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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2차대전

동부전선 타이거 이야기 (9부)

by uesgi2003 2017. 6. 14.


타이거 이야기는 다음 번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다른 시대와 대륙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역사에는 스포일러가 없기 때문에 결론부터 말하면 2차대전 동부전선 흐름 그대로입니다. 


동부전선 타이거 이야기 (9부)

 

(조종사가 러시아 포로를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쳤습니다. 헬만이 때맞춰 머리를 걷어차고 중단시켰습니다.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전차를 떠나도 되겠죠? 대공포트럭에 나를 대신할 병사가 있으니까요. 다리를 건너 내 비행단을 찾아갈 겁니다.’

조종사가 등을 돌려 달아나려고 했지만 그 순간에 강 건너 하늘이 오렌지색 섬광으로 환해졌고 굉음으로 아무 것도 안들렸다. 우리 네 사람은 하늘에서 파편이 떨어지는데도 멍한 채로 쳐다봤다. 시신조각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헬만은 포로의 팔을 잡아 끌고 나는 조종사를 밀며 타이거로 달려갔다. 조종사는 알아서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나도 운전병 해치를 바로 닫았다.

 

쿠르트가 중얼거렸다. ‘카츄샤. 스탈린의 오르간. 6~7km는 날아가지. 그리고 1분 안에 20발을 날릴 수 있어.’

다리 위에 있던 오펠 트럭과 큐벨바겐이 마구 강물로 떨어졌다. 2호 정찰전차도 옆으로 미끄러지더니 결국에는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포화에 잡힌 보병은 충격파와 금속파편에 팔다리가 날아갔다.

한 발이 다리의 철제 빔을 맞췄지만 터지지 않고 그대로 훑고 지나가며 병사들을 마구 쓰러트렸다. 다른 병사들은 서로 마구 밀치며 반대편으로 가려고 했고 그 와중에 몇 명이 강물로 떨어졌다.



소련을 구한 3대 무기 중 하나인 카츄샤Katyusha 다연장로켓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탄두가 작아서 하나는 별 위력이 없었습니다만 장전과 발사가 무척 쉽고 가장 아래 사진처럼 밀집해서 융단포격을 할 경우에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날아가는 소리가 매우 독특해서 스탈린의 오르간이라고 불렀습니다. 




 

잠시 포격이 중단되었다. 다리 위와 이쪽에는 불붙은 차량과 시신 투성이였다. 불붙은 군마 한 마리는 부상병을 밟으며 날뛰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

다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일부 휘거나 부숴진 구간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다. 이쪽에 남아 있던 보병이 마구 달려갔다.

카츄샤를 찾자. 적군이 어딘가로 숨어든 모양이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조금 후에 다시 시작할거다. 로켓으로 몇 대 안되는 전차를 파괴하면 아침에 바로 적군이 밀려들거다.’

강변을 따라 타이거를 몰라는 말씀입니까? 어둡고 눈밭인 데다가 연료도 부족합니다.’

시동을 걸어. 파우스트.’

 

포로는 다른 타이거로 보내고 조종사는 그대로 포탑에서 장전수 역할을 하게 했다. 이전의 거만함은 온데간데 없고 무척 창백했다. 슈투카 조종사인데도 대폭발이나 시신이 터져 나가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새 관측경으로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헬만은 큐폴라에서 방향을 지시했고 걸어가는 속도로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되돌아갈 수 있도록 연료계에 신경썼다. 이렇게 몇km를 갔다.

강변 옆은 얼음으로 하얗게 덮인 관목 투성이로, 분명히 수 많은 적군이 숨어 있을 것 같았다. 헬만에게 연료가 다해간다고 말하자 45도 선회하고 정차했다. 헬만이 빌프에게 다급한 명령을 내렸고 쿠르트는 기관총을 움켜잡았다. 내게는 얼어붙은 관목 숲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 담뱃불이다.’

그의 시력은 상당히 좋았다. 관목 사이로 무척 희미한 불똥이 깜박거렸다. ‘백색 신호탄을 쏴.’

