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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2차대전

동부전선 타이거 이야기 (8부)

by uesgi2003 2017. 6. 9.


다른 이야기로 옮겨 가고 싶은데 타이거 이야기를 기다리는 분이 많아서 계속 정리하고 있습니다. 


동부전선 타이거 이야기 (8부)


우리는 전면장갑에 한 발을 정통으로 맞췄고 철갑탄이 안으로 들어가 요동을 치면서 차체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박살이 난 운전병 해치로 피투성이의 몽골인이 보였다.

T-34는 멈추지 않고 도이치트럭 한대를 들이 받고는 타이거도 들이 받을 것처럼 달려왔다. 털코트를 입은 SS장교는 트럭에서 뛰어내려 달아나다가 급히 후퇴하는 타이거 트랙 아래로 사라졌다. 타이거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계속 후진했다. 멋진 털코드가 다시 트랙으로 나왔을 때에는 진흙투성이의 넝마가 되었다.

다른 두 대도 우리를 바로 지나쳐 도로를 건너갔다. 철갑탄을 맞았던 T-34는 결국 멈췄는데 해치가 열리고 피투성이의 두 명이 뛰어내렸다. 철갑탄이 포탑을 뚫고 내폭을 일으켜 파편이 하늘에서 쏟아지는데도 복수심에 불타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쿠르트는 가볍게 비웃으며 기관총을 잡았다. 특수탄의 효과는 엄청났다. 한 명은 얼굴이 아예 사라졌다. 다른 한 명은 팔이 바로 잘려 나갔고 배에서 내장이 흘러내렸다. 두 명은 모두 몸에서 연기를 뿜으며 SS의 담배와 포도주 위로 쓰러졌다.

전차를 돌려라. 파우스트. 정신차려 이 새끼야.’ 헬만의 목소리가 수신기에 울렸다. 머리를 흔들고 타이거를 돌리다가 다시 수송트럭을 뭉개며 반대편으로 통과한 T-34를 상대했다. 그 놈들도 달리는 힘을 못이기고 몇 백미터를 달린 후에 선회하고 있었다.

소련 내에서 끌고 온 몽골인이라면 두려움을 모르는 병사들이었다. 생사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는 정말로 두려웠다.

 

T-34는 미친듯이 포탄을 날리며 달려왔다. 공장에서 바로 직행한 철제 차체는 러시아의 일부분처럼 느껴졌다. 트랙을 날렸는데도 포격을 멈추지 않았고 한대의 포탑이 날아갔는데도 다른 한대는 여전히 달려왔다.

쿠르트와 내 사이의 전면장갑에 한 발을 맞아 약간의 틈이 벌어졌다. 우리 측면을 노리고 한쪽으로 돌기에 나로 타이거를 그 방향으로 선회시켰지만 연료가 바닥나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T-34의 포탑을 맞췄는데 계란을 깨트린 것처럼 승무원이 아래로 떨어졌다. 차체에도 한 발을 맞춰 엔진에 불이 났는데도 계속 달려왔다. 전면장갑에 다시 한 발을 맞추자 옆으로 미끄러지며 멀어져 갔다.

 

불타는 T-34 너머로 다른 전차들이 다가왔다. T-34와 비슷했지만 포탑이 없었고 차체 위에는 적군 헬맷이 가득 찼다. 포탑이 없는 전차에 보병을 태운 것이었다.

우리는 철갑탄을 날려 차체를 정확하게 꿰뚫었고 차내에서는 신체와 화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다시 고폭탄을 맞은 수송전차는 뒤집어지면서 10여명의 보병을 땅에 쏟았다. 다른 수송전차는 두 발을 맞았지만 모두 튕겨냈고 포의 사각 아래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대공포가 포문을 열었다.

20mm 탄 대부분은 경사장갑을 맞고 튕겨 나갔지만 부주의하게 머리를 내밀고 있던 몇 명의 머리를 날려보냈다. 잘린 머리는 기관포탄과 함께 도로 반대편으로 떨어졌다. 대공포가 커다란 20mm 탄창을 하나씩 끼우느라 잠시 포격을 멈췄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보병이 차체에서 뛰어내렸다. 격파된 T-34의 화염이나 잔해가 날리는데도 조금도 움츠리지 않았다. 우리도 마지막 남은 하노마그에서 장갑척탄병이 내려 합류했다.



이런 모양의 보병수송전차였습니다. 이 모형은 모델러의 상상입니다. 



T-34는 매우 다양한 변형이 있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유전화재 진압전차입니다. 미그 21의 엔진 2개를 장착했습니다.

 

하노마그 도구상자에서 꺼낸 도끼로 목을 찍었고 다른 병사는 곡괭이로 이반의 가슴을 찍었다. 적군도 바로 정신을 차리고 사격을 시작했지만 하노마그 차체 기관총이 2명을 먼저 쓰러트렸다. 기관총병은 바로 다른 이반의 총탄을 맞았다.

쿠르트는 차체 기관총을 조준하면서 안타까워했다.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끼어들기에 너무 위험했다. 다른 타이거도 보병의 백병전은 그대로 둔 채로 스텝 건너 편을 경계했다. 타이거에 접근하는 이반은 기관총 세례를 받았다.

