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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이파이홈씨어터

정민아씨의 4집 '사람의 순간'을 듣고 있습니다.

by uesgi2003 2014. 3. 24.


요즘은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서 눈물만 머금고 있지만, 한창 잘 나갈 때에는 많은 공연을 찾아다녔다고 자랑한 적이 있었죠?

고 김현식씨의 공연이 쫄딱 망해서 10명 내외로 본 적도 있고, 전인권씨 최절정기에 느슨한 공연도 봤었고, 한영애씨가 있던 신촌블루스 공연도 찾아다녔고, 봄여름가을겨울 데뷔 때에 떨던 모습도 봤었고, 임재범씨 신인시절에 표 잘못 사서 맨 앞에서 안사람과 둘이서만 본 적도 있습니다. 


여행은 일정없이 발길닿는대로 쉬지 않고 다니는 것을 선호해서 친인척과의 여행을 심할정도로 피해서 원망이 심한 안사람도 저와 함께 한 공연과 영화 관람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 안합니다. 공연을 좋아하는 남편덕분에 또래의 친구들과 비교해도 몇 십 배는 많이 다녔으니까요. 


지금까지 경험한 공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공연은 고 김현식씨의 망한 공연, 마커스 밀러와 테이크 파이브의 공연, 그리고 제가 기획했던 정민아씨 공연이 있습니다. 아마 기억을 되살려보면 몇 번의 공연이 추가되겠지만요. 


프로그레시브 락을 즐겨 들어서 한심스럽게도 가요를 폄하하고 있던 때라 고 김현식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던 공연입니다. 안사람과 데이트하던 중에 옛 서울고등학교 철거직전(현 서울역사박물관?) 공원을 지나다가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더군요. 그 때만 해도 "신인이 공연하나 본데? 한 번 봐줄까?" 했었죠. 

역시나더군요. 신인의 공연에 맞게 관객석에는 10명 정도(기억이 가물 가물)만 앉아있더군요. 그런데 나온 가수가 잠시 동안 한 숨을 쉬더니 다들 앞으로 모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냥 가장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자, 가수가 오늘 기분도 그러니까 같이 커피나 마시러 가자고 초대했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집으로 놀러가자고 했던가요? 

저는 누군지도 모르는 신인을 따라가기에는 좀 난(?) 사람이라 그냥 안사람과 저녁 먹으러 갔습니다. 

지금은 시간은 돌리고 싶은 후회뿐이죠. 고 김현식씨의 공연을 바로 코 앞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와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이 놓치고 싶지 않죠.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많은 기회를 못 보게 됩니다. 


회사에서 마케팅을 지휘할 때에 하루 하루가 전쟁이라 스트레스를 피해서 편한 고객관리 팀으로 이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고객 요구사항을 관리만 하면 되는데 저는 마케팅에서 그래도 이름이 알려졌던 사람이라 적극적으로 온갖 이벤트를 벌이며 리드를 했었죠. 회사직원과의 체육대회를 열기도 하고, 고객팀끼리의 야구시합도 기획하고, 그리고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공연에 초대도 했죠.


그 중에 마커스 밀러와 테이크 파이브 공연이 있었습니다. IT 관리자와 개발자들이라, ET 체형의 오타쿠들이어서 상당한 위험이었는데, 대단한 반응을 얻었습니다. 제 자신도 감동했고요. 마커스 밀러의 베이스 튕김 그리고 테이크 파이브의 아이맥스 우퍼를 방불케 하는 초저음이 세종문화회관 2~3층을 울리면서, 흥분한 제가 "재즈와 락은 이렇게 듣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일어서서 신나게 몸을 흔드세요"라고 부추겼고 2층에서 막춤판이 벌어졌죠.

세계최고의 뮤지션의 음에 맞춰 아는 사람들과 추는 막춤판, 마약과도 같죠.


그래서 좀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습니다. 고객관리 팀은 힘도 없고 예산도 없는 부서였지만 제가 마케팅을 하면서 나름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에 관련부서를 찾아다니며 예산을 갈취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당시에 가장 듣고 싶었던 뮤지션의 공연을 기획해보기로 했죠. 바로 정민아씨입니다. 

정민아씨의 무엇이 되어를 우연히 듣고는 꼭 라이브로 느끼고 싶었죠. 그리고 다른 분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싶었고요. 

정민아씨의 '무엇이 되어'입니다. 격조높다고 해야 하나요? 분위기있는 목소리, 아름다운 가사, 가야금과 베이스의 중저음...



다행히 정미소라는 유명한 문화단체에 아는 분이 계셨고 그 분과 꿍짝이 맞았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객석을 어떻게 채우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초대할 수 있는 고객(당연히 무료)의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연을 성사시키려면 나머지 80% 이상의 공연장을 채워야 하는 난관이 있었습니다. 제가 힘있는 마케팅에 있을 때야 아무런 부담도 안되었지만 각 부서에서 갈취한 예산으로는 택도 없었죠.


그런데... 정미소 대표로 계시던 윤석화씨가 통크게 화답하셨습니다. 정미소의 고객도 초대해서 무료공연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정미소의 공연장 그리고 정민아씨의 연습실을 훔쳐 보고는 '오늘은 대박이다!'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정민아씨의 공연입니다. 



그리고 윤석화씨가 정민소 고객을 위해 직접 무대에 오르셨었죠. 아! 공연 중에 사진을 찍는 그런 몰지각한 사람은 아닙니다. 두 분이 허락한 시간에 찍은 사진입니다. 




안타깝게도 정민아씨는 다른 곳에 있었고, 해금, 콘트라베이스, 드럼 연주자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저 조그만 아이가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정민아씨가 얼마 전에 4집 '사람의 순간'을 공개했더군요. '가난한 아가씨'입니다. 



정민아씨 노래를 추천할 때마다 가장 먼저 알려주는 '주먹밥'입니다. 젊은 분들은 재미있으면서 슬픈, 웃프다고 하죠? 바로 공감하는 아주 재미있는 곡입니다. 



4집은 대형 시스템에서 들었으면 좋을 곡이 많군요. 정민아씨의 품위있는 목소리와 가야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편성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노래와 음악을 들려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의 공연이 많습니다. 하다 못해 길거리 공연도 많습니다. 그 중에는 임재범이나 전인권씨와 같은 전설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관심이 힘입니다. 바쁜 일정이라도 잠시 발 길을 멈추고 그들의 공연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