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는 러시아공국시절부터 오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앞에서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도시입니다.
가실 분이 있다면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할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짧은 경험을 공유하겠습니다.
1. 비행기
보통 아에로플로트Aeroplot 직항으로 가게 될겁니다. 확실한 날짜 정하고 과감하게 예약하는 것이 돈을 절약하는 첫번째 방법입니다. 직항 9시간이 넘는 거리인데도 65만원에 왕복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115만원까지 오르니까 확실한 출발일정을 정하세요. 대항한공 마일리지도 공유되니까 꼭 챙기시고.
출발편은 비상구잡겠다고 일찍 나갈 필요없습니다. 비상구는 10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듭니다. 그리고 좌석은 하루 전에 아에로플로트에서 메일로 알려주는 링크를 통해 미리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귀국편은 비상구가 유료가 아닙니다. 일찍 가서 반드시 비상구좌석부터 요구해보세요. 체력이 방전되어서 유료로 구입하려고 했더니만...
"비상구 좌석이 남아 있나요? 얼마죠?"
"당신 영어 잘하네! 비상구 좌석이 있어요. 그리고 무료입니다."
"??? 비상구 맞아요? 비상구 구역이 아닐 것 같은데요?"
"아 의심도 많네. (모니터를 보여주며) 여기가 좌악 비상구구역인데 여기 여기 좌석을 줬잖아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보잉 737 종특인지 아에로플로트 종특인지 모르겠지만 이코노미 좌석이 좀 작은 편이어서 귀국편에서 고생할 뻔 했습니다.
2. 호텔
아마도 부킹이나 호텔닷컴 등으로 모스크바 주요 관광지 주변을 먼저 살펴보게 될 겁니다.
초행이라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안좋은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붉은 광장 근처에 먼저 눈이 갈텐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모스크바 중심가의 치안은 무척 좋습니다. 그리고 지하철과 택시가 무척 편하고 저렴합니다.
지도만으로는 복잡해서 강건너 또는 지하철 30분 거리가 꺼려질텐데 다시 한 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범위를 크게 넓혀서 외곽 지하철 부근이나 도심의 에어비앤비 아파트를 골라보세요. 하루 7만원 정도에 상당히 괜찮은 숙박을 잡을 수 있습니다.
같은 값이라도 붉은 광장 부근의 호텔은 작고 엉성한 반면에 상업지구의 호텔은 초대형으로 훨씬 편합니다.
3. 대중교통
택시... 무척 주의해야 합니다. 한국처럼 길거리에서 바로 잡을 수 있는데 악명이 높습니다. 일단 공항에 내리면 목에 공인택시Official Taxi라는 명판을 달고 있거나 호객행위하는 택시는 외면하시길. 엉성한 영어로 네고를 해놓고는 도착하면 잔돈이 없다던가 그런 협의가 없다며 뒤집어 씌웁니다. 택시비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차액 몇백 루블(1루블 = 약 18원)은 팁으로 줄 수도 있지만 몇천 루블은 완전히 다르죠.
호텔로 정한 경우 미리 택시픽업을 부탁해보세요. 만약 3,000 루블을 부른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하시고 1,500 루블을 부른다면 예약해도 될 겁니다. 하필이면 입국시간이 퇴근시간이라 엄청난 교통체증에 걸립니다. 국제공항에서 주요 호텔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릴 수 있으니까 화장실은 반드시 들려야 합니다.
예상 외로 오래 걸려도 한국처럼 미터기를 노려볼 필요가 없습니다. 협의된 비용만 호텔에 지불하면 됩니다. 너무 미안하면 몇백 루블 팁으로 주시고.
모스크바 일대는 교통지옥입니다. 언제라고 할 것도 없이 도심과 외곽모두 엄청나게 막힙니다. 시간을 촉박하게 정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공항을 나서며 택시를 부르면 됩니다. 미국의 우버Uber처럼 러시아는 얀덱스Yandex가 있습니다.
한 번은 이용하게 될테니까 미리 얀덱스 앱을 설치하고 신용카드도 등록해두세요. https://taxi.yandex.com
모스크바는 택시가 워낙 많아서 바로 예약이 잡힙니다. 그런데!!! 정말 주의해야 합니다.
모스크바 택시운전사는 영어가 아예 안됩니다. 공항은 찾기 쉽지만 외곽은 택시운전사가 지리를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GPS가 찍힌 곳으로 오지 않고 내 주변을 빙빙 돌거나 엉뚱한 곳에 정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채팅이나 전화는 아무런 소용이 없죠. 우선 내 자신이 주변을 모르니 말입니다.