탄약이 떨어진 장갑척탄병이 수세에 몰리며 점차 숫자가 줄어들었다. 결국 3명의 이반만 살아남아 하노마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헬만이 인터콤으로 이반놈들, 누군가를 찾고 있네? 거기에는 없지라고 중얼거렸다.

 

우리에게 수류탄을 던져 잠시 시야를 가린 후에 근처의 타이거로 몰려갔다. 한 놈은 기관총으로 죽였지만 다른 두 놈이 타이거 포탑 뒤로 올라갔다. 타이거는 급선회하며 두 놈을 떨어트렸지만 바로 뒤에 엔진룸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타이거는 동력을 잃고 멈췄다. 배기관에서 화염이 나왔다. 엔진에 불이 붙었다는 뜻이었다. 쿠르트는 이제 타이거가 3대 남았네라고 말했다. ‘타이거 3대의 전투단이라니.’

나는 대공포도 있어. 덕분에 가솔린도 얻고 말이야라고 대답했다. 타이거 전체로 불이 옮겨 붙기 전에 달려가 드라이버 해치를 열고 관측창을 빼냈다. 그 동안 정말 필요했었다.

 

우리는 도이치 수송트럭에서 연료를 빼냈다. 하늘에서 내리던 눈발은 이제 상당히 굵어졌다. SS 트럭답게 연료가 가득했다. 눈발 덕분에 공습을 피할 수 있어도 적 주력부대는 피할 수 없었다. 우리가 미친듯이 작업하는 동안 지나던 병력이 5km 밖에 적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어쩌면 3km일지도.

연료계 눈금이 30km 정도를 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다른 두 타이거도 연료를 보충했고 하노마그의 연료는 대공포트럭으로 옮겨주었다. 전차를 잃은 승무원은 대공포트럭에 실었다. 길에 쓰러진 시체에서 소화기 탄약도 보충했다.

마지막 도이치 수송트럭의 화물이 궁금했다. 암시장 물건일까? 아니면 혹시라도 식량? 일부러 타이거를 몰아 트럭의 옆면을 찢었다. 화물칸은 나이트 클럽과 같았다. 벨벳이 벽에 처져 있었고 상들리에가 위에서 흔들거렸다. 소파에는 나이트가운을 입은 여성 6명이 놀란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말만 들었지 처음으로 보는군.’ 쿠르트가 말했다. ‘장교용 이동 위안소야. 추운 날 따뜻하게 해주겠지?’

파우스트 이동하도록. 다른 전차를 따라가도록.’ 헬만이 명령했다. 우리는 상처투성이의 창녀를 그대로 두고 앞으로 향했다.

쿠르트는 뒤에 있는 러시아 포로를 보며 말했다. ‘정보부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결국에는 저것의 입을 여는 방법이 있어.’

여성에게서 바로 정보를 빼내는 고문에 대해 들은 것이 있지만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겨우 3대의 타이거만 남았다. 타이거가 잔해를 밀어내며 길을 터주면 대공포트럭이 비틀거리며 뒤를 따라왔다. 발목까지 잠기는 진흙에 버려진 큐벨바겐과 대구경포를 모두 깔아 뭉갰다. 지나던 병력이 태워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우리는 강에 도착하면 바로 방어에 투입되어 퇴로를 확보할 것이다. 후퇴하는 병력과 달리 우리는 전장을 떠날 수 없었다.

강은 저 등성이 너머다. 도로를 잘 따라가도록.’ 관측창을 새로 끼웠는데도 도로가 점차 희미해졌다. 앞으로 나갈수록 그나마 희미하던 도로는 사라지고 광활한 눈밭으로 변했다.

 

아침이면 2m는 되겠는데. 3m일지도. 내일은 다리를 두고 눈싸움을 벌이겠군.’ 쿠르트가 중얼거렸다. 앞에 있던 대공포트럭이 비틀거리며 트랙이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선두 타이거가 뒤로 가서 밀어 올렸다.

마침내 강이 보였다. 양쪽의 흰색 강변 사이에 넓은 흑색 띠가 있었고 강물 위에는 구름이 반사되고 있었다. 쌍안경을 도강지점을 살피자, 심각한 상황이 바로 파악되었다.

다리는 100m도 안되는 길이의 철제 구조물에 불과해서 후퇴 후에 바로 폭파시킬 수 있었지만, 양쪽 강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다리를 폭파하더라도 공병대가 몇 시간 만에 새로 다리를 놓을 수 있었다. 여기를 내주면 적군은 하루도 안 걸려서 서쪽강변에 올라 제국국경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강으로 내려가는 비탈길은 차량으로 엉켜 난장판이었다. 포탑에 증가장갑을 두른 구형 4호전차가 도강지점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적십자 의료트럭도 그 뒤를 따랐는데 차가 요동칠 때마다 안에서 고통받을 부상병이 불쌍해졌다.

하노마그와 장갑차가 내려갔고 양 옆에는 소총을 어깨에 맨 보병이 말없이 줄을 이었다. 도로는 완전히 사라졌고 차와 보병 모두 넓게 퍼져 비탈길을 내려가며 길을 찾았다.

