소리 들었고 각종 토론대회에서 입상해서 유럽을 누볐던 아이니까 당연하겠죠. 이 녀석은 책을 못 읽게 하는 것이 벌이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왜 가슴아프냐고요? 제 두 딸아이는... 못난 부모 탓에... 어려운 대학재정 탓에... 등록금 모두 내야 하고... 책을 읽는 것이 벌이어서... 그렇다고요. 정말 책 안 읽더군요. 그러니 머리가 텅텅비어 있죠. ㅡ.ㅡ 


남산길이야 워낙 많이 다녀서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바로 앞에 제 아파트가 보이는군요. 

엄청난 관리비때문에 지금은 전세주고 저는 북한산 아래로 와 있습니다. 


저 아래 자가용 사정은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헬게이트이지만, 지하철 3/4호선이 바로 코 앞이고 남산과 청계천이 가깝고 언제나 좌석이 많은 대한극장이 길건너라 참 좋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오늘 날 잘못 잡았다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관광객으로 넘치는 곳을 휴일에 들렸으니... 버스는 기차처럼 줄지어 올라가고, 버스가 정차할 때마다 전세계 외국인이 쏟아져 나옵니다. 



마치 만리장성 초입이라고 해고 믿겠습니다. 



요즘 한여름 날씨 같지 않아서 강건너까지 꽤 잘 보입니다. 이 사진은 햇빛을 바로 받아서 그런 것이고요. 

그리고 남산타워 둘레의 철책에는 자물쇠 천지죠. 여기에서 사랑의 언약을 하시는 분들, 모두 좋은 추억을 남기시길 바랍니다.

 



멀리까지 잘 보인다고 해서, 서울시내 볼만한 것은 없죠. 끝없이 펼쳐진 건물들... 




그나마 이런 소소한 풍경이라도 없으면 삭막할 뻔 했죠. 



가끔 전통무예 시범을 하던데, 오늘은 없는 모양입니다. 사람에 치이다가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남산 봉수대입니다. 얼마 전 태국 앙코르와트 불상 위에 올라갔다가 머리를 부순 대학생 기사가 있던데... 하지 말라는 짓을 꼭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죠. 봉수대 돌담 위에도 올라가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곳의 낙서는 애교로 봐줄 수 있죠. 나중에 도색하면 사라지니까요. 그렇지만 죽녹원의 대나무 파놓은 사람들... 세계유산에 낙서하는 사람들... 




예전에는 거뜬히 올라다니던 계단인데, 워낙 운동을 게을리하다보니 이제는 내려가는 것도 버겁습니다.

케이블카가 있지만 남산은 볼만한 풍경도 없고 잠시 편하자고 6,000원 (왕복일겁니다) 버리고 싶지는 않아서 걷기로 했는데...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대중교통을 타려면 훨씬 더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려가실 분들은 코스 잘 잡아서 대중교통 가까운 곳으로 내려가세요.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제 블로그에 올 일도 없겠지만, 관광객 상대로 적당히 좀 남겨먹읍시다. 관광버스가 줄지어 가는 쇼핑센터와 음식점... 뻔하죠. 택시도 뒤집어 씌우고, 숙박업소도 뒤집어 씌우고, 상점도 뒤집어 씌우고... 


아무리 후안무치가 우리나라의 대세라고 하지만 적당히 좀 사기 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