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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이파이홈씨어터

들국화 새 앨범 들국화 들어보시겠습니까?

by uesgi2003 2013. 12. 7.


12월 한 달은 제 서재에 놀러오시는 분에게 소소한 그러나 살아가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유혹을 계속 하는군요. 18일에는 영화 변호인 관람평이 기다리고 있을테고요. 


12월은 올 한 해를 고생한 사람들끼리 위로하고 가족과 연인의 사랑을 축복하며 즐거운 음악이 흘러야 제 맛이지만, 한 편으로는 조용히 그리고 뒤늦게 씁쓸한 외로움을 느끼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들국화의 새 앨범 '들국화'가 제게는 그렇게 다가오는군요. 27년 만에 신보가 나왔고 전인권씨의 야성은 좀처럼 죽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외로운 느낌입니다. 아마도 주찬권씨의 빈 자리때문이겠죠.


타이틀 곡이 '노래여 잠에서 깨라'가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걷고 걷고'입니다. 아마도 오랜 방황을 끝낸 전인권씨 그리고 갈등을 봉합한 들국화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겠죠. 한 번 들어보시죠.



그나마 주찬권씨가 마지막으로 활동한 지난 공연을 안사람과 즐겼기에 다행입니다. 그의 살아있을 적의 조용한 모습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들국화 공연을 TV 등으로 보면 의외로 관객의 반응이 없어서 말들이 많았죠. 귀한 공연을 제대로 놀 줄 모른다고요. 그런데 실제로 공연을 가보면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를 분위기가 전혀 아닙니다. 들국화 자체가 차분하게 공연을 하고 관객은 노래를 감상해주기를 바랍니다. '행진'과 같은 극히 일부분에서만 흥분을 못이긴 관객들이 공연장을 뒤흔들고 다시 차분해집니다. 
30년 전 쯤에 들국화 서울공연을 줄기차게 참관했던 그 당시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서운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합니다. 

저는 이제 음원파일만 구입하기 때문에 이번의 CD 자켓은 다른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DP의 Guyver 님의 사진을 허락받고 빌려왔습니다. 




주찬권님... 









전인권씨는 재미있는 기억이 있는데, 대학졸업식날 친구들과 함께 공연에 참석했었습니다. 제가 관객들 중 가장 재미있게 놀았던 모양입니다. 전인권씨가 추첨형식으로 불러서 사인한 LP를 주더군요. 굉장히 귀한 앨범이 되었을텐데 나중에 회사 여직원에게 선물로 주었죠. 

그리고 첫 직장이 월화수목금금토인 곳이었습니다. 당시는 놀토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퇴근은 9시 이후가 정식퇴근시간이었고 보통은 10시에 했죠. 너무 피곤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날은 택시로 무리를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택시가 합승(당시는 합승은 기사 마음대로입니다)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머리가 하나 쑥 들어오면서 "아저씨 평창동 가요?" 하는데...

전인권씨였습니다. 저와는 정반대 방향이라 택시 운전사는 냉정하게 출발했고 저는 "어! 어! 어!" 소리만 하다가 말았죠. 당시에는 너무 지쳤고 신입사원이라 다음 날 출근걱정이 태산같았을 때여서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만약 지금이라면, "기사양반, 평창동부터 갑시다. 요금은 내가 내겠습니다. 전인권씨 괜찮으시다면 뒷좌석에서 함께 가시겠습니까? 광팬입니다."라고 청할 겁니다. 

제가 책뿐만 아니라 음악과 영화도 무척 좋아하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그렇다고 유약한 사람은 아니고 운동도 무척 좋아해서 사회인야구 감독도 오래했던 것을 아실 겁니다. 제 한 때의 꿈이 직업 권투선수였으니까 지금도 약간의 주먹질은 합니다. 
잠시 제 자랑을 했네요... 대학 때부터 공연을 많이 즐겼는데 그러다가 걸린 대박이 몇 차례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당시에 전혀 몰랐지만, 임재범씨 신인시절의 시나위 초창기 공연이라던가, 10명도 안되는 관객으로 김현식씨 공연을 본 것이라던가...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가난한 집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용돈은 거의 못 받아서 고등학교 때에는 일주일 점심을 굶어 LP 한 장을 샀고, 대학 때에는 걸어서 공연티켓 값을 모았습니다. 

젊은 분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힘들겠지만 책많이 읽고 공연을 즐기세요. 요즘 공연티켓 값이 장난이 아니어서 굶고 걷는 것만으로 부족할테니, 메이저 공연이 아니라 길거리, 카페와 무료공연을 찾아보세요. 그 중에 미래의 들국화가 나오고 미래의 자우림이 있을테고 여러분은 귀중한 추억을 얻게 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자우림이 젊은 분들에게 보내는 노래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