신호총은 내 뒤의 방화상자에 있었다. 마그네슘 신호탄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서 꺼내고 강 건너로 신호탄을 쏘았다.

우리는 모두 욕설을 내뱉었다. 작은 신호탄은 200m 높이로 올라갔다가 떨어졌는데 뗏목 모양의 커다란 배가 보였다. 선수에는 기관총이 있었고 그 뒤에는 발사관이 다리를 조준하고 있었다.




이야기에 나오는 바지선은 아니지만 이렇게 초계정이나 상륙함에 다연장 로켓을 장착해 공격력을 높였습니다. 

 

러시아 털모자와 누빈 외투를 입은 승무원이 우리를 보고는 얼어 붙었다. 12명 정도의 병사가 발사관에 카츄샤 로켓을 장전하고 있었다. 강변에서 멍청하게 담배를 피던 놈은 입에 담배를 문채였다.

다른 병사들은 로켓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총을 집었지만 빌프와 쿠르트가 더 빨랐다. 빌프는 선수에 고폭탄을 맞춰 기관총과 발사관을 날려버렸다. 몇 미터 더 다가가 88mm 두 발을 더 쏘았다. 불붙은 적군이 강가에 떠올랐다. 로켓탄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배도 산산조각났다.

얼마나 더 있으려나?’

연료가 한계치입니다.’

살아있는 놈이 있는지 찾아봐.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 기관총수. 나가서 살아 있는 놈을 잡아와.’

 

쿠르트는 MP40을 집고는 바람이 매서운 밖으로 나갔다. 총으로 시신을 찌르는 모습이 보였다. 놈들은 무척 좋은 군화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그 중 하나를 벗기는 모습도 보였다. 주변을 좀 더 둘러보더니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돌아오면서 새 군화를 내게 흔들었다. 그의 웃던 얼굴이 갑자기 사라지며 한 옆으로 쓰러졌다. 머리에서 튄 피와 뇌수가 내 관측창에 달라붙어 세상이 붉은 색으로 변했다. 또 한 발이 날아와 그를 맞췄다.

뒤에 서 있던 이반이 탄창을 갈아 끼고 있었다. 그 놈은 여전히 담배를 물고 있었다.

깔아 뭉개. 운전병.’

쿠르트가 앞에 있습니다.’

이미 죽었다. 이반을 깔아 뭉개.’

그렇지만 쿠르트가 먼저 밟힙니다.’

 

헬만이 큐폴라 해치를 열고는 MP40를 길게 발사했다. 우리는 쿠르트를 차체 위로 올리고 다리 벙커로 천천히 돌아갔다. 나는 쿠르트의 발에 새 군화를 신겨주고 구멍이 뚫린 얼굴 위로 눈을 덮어 매장했다.

이 병사는 러시아의 위협에서 유럽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볼세비즘과 파괴에서 제국을 지키기 위해 전사했습니다. 독일국민의 숭고한 임무를 다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헬만이 몇 마디를 남겼다.

여군 포로를 다시 데려왔고 전차를 잃고 대공포트럭에 탔던 다른 승무원을 데려와 쿠르트 자리를 맡겼다.

 

(헬만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포로가 파우스트에게 말을 겁니다. 그녀는 독일어를 할 수 있었고 풀어 달라고 했는데 파우스트는 그런 사실을 헬만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헬만이 사단사령부와의 교신에서 긍정적인 소식을 들었다. 새벽에 판터 1개 연대가 합류할 예정이며 네벨베르페르Nebelwerfer 로켓부대와 기관포를 장착한 슈투카 편대로 적군의 공격을 저지한다고 했다.

헬만은 우리 임시 전투단 모두를 벙커 안으로 불렀다. 포병장교와 판터 6대의 전차장도 모두 안에 있었다.

