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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자동차

GM 코리아 마케팅은 박자를 못 맞추는군요.

by uesgi2003 2015. 9. 28.


GM이 알페온을 생산한다고 할 때부터 갸우뚱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임팔라가 훨씬 잘 어울릴텐데??? GM은 고급라인을 믿었겠지만 뷰익 브랜드도 그렇고 라크로스라는 모델명도 국내에는 너무 생소한데다가 상품성도 소나타/그랜저/제네시스 누구와 비교해도 애매했습니다. 


마케팅을 오래 하다보니 감이 오는데 생각보다 정확하게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수명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과 수고가 엄청난데 특히 초반의 캐즘을 제대로 넘지 못하면 돈으로 억지로 메워야 하고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나 남과 다른 것을 찾는 얼리 어답터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알페온은 국내에서 캐즘을 넘기 무척 힘든 제품이었습니다. GM이 국내에서 준대형 고객층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업세일Up-Sale을 이끌어낼 말리부 고객층이 넓은 것도 아니었고 그랜저와 대비해서 알페온을 설명하기에 무척 힘이 들었죠. 그러니 점차 시간이 갈수록 알페온 운전석에 앉히는 것은 고사하고 전시장으로 유인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저는 DP 등의 사이트에 작년부터 임팔라를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임팔라 신형을 보는 순간 바로 직감이 오더군요. 



그리고 상품성도 국내 고객에게 딱 맞으니 알페온처럼 운전석에 앉아야만 가치를 느낄 필요가 없었죠. 4~60대 주고객층이 가장 중요시하는 뽀대,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 3대 요구사항 모두를 완벽하게 충족시킵니다. 


국내광고는 직설적으로 이 3대 특징을 자랑했어야 했는데... 역시나 GM 코리아는 엄한 이미지 광고를 하더군요. 알페온에서 그렇게 큰 실패를 해놓고도 일체의 교훈을 얻지 못했더군요. 이미지 광고는 인지도와 고객층이 확보된 후에 해도 늦지 않는데 말입니다.



상품성이 워낙 좋으니 GM 코리아의 삽질과 상관없이 제가 예상했던대로 임팔라는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캐즘을 넘어섰고 (사전계약의 허수가 아닌) 출시 한 달 만에 10,000대 계약이 성사되었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마케팅 신입사원이라도 누구나 대박을 장담할텐데... 역시나 GM 코리아의 삽질이 캐즘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금쯤이면 오프라인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여서 임팔라 돌풍을 폭풍으로 만들어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캐즘 속에 빠져서 허둥대고 있습니다. 


알페온의 실패 때문이었는지 임팔라 수요예측을 너무 낮춰 잡았고 출시 한달이 되어가는데도 고객인도분은 말할 것도 없고 시승차조차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팔라를 작년부터 기다린 저도 시승을 2주 전에 신청하고도 시승차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만 받고 있습니다. 


만약 GM 코리아 경영진이 승부수를 띄워서 초반 4,000대를 들여오고 그 중 400대를 (시승과 상관없이) 한달 전부터 주요 도시에 하루 종일 돌아다니게 하면서 오프라인 접점을 크게 넓혔다면, 매달 3,000대 이상을 수입해서 계약대기 시간을 3달에서 2주로 줄였다면 어떤 매체에서도 임팔라 돌풍 대신에 임팔라 폭풍이라는 헤드라인을 사용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넓힌 캐즘에 발목을 잡혀 내년 말에는 신형 그랜저와 힘든 싸움을 다시 벌이게 되겠죠. 그리고 마케팅 사례로 더 없이 좋은 교재가 될 겁니다.


승부수를 경솔이나 무모함으로, 우유부단을 신중으로 착각하는 마케터나 리더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전사공부를 하라고 추천하는데, 귀를 기울이지 않더군요. 마케팅 최고의 교과서는 전사인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