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에디터 포맷이 이상해져서 문단 나누기도 이상해졌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영화나 소설이 한 번 히트치고 나면, 한동안 역사나 전사상식이 없는 작가의 황당무계한 상상력이 많은 사람들을 버려놓습니다.
명량이 개봉하면 다시 그럴 것 같아서 블로그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두었죠.
충무공의 임진장초 등의 실제역사를 인용해서 배경설명도 하고, 영화의 장면을 비교하며 허구에 대해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까지 붙여서 거듭 설명했는데도...
그리고 제가 잘 가는 사이트에도 작가의 상상력과 실제 역사를 혼동하지 않도록 설명했는데...
한 30%의 사람은 저를 거꾸로 가르치려고 합니다. 물론 그 배경은 영화와 위키입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얼마나 허구가 심한 지를 설명했으니까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고, 위키의 경우에도 좋은 자료가 많지만 맹신하면 상당히 위험한 자료입니다. 위키 초안자체가 왜곡된 시각과 오류투성이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데다가 위키 자료끼리도 상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명량의 배경, 특히 판옥선 등에 대해 알고 싶어서 제 블로그까지 찾아왔을텐데, 영화 명량에서 나왔으니까, 일본 배는 삼나무(심지어 대나무)로 만들어서 잘 부서지니까, 당파라는 말이 있으니까 저를 가르치려고 합니다.
그나마 조금 지식이 있다는 방문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일본배 '삼나무+쇠못으로 충격에 약하다' 그러니 '정면으로 들이받아도 부서진다' 입니다. 정말 한결같이 그 지식으로 가르치려고 합니다.
왜 일본의 세키부네와 아타케부네가 총통의 사격에 약한 지 그리고 판옥선과 충돌 시에 약한 지는 그 내용으로 이미 제 블로그에 2년 전에 설명해두었고 세미나에서도 여러 차례 설명했습니다.
원래 충무공께서는 당파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적선을 깨트렸다고 기록하셨습니다. 당파는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저는 총통으로 적선을 깨트린다는 의미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분하기 위해 충파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초반에는 충무공의 기록을 인용하면서 당파와 혼용하기도 했지만 영화 관람객의 오해가 너무 심각해서 그 다음부터 충파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충파도 정면으로 들이받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처럼 정면으로 들이받아서 적선을 쪼갤 정도의 추진력도 안나올 뿐만 아니라 적선의 뾰족한 선수에 판옥선이 훨씬 큰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더구나 아래 영화 명량처럼, 세키부네의 크기가 판옥선 수준으로 과장되어 있다면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죠.
충파를 하더라도 선측이나 선미를 받아서, 그것도 배를 뒤틀리게 만들어서 물이 새게 하는 것이지, 마치 망치로 내리치듯이 쪼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추진력은 요즘의 엔진에서나 가능합니다.
그리고 충무공의 당파는 오히려 충파가 아닌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충파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아주 조심스럽게 주장을 했었죠.
전사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분들도 그렇게 조심하면서 옆구리를 들이받아 침몰시켰다... 라고 의견을 내놓았는데 겨우 영화 한 편 본 사람들이 황당하게 당파! 당파! 하면서 주장하고 다닙니다.
제가 본 충무공의 자료에서도 당파는 총통사격으로 배를 부순다는 의미가 더 분명합니다.
그리고 모 해사교수님의 자료에서도 당파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해전을 아는 분은 당연한 지식입니다.
...조선 수군의 해전전술을 이야기할 때 범하는 오류 중의 대표적인 사례가 ‘당파전술(撞破戰術)’이다. 이제까지 많은 사람이 ‘당파전술’을 배를 부딪쳐 깨뜨리는 ‘충돌전술(Ramming Tactics)’로 이해했다. 다음은 옥포해전 뒤 이순신이 조정에 보낸 장계 내용인데 거기서 쓰인 당파(撞破)의 의미를 확인해 본다.
“좌부장 낙안 군수 신호는 왜대선 1척을 당파(撞破)하고, 우부장 보성 군수 김득광은 왜대선 1척을 당파하고….
합해서 왜선 26척을 모두 <총통으로 쏘아 맞혀 당파하고, 불태우니(銃筒放中撞破焚滅)> 넓은 바다에는 불꽃과 연기가 하늘을 덮었으며, 산으로 올라간 적도들은 숲 속으로 숨어 엎드려 기운이 꺾이지 않은 놈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총통으로 쏘아 맞혀 당파하고, 불태우니>라고 한 대목이다. 당파(撞破)가 배가 부딪치는 충돌의 의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당파전술은 충돌전술이 아니라 총통에서 대장군전·장군전·철환 등의 피사체를 쏘아 격파하는
총통포격전술이었던 것이다...
이래도 이해 못하는 사람은 강요할 생각이 없습니다.
많은 것을 배워야 할 분들이 삼나무, 스타크래프트, 충무공 전설 운운하면서 가르치려고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답변이 있습니다.
1. 그러면 뭐하러 힘들고 위험하게 유인해내서 원거리 총통사격을 합니까? 그냥 들이받고 다니면 되는데.
2. 예. 영화가 옳습니다.
왜군은 압도적인 전력인데도 화공선을 무의미하게 사용했고, 백병전이 벌어져서 충무공께서 마구 베어넘겼고, 구루지마는 왜장답게 마지막까지 분투했고, 배설은 불지르고 도망치다가 화살 맞아 죽었고, 조총은 수백 미터나 날아가서 두터운 송판을 부수며 살상했고, 수백 미터 밖에서도 사람을 골라가며 저격했고, 나머지 판옥선 10척은 기병돌격하듯이 충파하며 모두 쓸어버렸고...
재미있죠?
조선수군이 왜군육군을 마구 베어넘깁니다. 그러면 도대체 조선육군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을까요?
그리고 감독이나 작가는 화공선을 왜 사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기나 할까요?
어쨌든 충무공을 존경한다는 사람들이 충무공의 실제기록은 믿지 못한다는 황당한 논리가 됩니다.
ps. 이렇게까지 다시 설명했는데도...판옥선이 충돌하는 순간에 세키부네를 올라타서 누르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영화 명량에서는 세키부네와 판옥선의 높이가 같습니다.
그리고 정유재란에서는 세키부네의 크기가 많이 커져서 (여전히 판옥선보다는 작아도) 이전의 허약하고 작은 배가 아니라는 실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온, 같은 높이의 세키부네를 올라타려면 요즘 제트분사엔진처럼 선체를 들어올릴 힘이 있어야겠죠.
앞으로는 상대하지 말고 그냥 차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뭐하러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역사를 정리하며 공짜로 지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회의감때문에
블로그를 접을 것 같습니다.
마침 루리웹 회원이 판옥선과 세키부네 모형을 만드셨군요. 영화 명량에서 과장했던 그 비율입니다.
정면으로 충파를 하거나 올라타는 것이 가능한 지... 이래도 여전히 지지않고 가르치려는 사람이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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