헬만은 정오. 사단사령부가 내일 정오면 서쪽 강변에 기갑부대를 집결시킨다고 약속했다. 판터, 돌격포, 네벨베르페르는 물론이고 아마 88mm 대전차포와 타이거 몇 대도 합류할 수 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적군은 절대로 도강하지 못한다. 내일 정오까지만 버티면 된다. 아군의 후퇴로를 최대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증원군이 도착하면 우리도 강건너로 후퇴하고 다리를 파괴한다. 제국의 국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포병장교가 뒤를 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영웅이 될 것이다. 정오까지만 버티면 된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다리는 항공용 폭탄이 기둥을 따라 장착되었다. 정오에 폭발하도록 시간을 맞출 것이다. 그 이후에는 아무도 막지 못한다. 우리가 전멸해도 폭탄은 12시에 정확하게 폭발한다.’

 

타이거 3대는 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쿠르트가 예언했듯이 눈은 2m 깊이까지 쌓였다. 타이거 좌우에 판터 6대와 4호전차 2대가 참호 속에 틀어박혔다. 그들은 전후진을 거듭하며 실제 상황을 가상해 기동연습을 했다.

우리 뒤의 벙커에는 75mm 대전차포 2문과 기관총 여러 정이 전방을 경계했다. 양쪽 옆에는 모래주머니 방벽 안에 여러 문의 20mm 대공포가 있었다. 그 뒤에는 다시 박격포 소대와 급하게 긁어 모은 보병 분대 여러 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무장의 장갑척탄병, 전차병, 포병이 전부였다. 대단한 활약을 했던 대공포트럭은 그 사이에 배치되었다.

다리 위에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의 보병과 차량이 강 건너로 밀려 들어갔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기갑부대, 카츄샤와 보병부대가 밀려오고 있었고 포로를 잡지 않는다고 했다.

 

포신 아래를 지나는 그들을 보면서 별다른 감정이 일지 않았다. 무감각했고 그냥 전투가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해가 경사로 위로 떠오르자 마지막 4호 전차가 모습을 나타냈다. 엔진문제가 있는지 검은색 연기를 뿜었고 전면의 트랜스미션 덮개가 열려 있었다.

새로 합류한 병사가 오른쪽에서 중얼거렸다. ‘달려라. 불쌍한 작은 친구야. 죽어라 달리라고.’ 우리는 모두 후퇴길에 주은 말린 과일조각을 빨고 있었다. 러시아 포로에게도 한 조각을 주었다.

비탈길 위의 지평선에 다른 모습의 물체가 계속 보였다. 뒤에 프로펠러를 단 썰매차였다. 겉모습은 원시적이었지만 눈밭에서는 최고의 차량이었다. 5대가 눈 위를 미끄러지며 마치 부상당한 괴수를 사냥하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헬만은 사격하지 마라. 스탈린 전차를 상대해야 한다. 저 전차는 이제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명령했다. 잔인하지만 사실이었다. 우리는 모두 탄약이 부족했다. 우리 뒤의 벙커에서도 스탈린 전차를 대비해 소총 한 발도 안쏘고 있었다.


소련은 아에로산니Aerosani라고 부르는 소형부터 전차포신을 장착한 대형 썰매차를 운용했습니다. 





 

결국 썰매차 한대가 4호전차 뒤에 달라 붙어 로켓탄 한 발을 뒷면에 쏘았다. 미군이 바주카라고 부르는 보병용 대전차 로켓이었다. 4호전차의 배기덮개가 저 멀리 날아갔고 로켓이 엔진룸 안에서 터지면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았다.

4호전차는 급정지하고 포탑을 뒤로 돌려 기관총을 쏘았지만 썰매차가 너무 빨랐다. 엔진룸의 불이 차체에 번지자 승무원이 해치에서 뛰어내려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한 명이 MP40으로 저항했지만 썰매차 차체를 뚫지 못했다.

썰매차들은 승무원을 들이받으며 돌아다녔다. 차체의 스키는 날카로운 검처럼 아군을 베어 넘겼다. 판터 한 대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폭탄 2발을 쏘아 한 대를 산산조각냈다. 나머지는 비탈길 너머로 되돌아갔다.

 

포탑에 있던 빌프가 저놈들 경기를 즐기면서 우리를 제대로 파악했겠지. 우리 위치와 전력이 모두 노출되었어라고 말했다. 인터콤으로 헬만이 무언가를 마시는 소리가 거칠게 들렸다. 잠시 후에 꼬냑캔이 내려왔다. 포로에게도 주었는데 조종사가 바로 빼앗아갔다. 우리는 술의 힘을 빌려야 했다.

