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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정치

안기부(국정원)의 찌라시 배포하다 잡힌, 전설적인 정치개입 사건

by uesgi2003 2017. 3. 6.


연식이 좀 되는 분... 그러니까 저는 말로만 듣던(!) 중정부와 안기부의 정치개입 정도가 아니라 정치창조를 겪어보시는 분은 국정원 정치개입에 '개 제 버릇 못준다더니' 말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자체개혁... 너무 많이 들었던 이야기죠. 조직명까지 바꿔도 소용이 없는데 무슨...

 

국정원의 별의 별 해프닝은 안기부때부터의 전통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아니 들었던 1992년 안기부 찌라시배포 사건입니다.

 

요약을 하면

 

1. 안기부 (치사한 치정관련) 조작 유인물을 강남에 배포하다가 잡혔음

 

2. 무려 대공과 요원이 숫자도 열세인 일반인에게 잡혔음

 

3. 공작 대상인 홍사덕이 황당한 변신을 했음

 



(전략)

 

이날도 홍사덕 후보는 퇴근길에 서두르는 유권자들에게 일일이퇴근유세를 하고 다녔다. 퇴근유세를 마치고 홍후보는 사무장 孫昊翼씨(30)에게오늘밤 비방유인물이 뿌려질지도 모르니 운동원들을 풀어 순찰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결과만 놓고 볼 때 우연히 운이 따른 셈이지만, 홍후보가 흑색유인물 살포사태를 예상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정가에서 떠도는 억측도 바로 이 부분과 관련이 있다. 누군가 홍후보에게 사전에 정보를 제공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런 설에 대해 홍사덕 당선자는지난 13대 선거 당시 터무니없는 비방유인물 때문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해서 순찰을 돌게 했던 것이다라고 반박한다. 더구나 318일부터 강남구 개포·삼성동 일대에 영동우체국 소인이 찍힌 비방유인물이 몇백통씩 배달돼 홍후보측은 “13대 선거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중략)

 

민주당원들은 차에서 내려 혐의자들의 차량에 다가섰다. 민주당원들이 차문을 열고 운전석 옆에서 유인물이 든 봉투를 낚아챘다. 민주당측에 따르면 안기부 요원들은 유인물을 빼앗기자너희들 누구냐. 몇 살이나 먹었냐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나왔다고 한다.

  이때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사이에 이황균씨가 전화박스로 달려가 지구당 사무실에 지원을 요청했다. “우리는 이미 그들로부터 유인물을 빼앗은 상태였고 그들이 달아난다 하더라도 한명만 붙잡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차가 막히지 않는 새벽이라 민주당의 지원차량 4대는 5분여만에 사건현장에 도착했다. 이렇게 해서 안기부 요원 4명은 고스란히 민주당 사무실로 끌려가게 된 것이다.

  천하의 안기부 요원들이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하고 붙잡힌 이유는 일단 차량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만약 안기부 요원들이 차량을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얼마든지 달아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잔디밭 뒤에 있는 철책 담장 높이는 불과 1m도 안됐고, 철책에는 아파트단지 밖으로 통하는 출입문도 있었다.

 

안기부 신분 과신했다 붙잡힌 듯

  민주당원들은그들이 당시 상황을 안이하게 본 것 같다고 말한다. 이황균씨는우리가연락해!’하는 말을 주고받자 그들은 이를 경찰에 연락하라는 말로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다. 안기부 요원들이 그들의 신분을 과신했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원들은 그들이 술을 먹은 상태였다고 증언한다. “마침 그들도 차에서 내리려는 참이었는지 쉽게 차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문을 열자 차 안에서 술냄새가 확 풍겼왔습니다.” 韓基用씨(37)의 진술서에본인은 320일 밤 1030분경 개포동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김일환 등 3명과 만나…”로 쓰여 있다.

  손호익씨는만약 그들이 안기부 직원인줄 알았다면 오히려 붙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안기부 요원들을 민자당 선거운동원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악착같이 덤벼들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지구당 사무실로 데려온 후 소지품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신분증을 발견하고 나서야 안기부 직원들의 신분이 드러났다. 손씨는우리가 엄청난 일을 했구나 싶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며 당시의 사무실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