반드시 찾기 쉬운 곳으로 이동해서 불러야 합니다. 아니면 주변 적당한 러시아인에게 부탁해서 운전사와 통화하고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모스크바 택시는 정말 무섭게 거칩니다. 우리나라 난폭운전은 애교일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차를 운전합니다. 외국인이 뒷좌석에 타고 있는데도 과속방지턱 그냥 넘어갑니다. 추돌직전에 급브레이크 밟습니다.
처음에는 공포스러웠는데 나중에는 제 시간 안에 도착하겠다는 묘한 안심도 듭니다.
어차피 공항에서 호텔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짐이 많지 않다면 지하철이 낫습니다. 그리고 말안통해서 속 끓이느니 2~3분마다 오는 지하철이 차라리 낫죠.
처음에는 많이 헷갈리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모스크바 관광은 지하철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비용도 우리나라와 다르게 너무 저렴합니다.
창구를 보면 We Speak English라는 창구가 있습니다. 이야기가 자꾸 번지지만, 러시아는 영어가 거의 불통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창구에 영어대화가능이라는 창구가 있을 정도입니다.
3일에 415루블인가 했던 기억인데, 1일 3일 7일 권이 있습니다. 들어갈 때에만 정액권을 대고 나올 때에는 그냥 나옵니다. 겨우 7,000원 정도로 3일 동안 횟수와 거리제한 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는 웬만한 건물이면 검색대를 거쳐야 합니다. 지하철은 물론이고 백화점도 보안검색대가 있습니다. 박물관 위주로 관광한다면 하루에 10여 차례 검색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역에 따라서는 100미터 정도를 아찔하게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합니다. 이렇게 가파른데도 젊은이들은 뛰어내려가더군요.
이제 지하철 주의사항입니다.
출근시간에는 엄청나게 붐비고 러시아사람들이 무척 거칩니다. 가능하면 출근시간대에는 이용하지 않는 편이 멘탈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은 붉은색 M 표시가 있는데 표시가 없거나 출구와 입구가 서로 다른 역이 있습니다. 헷갈리면 주변에게 메트로? 라고 물어보세요. 2일 동안 삥돌아서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건물 지하입구가 지하철입구라는 것을 알고는 허탈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생겼다면 일단 지하철역으로 생각해도 됩니다.
우리처럼 노선특유의 색을 잘 구분하면 되는데 환승역의 경우 노선마다 이름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시청역은 1호선 2호선 모두 시청역이지만 모스크바는 1호선 시청역, 2호선 서울시역, 3호선 박원순 사무실역 이렇게 이름이 달라집니다. 모두 같은 역입니다.
지하철 노선도에서 회전구간으로 표시된 역이 환승역입니다.
열차를 놓치더라도 절대로 뛰지 마세요. 열차는 겨우 2~3분만 기다리면 바로 옵니다.
4. 공연
모스크바를 겉모양만 보기 위해 간다면 정말로 껍데기만 맛보는 여행이 됩니다. 세계각지의 유명 아티스트 그리고 러시아 특유의 짙은 공연을, 그것도 국내와는 비교도 안되게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볼쇼이 발레단 등의 클래식 공연은 물론이고 도심의 재즈카페부터 볼쇼이 서커스까지 무척 다양한 공연이 있습니다.
우선 일정에 맞춰 이 사이트부터 찾아보면 됩니다. https://www.ticketland.ru/
구글 자동번역하면 이렇게 나올텐데 자신이 원하는 모든 형태의 공연과 이벤트가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재즈공연과 핑크 플로이드 헌정공연을 찾았는데 좌석이 너무 마음에 안들더군요.
그래서 공연장을 찾아 직접 좌석을 예약했습니다.
아래의 재즈카페 공연은 어디에서 예약하던 상관이 없고 그래도 대형사이트에서 예약하는 편이 안전하지만 대형공연의 경우에는 각 판매사이트에 할당된 좌석이 따로 있기 때문에 아예 공연장 사이트에서 전체 좌석 중에 고르는 것이 낫습니다.
결제창은 구글번역이 안되고 러시아어로 나오는데 고생스럽더라도 그걸 복사 붙여넣기로 번역하면 됩니다. 결제에 성공하면 자신의 이메일주소로 표가 날아갑니다. 입장할 때에 제시하면 됩니다.
그런데 핑크플로이드 헌정공연에서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크로쿠스 시티홀Crocus City Hall 사이트에서 결제는 성공했는데 이후 빈페이지가 나오면서 에러가 생겼고 그대로 날아갔습니다. 당연히 표는 안 날아왔습니다.
결제사이트와 크로쿠스 시티홀 고객담당자에게 연거푸 이메일을 날렸고 이메일로 표를 받았습니다.
