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사태로 되돌아보는 쿠바 미사일위기 (1부)

사드Thaad 미사일시스템을 대북용이라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언론과 군인들이 있더군요. 언제부터인가 '참'이라는 명사가 사라졌습니다. 진리, 사실을 말하는 명사인데 '참기름'과 같이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사라져야 당연하죠. 그런데 요즘은 아예 '참'을 찾을 수가 없고 모두 거짓투성이라 사라졌습니다. 

참언론, 참군인, 참어른... 없죠. 밥그릇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너무 노골적으로 챙기지는 맙시다. 참언론과 참군인님!

노년층에게는 1962년 10월, 13일 동안 벌어진 쿠바미사일 위기는 공포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계가 결국 종말론의 핵전쟁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이성을 되찾을지 아무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당시 우리는 호전적인 소련이 미국 시민을 학살하기 충분한 근접거리에 핵미사일 기지를 만들 계획이라는 뉴스만 들었다.

13일 동안 전세계는 핵전쟁 직전의 순간까지 치달았는데 위기는 소련 ICBM(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이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정권의 쿠바로 향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미사일이 배치되면 미 서부해안 일부를 제외한 전역이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어느 누구도 소련이 바르샤바 조약Warsaw Pact 동맹국 어디에도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몇 십 년이 지난 후에 많은 역사가는 소련수상 니키타 후루시체프Nikita Khrushchev의 야욕 못지 않게 미국의 선거전략아 미사일위기를 불러왔다고 믿고 있다.

 

정말로 그런 지를 알아보려면 먼저 1962년 10월 15~28일에 벌어진 13일간의 위기를 되짚어 봐야 한다. 미국은 수 천 명의 병력과 해군함정을 소집해 플로리다 해안에 배치하면서 혹시라도 있을 쿠바침공을 준비했고 미해군은 쿠바로 향하는 소련수송선을 정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늘에서는 미 U-2 정찰기가 소련의 미사일기지 건설현장을 면밀히 지켜보았다. 소련 대공미사일이 U-2를 격추시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존 F. 케네디Kennedy 대통령은 군전문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소련 미사일포대에 보복공격을 하지 않는 대신에 만약 수송 중인 미사일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미국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며 위협하는 동시에 막후에서는 러시아 중재인을 통해 협상을 하고 있었다.

후루시체프는 결단을 내리고 소련으로 다시 미사일을 되돌렸고, 미국은 소련과의 협상에 따라 터키에서 소련본토를 겨냥하고 있던 주피터Jupiter 미사일을 철수했다. 소련은 미사일을 다시 수송선에 실어 본토로 가져갔고 미해군과 공군은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케네디 행정부는 피델 카스트로 공산정권을 어떻게든 전복시키려고 비밀전쟁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몽구스Mongoose 작전으로 부른 비밀전쟁이 1961~1963년에 진행되었는데 미국의 모든 관련기관이 총동원되었다. 그 중에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행정부 말기에 CIA-마피아가 카스트로를 암살하는 계획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카스트로가 미국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생각하고 방어겸 미사일 배치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몽구스 작전이 쿠바 미사일위기와 관련있는 것이 맞지만 앞에서 설명하지 않은 다른 작전이 점화선이 되었다.

CIA가 카스트로를 암살하려고 준비했던 계획인데 CIA가 15만 달러의 대가를 제안하자 마피아는 무료로 암살해주겠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마피아는 쿠바에 남겨둔 마피아 비즈니스가 워낙 대단해서 카스트로를 죽이고 싶어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몽구스 작전을 진행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1961년 4월에 있었던 피그만Bay of Pigs 침공이었다. 카스트로는 1959년에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Fulgencio Batista를 축출하고 쿠바 섬에 공산혁명을 일으켰다. 턱밑에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너무 놀란 아이젠하워는 무력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당시 케네디 상원의원과 차기 대권을 두고 경쟁하던 부통령 리차드 닉슨Richard Nixon에게 침공을 맡겼다.

닉슨은 원래 1960년 대선운동 마감에 맞춰 CIA 주도의 비밀공작을 계획했었다. 그렇지만 쿠바 망명자를 동원한 침공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11월 선거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케네디가 당선되었고 쿠바 망명자들은 캠프 트랙스Camp Trax라고 부르던 과테말라Guatemala 비밀기지에서 훈련을 받았다. 침공군을 위해 레탈울레우Retalhuleu에 활주로를 만들었고 쿠바에 선전전을 펼칠 라디오 스완Radio Swan 방송국도 만들었다.

작전은 1961년 3월 말, 쿠바 남부해안가의 트리니다드Trinidad시에서 시작하기로 했다가 취소했고 다시 피그만이라는 역사의 오점을 남긴 상륙지점을 선택했다. 침공군이 쿠바에 상륙하면 국민 중 일부가 여기에 내응을 하고 그렇게 카스트로를 붕괴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침공군은 1961년 4울 17일, 니카라과Nicaragua 푸에르토 카베사스Puerto Cabezas 기지를 출발했다. 상륙에 앞서 니카라과에 있던 폭격기(망명 조종사)가 쿠바의 작은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그렇지만 카스트로의 비행기 중 일부가 살아남았고 이 비행기들이 상륙지의 침공군 수 백 명을 죽이고 보급선을 불태웠다.

침공군과의 전투를 지켜보는 카스트로입니다.

CIA는 케네디에게 미국함정의 폭격기 투입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을 거부했다(군관계자들은 대통령의 결정적인 오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침공군 중 약 1,000명이 포로가 되어 일년 동안 구금되었다가 의료품 등의 필수품과 맞교환되었다. 1962년 12월, 케네디 대통령은 마이애미 오렌지 볼에서 열린 행사에서 언젠가는 자유 하바나Havana(쿠바의 수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석방된 침공군에게 약속했다.

 

젊은 케네디 행정부에게 피그만 패전은 흔한 실패 중 하나로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절대로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케네디는 카스트로를 축출하려는 몽구스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내부감사를 벌였다. 10년 전에 기밀내용에서 풀린 이 보고서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침공작전을 비판하고 있다. CIA 직원 조지 맥마너스George McManus가 작성한 메모도 공개되었는데 정치적 동기로 카스트로를 축출하려고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법무부장관 로버트 케네디(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와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McNamara는 다음 선거에서 대통령을 뒤흔들 수도 있는 문제거리를 찾아내려고 했다. 맥마너스의 메모를 보면 케네디 행정부가 왜 그렇게 카스트로를 축출하려고 했는지를 알 수 있다. 1964년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피그만 패전을 반드시 만회해야 했다. 

피그만 침공과 관련된 사진과 그림입니다. 

포로와 교환하기 위해 530억 달러 상당의 음식과 의료품을 제공했군요. 저는 5,300만 달러 상당으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1962년 당시의 금액이니까 엄청난 액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