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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와 드라마

영화 1987의 배경 - 최루탄 이야기

by uesgi2003 2017. 12. 28.

 

영화도 안보고 그 당시 이야기를 하는군요. 그냥 당시 착잡한 생각이 나서 자꾸 주절리니까 양해부탁드립니다. 영화 1987 감상기를 보니까 고 이한열씨 사망장면도 나오는 모양이군요.

 

아마 최루탄 발사장면이 좀 나올 것 같아서 당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최루탄은 아래 사진과 같이 커다란 원통상자가 고속으로 날아가는 무척 위험한 무기였기 때문에 절대로 직사를 해서는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악질들이 눈을 피해 교묘하게 직사를 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머리는 어쩌다 있는 일이고 주로 발목을 노렸죠.

 

보통 시위를 하면 처음에는 스크럼(어깨동무)를 짜고 교문으로 나가는데, 이 순간에 하늘 높은 곳에서 터져야 할 최루탄이 아스팔트를 퉁퉁 튕기며 날아들곤했습니다. 일부러 노리고 아래로 쏜 것입니다.

 

당황한 앞열은 펄쩍뛰며 피하지만 뒷열 누군가는 피하지 못하고 발목을 맞아서 발목이 부러지거나 심하게 찢어져서 급히 병원으로 실려가는 일이 계속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스크럼이 없는 느스한 행진을 했던 것으로 압니다.

 

가끔 담너머로 방석모를 쓴 후배를 보게 됩니다. 강제로 전경에 끌려간 후배들인데 어쩔 수 없이 서로 싸우게 됩니다. 이 경우는 앞과 정반대인데, 일부러 탄약 중 일부를 털어내서 얼마 날지도 않고 힘없이 떼구루루 굴러 오죠. 물론 지연신관이 있으니 터지기는 합니다만 최루분말이 땅위에 퍼지니 효력이 거의 없죠. 

 

제가 좀 나댔는지 어느 놈이 제 머리를 향해 직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날아오는 최루탄을 보고 바로 주저 앉았는데 '휘리리릭~'하는 끔찍한 소리가 머리 위를 넘어가더군요. 당시 하루 몇시간씩 농구를 즐길 때라 운동신경이 저를 살렸죠.  

 

나중에 지랄탄이라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교문 앞을 3대 정도로 막고 융단포격을 하면 (캠퍼스가 특히나 작은) 외대의 경우에는 요즘 미세먼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하얗게 덮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비주얼과 달리 가장 견딜만한 무기였습니다. 손가락 길이 정도의 검은 탄이 굴러다니면 다들 걷어차서 날려버렸습니다. 

 

그리고 주로 백골단이 사용하던 사과탄이 있었습니다. 수류탄처럼 투척하는 무기인데 이것도 꽤 위험했죠.

 

실제로 가슴에서 터져서 실려가 파편제거수술을 받은 학우도 있었습니다.  

 

 

보통 시위 그리고 투석전이 벌어지면 4~5시간 계속되기 때문에 최루탄을 많게는 10번 정도까지 뒤집어 씁니다. 처음에는 기절할 것 같고 토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중에는 만성이 되죠.

대신에 땀에 젖은 온몸이 따갑습니다. 

 

그래서 선배에게 '비 좀 오면 좋겠는데요'라고 했더니 '그럼 더 죽어나'라고 하더군요.

폭우가 아니라 이슬비가 오면 공기흐름이 멈춰서 최루탄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그 날 처음으로 토해봤습니다.

 

외대는 하도 담을 무너트려서 가두진출하고 인도의 보도블록을 깼더니만 군 제대하고 나니 담은 철근을 넣은 콘크리트로, 교내외 인도는 투수 아스팔트로 공사했더군요. 안기부가 돈 대줬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진실은 모르죠.

 

6월 항쟁 당시에는 총학생회가 대형트럭으로 벽돌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PS. 학생회관에서 밤을 새운 적이 있었는데 한 밤 중에 어느 학우가 술에 취해서 운동장 바닥을 기어다니며 통곡을 하더군요. '민주야~' '민주야~'라고 울부짖던데...

그냥 우리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애닳는 절규라고 마음대로 생각하기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헤어진(?) 여친이름이지 않았을까요?

 

PS. 1. 대학에 상주하던 안기부 분소가 언제부터 철수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만, 공강시간에 잔디밭에 둘러 앉아 아침이슬 등을 불렀더니, 대놓고 한참 노려보고 지나간 안기부 아찌도 기억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