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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잡설

숙명여대 중앙댄스동아리 공연과 대학시절 추억

by uesgi2003 2015. 2. 20.


제 서재에 자주 놀러 오시는 분은 제가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것을 아실 겁니다. 영화와 음악 공연은 장르를 가리지 않죠. 잔잔한 포크송부터 내내 뛰어야 하는 헤비메탈까지 즐깁니다.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숙명여대 댄스동아리 MAX의 공연을 자주 보게 되는데 올해 입학식에서도 한껏 젊음을 뽐냈더군요.




이들의 공연에 빠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 대학시절로 돌아가게 됩니다.

대학시절 전공실력은 엉망이었고 방황도 많이 했지만 그나마 농구, 독서, 영어, 민주화 시위에 4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농구는 하루에 3~4시간은 했을 겁니다. 운동장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시합을 하다 보면 수업을 빼먹는 일이 많았죠. 4월부터 6월까지 매일 민주화 시위가 벌어져서 수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다 보니 그런 일이 가능했죠.

 

초딩때부터 책을 워낙 좋아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대학도서관, 그것도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비정기간행물은 보물창고였습니다. 방학마다 도서대출증을 하나씩은 갱신했을 정도로 마구 책을 읽었습니다.

 

전공이었던 스페인어는 엉망이었지만 다행히 영어는 취업 때문에 제대로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필수교재였던 보캐 22,000부터 시작했다가 유학을 생각하며 영자신문과 GRE 단어공부를 했고 (GRE의 황당한 단어를 외우다가) 차라리 사전을 외우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정말로 A~Z까지 외웠습니다. 하루 7시간씩 단어와 독해만 했을 겁니다. 덕분에 소설도 사전 없이 읽게 되었고 지금의 역사이야기 정리에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죠.

 

고딩때만 해도 관제언론에 찌들어서 데모하는 대학생 놈들은 가만히 두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는데 조선일보와 KBS가 아닌 현장에서 우리나라의 처참한 현실을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최루탄 속을 뛰어다니게 되더군요.

큰 희생을 치르며 군부독재 종식을 이끈 분들은 따로 있지만, 그런 역사의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미약한 힘을 보탰다는 것은 제 평생의 자랑입니다. 그래서 제 아이들에게도 시민의 의무뿐만 아니라 권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몇 가지를 보완하고 싶습니다.

 

전공을 역사로 바꾸고 철학과 경제학 서적을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밥벌이 때문에 역사전공을 피했는데 어차피 전공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세계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농구가 아닌 사회인야구에 미쳐보고 싶은데그 당시는 사회인야구가 없었으니 그냥 농구가 전부이겠군요. 84년도 당시는 사회기반시설이 정말 열악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많이 다닐 겁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대학원에 가서야 처음으로 경험했던 다른 나라도 좀 더 일찍 경험해볼 생각입니다


혹시 제 서재에 오신 분들 중에 대학생이 있다면 한없이 자유로운 그 시기를 귀중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온갖 상처와 실패가 더 큰 자양분이 되는 시기입니다. 스펙쌓기는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라 현실과 동떨어진 늙은이의 헛소리를 하지 않겠습니다만, 이 세상에는 영어, 학점, 온라인 게임과 연애말고도 여러분 인생의 후회를 줄일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가끔은 인문학 책을 꺼내보세요. 수 천년 동안의 경험이 그 안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운동과 시합을 즐겨보세요. 끈적이는 땀을 씻어낼 때의 쾌감과 반전의 감동을 직접 맛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부터 직접 걸어가 보세요. 여러분이 살아가는 실제 세상은 그 곳에 있습니다.


길거리와 카페공연을 일부러 찾아보세요. 살아있는 목소리와 악기가 여러분의 심장을 두드릴 것입니다. 그 중의 몇 명은 나중에 돈 주고도 못 볼 전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세요. 정치는 여러분의 현실이자 미래입니다. 선배들이 목숨을 던져가며 되찾은 민주주의와 시민정치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자신을 위해 주장해야 할 권리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평소에 바라던 바로 그것을 시작해보세요. 지금 미룬다면, 앞으로도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PS. 등록금 대출과 생활비로 이것마저 사치인 분들에게는 그냥 힘내라는, 훨씬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는 격려만 남깁니다. 


ps.2. 혹시 숙대 댄스팀 공연을 보고 프로팀과 비교하시는 분이 있다면...


사회인야구 감독을 오래 했으니, 사회인야구로 설명하겠습니다. 사회인야구를 3년한 팀, 그러니까 왠만한 기본기는 갖춘 팀도 


고등학교 선수의 공을 타자 일순할 때까지 안타 하나 못 뽑아냅니다. 그러니 아마추어와 프로를 비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