어렵게 즐긴 대형 락 공연입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핑크 플로이드의 대곡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울트라복스Ultravox의 비엔나Vienna를 밋지 유르Midge Ure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엄청난 행운을 즐겼습니다. 노령이라 염려했었는데 목소리 어마어마하더군요.
그리고 재즈카페에서 즐긴 러시아 재즈그룹의 공연입니다.
이런 작은 공연을 특히 추천하는데, 겨우 15,000원 정도로 90분 공연을 즐길 수 있고 무대가 워낙 가까워서 어쿠스틱 음향을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언어만 통한다면 가수나 연주자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일정까지 꽉채워 즐긴 볼쇼이 서커스입니다. 원숭이끼리 싸우고 호랑이는 무척 예민하고 여성은 줄에서 미끄러지고... 사고와 해프닝의 연속이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서커스는 만나기 어렵죠.
http://www.greatcircus.ru 이 사이트에서 직접 예매할 수 있는데 중간의 하늘색 좌석이 겨우 34,000원 밖에 안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앞의 3,000루블 좌석을 강추합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5. 환전
루블은 절대로 국내에서 환전하면 안됩니다. 환전은행도 거의 없는데다 환율이 무척 안좋습니다.
해외사용가능한 체크카드를 만들고 모스크바공항 ATM에서 루블인출하면 됩니다. 인출할 때에는 딱 떨어지게 5,000루블 식으로 인출하지 말고 뒷자리를 남겨두어야 소액권이 나옵니다.
그리고 박물관마다 ATM이 있기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환율도 가장 좋습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환율이 나빠지면 결제 시에 불필요하게 추가지출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카드회사 수수료가 또 붙습니다. 환율이 좋아진다고 해도 ATM에서 현금인출하는 것보다 좋아질 수 없습니다.
6. 팁
미국과 달리 팁을 강요하는 곳은 없습니다. 택시비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택시도 내 마음에 들면, 20% 정도 후하게 주면 되고, 식당에서는 팁을 은근슬쩍 부탁하는 곳이 있습니다. 반드시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업원의 태도를 보고 판단하면 됩니다.
저는 어차피 루블을 다시 가져와도 환전할 수 없기 때문에 싸가지없는 (일부 정말로 싸가지 없는 애들이 있습니다) 종업원에게도 약간의 팁을 주었습니다. 막판 초난폭 운전으로 공항에 번개처럼 도착한 운전사에게는 남은 루블 털어줬더니만 택시 세우고 내려서는 악수까지 청하더군요. 총금액은 사실 얼마 안하지만 원래 요금의 몇 배를 팁으로 받았으니 기분이 좋을 수 밖에요.
다시 한 번, 팁은 필수가 아닙니다. 미국은 아예 팁을 무려 20%나 붙여서 처음부터 청구하는 음식점도 많지만 모스크바는 그러지 않습니다. 알아서 판단하세요.
7. 기타
박물관과 공연장은 반드시 외투를 맡겨야 합니다. 보통 지하층에 있는데 버티지말고 알아서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스마트폰 촬영은 되는데 똑딱이 촬영은 안됩니다. 이해가 안되는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죠. 보통은 촬영값이 따로 있습니다. 속편하게 추가비용 지불하고 편하게 촬영하세요.
크레믈린 안의 아머리 챔버Armory Chamber 등은 입장인원을 엄격히 제한해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합니다.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https://www.kreml.ru/ 여기에서 아머리 챔버와 성당을 예매할 수 있습니다. 꼭 하고 가세요. 아머리 챔버는 반드시 봐야 할 황실 유물이 가득합니다. 다시 한 번, 아머리 챔버는 반드시 가야 합니다.
그리고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여권을 들고 가야 합니다. 저는 그 동안 확인없이 입장했기 때문에 여권없이 갔다가 신용카드 보여주고 간신히 교환했습니다.
현지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무척 많습니다. 특히 크레믈린과 같은 특정 지역은 중국인 관광객이 절대 다수입니다. 절대로 편견을 갖고 싶지 않습니다만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함께 다니지 마시길. 워낙 험한 꼴을 많이 봐서 급히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심지어 크레믈린 안의 도로에서도 가래침을 뱉고 성당 안이 다 울리게 방귀를 껴서 관광객들 모두 도망치게 만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들려야 합니다. 지하철은 물론이고 웬만한 건물은 화장실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지하철 외부에 유료 화장실이 있지만 겨울에는 난감합니다. 다행히도 박물관은 화장실이 잘 되어 있고 푸드코트 등은 유료 화장실이 있습니다. 어떤 유료 화장실은 소변 한 번에 1,000원을 내야 합니다. 그러니 스타벅스 등을 볼 때마다 꼭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스타벅스 커피 맛이 꽤 좋았기 때문에 커피도 즐기시길.
음식 등은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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