동쪽 하늘이 짙은 적색으로 물들어갔다. 그 하늘 속에서 슈트르모빅 12대가 내려왔다. 대공포트럭에서 예광탄이 올라갔고 벙커주변의 대공포도 그 뒤를 이었다. 한대가 날개를 맞고 뒤로 뒤집어지더니 옆의 다른 기체를 들이받았다. 두대 모두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10대는 1m도 벗어나지 않고 우리에게 45도 각도로 급강하했다. 작은 로켓탄이 파상폭격하듯이 떨어져 다리 일대는 온통 불바다였다. 우리에게도 파상폭격이 떨어졌는데 그 중에 하나를 정확하게 판터를 맞췄다. 우리 전차도 충격으로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슈트루모빅IL-2은 RS-82 로켓탄을 8발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동쪽 하늘에서 다시 날아들었고 대공포가 다시 불을 뿜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번에도 로켓탄이 우리에게 떨어져서 전차 사이에는 어떤 것도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화염과 파편을 날렸다.

파편에 맞을 때마다 차체가 흔들거렸는데 관측창으로 밖을 보니 다른 전차도 마찬가지였다. 4호전차 한대는 포탑에 맞아 포탑 옆면 해치가 날아갔다. 다른 폭탄이 바로 옆에 터지면서 내폭을 일으켜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판터 한대는 전면장갑을 맞았지만 그대로 튕겨 나가 우리 뒤의 강으로 사라졌다. 판터는 두발을 더 맞고 큐폴라와 엔진룸 데크가 박살났다. 큐폴라가 날아가면서 전차장의 피투성이 머리가 보였다. 다른 승무원은 번지는 불길을 피해 급히 해치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들이 전차장을 빼내려고 애쓰는 동안 다른 한발이 내려와 모조리 날려버렸다.

 

슈트르모빅이 사라지자, 나는 해치를 열고 관측창에 쌓인 흙더미를 털어냈다. 우리 타이거 3대는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판터와 4호전차 한대가 승무원과 함께 불덩이가 되었다. 다른 전차들도 엉망이 되었지만 아직은 움직일 수 있었다.

벙커를 맞춘 몇 발은 지붕을 뚫지 못하고 튀어나가 뒤에 있던 보병참호를 쓸었다. 참호 하나는 보병들의 무덤으로 변했다. 대공포트럭이나 다른 대공포는 온전했다.

정오가 폭파예정인 다리는 무사했다. 우리는 앞으로 한시간은 버텨야 했다. 관측창을 깨끗하게 닦은 후에 자리로 돌아오니 맙소사하는 빌프의 목소리가 내려왔다. ‘괴물들이 몰려온다.’

 

그는 높은 자리에서 조준경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멀리 볼 수 있었다. 나도 쌍안경을 들고 비탈길 너머를 보니 거대한 괴물들이 포신을 우리쪽으로 향한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소비에트 유니온Soviet Union이라고 부르는 자주포전차였다. T-34 런닝기어에 거대한 15cm 전함포를 올렸고 전면장갑과 포방패는 무척 두터웠다. 독일의 어느 전차보다도 큰 전차였다. 타이거와 판터를 모두 격파할 수 있어서 러시아 포로는 고양이과사냥꾼Cat-hunters이라고 불렀다.

이런 괴물이 최소한 12대는 더 되어 보였다. 우리가 먼저 초탄을 쏘았다. 빌프가 쏜 초탄은 SU전차의 전면장갑을 맞췄지만 튕겨 나가 비탈길 너머로 사라졌다. 빌프는 2초도 안걸려서 다시 포탄을 쏘았는데 조종사는 장전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SU-152는 2km 밖에서도 100mm 정도의 장갑을 관통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고질적인 차체불안때문에 약 700대만 생산하고 IS 차체를 이용한 ISU-152로 교체했습니다. 공수 모두 우수했고 생산량도 독일전차를 압도했기 때문에 이제는 타이거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