도강지점은 대형 콘크리트 대전차포 벙커 2개와 참호에 틀어박힌 판터 몇 대가 지키고 있었다. 다리 위에도 차와 사람으로 가득했다. 다리 곳곳에 철제 표식을 목에 건 헌병이 보였다. 질서를 잡기 위해 가끔 공중에 총을 쏘았다.



증가장갑을 두른 4호 전차 H형입니다. 차체에 5mm, 포탑에 8mm 장갑을 보강해서 모양새는 그럴 듯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야를 크게 좁히고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출력이 더욱 저하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의 전차는 일부러 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J형부터는 증가장갑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망사형 증가장갑도 있었습니다. 

 

지상의 슈투카라고 부르는 하노마그가 보였다. 차체 양 옆에 로켓 발사기를 단 차량이었는데 이동 중에 중심을 잃고 강 아래로 미끄러졌다. 몇 초 동안 후진으로 안간힘을 쓰다가 시꺼먼 강물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차내에서 탈출하는 사람이 안 보였다.

헬만이 4호 전차를 따라 비탈길을 내려가도록이라고 명령했다. ‘트랙자국을 잘 확인하고. 저 녀석들이 잘 내려가면 우리도 그럴 거다.’

헌병장교가 MP40을 누군가의 머리에 겨누고 등을 걷어차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눈밭에는 즉결처형된 시체가 여러 구 버려져 있었다. 부츠를 벗겨 시신 앞에 나란히 두었는데 지나던 병사들이 앞다투어 가져갔다.

부상병이 눈 위에 누워 도움을 요청했다. ‘부상병을 실을까요?’ ‘아니. 다른 사람이 도와줄 거다. 그대로 가도록.’



제조사의 이름대로 하노마그라고 부르는 Sd.Kfz 251는 15,300대 정도가 제작되었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개전초부터 종전까지 전선의 상황에 따라 급조되었습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도끼는 옆의 공구함에서 꺼낸 것입니다. 





Sd.Kfz 251/1-II 형은 28/32cm의 로켓탄 부르크쾨르페르 슈프렝Wurfkörper Spreng을 장착해서 지상의 슈투카로 불렸습니다. 

이 로켓탄은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무척 강력한 화기였습니다. 특히 32cm 탄은 50리터의 인화물질을 터트려서 사방 200m의 공간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거리고 최대 2.2km로 아래 사진처럼 집중포격할 경우 그 일대는 초토화되었습니다. 


 

비탈길을 내려가는 데만 한시간이 걸렸다. 다리 앞에서는 차량이 서로 엉켜 욕설을 퍼부었다. 한 명은 우리 앞의 4호 전차에 깔려 다리가 잘렸다. 4호 전차는 그대로 전진했고 졸지에 봉변을 당한 병사는 그대로 버려졌다.

우리는 주저 앉은 3호 돌격포를 길가의 깊은 눈속으로 밀어냈다. 승무원은 차체에서 몸을 내밀고 욕을 하고 위협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침내 다리 앞에 도착했다. 헬만은 벙커 옆에 서 있는 병사에게 지휘관이 누군인지 물어보았다. 그 병사는 경례 후에 벙커 안을 손짓하고는 다시 눈길을 돌렸다.

 

MP40을 들고 헬만을 따라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벙커 안은 나무난로와 전등 덕분에 상당히 따뜻했다. 지휘관은 흰머리가 많고 충혈된 포병장교였다.

다리 방어를 위해 타이거 3대와 대공포 1문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주 좋아. 타이거를 판터 옆에 배치하게. 적군이 바로 공격해올 것 같군. 전선이 무너져서 상황을 예측할 수 없네.’

군정보부에 넘길 중요한 포로가 있습니다.’

그 놈을 트럭에 태우게. 헌병이 떠날 때에 데리고 갈걸세.’

여성입니다. 군정보부에 직접 넘겨야 합니다. 아주 중요한 포로여서 적군이 되찾으려고 혈안이 되었습니다.’

스탈린의 첩이라도 되나? 귀관은 여기에서 우리를 도와야 하네. 포로를 데리고 있던지 헌병에게 넘기도록. 알아서 하게.’



여기에 등장하는 판터는 이렇게 포탑만 내놓고 참호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베를린 시가전에서는 이런 신세가 됩니다. 




 

헬만은 망설였다. 그는 포로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했다. 헌병에 넘기면 지금까지의 수고가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적군이 몰려드는데 포로를 바로 뒤에 둘 수도 없었다.

포로를 다리 너머로 보낼까요?’라고 물었다.

아니. 그녀가 혼란 속에 죽거나 도망치면 무용지물이 된다. 타이거에 그대로 둔다.’

타이거로 돌아가자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쇠사슬은 포탑 안에 그대로 있었지만 그녀는 없었다. 공군조종사도 보이지 않았고 빌프와 쿠르트는 의자에 앉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빌프를 발로 차 깨웠다.

그 망할 년, 어디에 있나? 그 개자식은 어디에 갔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