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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2차대전

동부전선 타이거 이야기 (1부)

by uesgi2003 2017. 4. 24.


어제 대선토론 너무 재미있어서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즐겼습니다. 보통 총선과 대선토론을 기피하게 되는데 10분을 못참고 욕설이 목구멍 가득히 차기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의 토론은 개그콘서트가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정도로 웃겨서 2시간 가까이를 웃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점 하나는, 


한 때 존경했던 안철수씨의 믿지 못할 쇠락은 마음에 걸립니다. 그 동안에는 주변에 사람을 잘못 들여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착각이더군요. 어제의 모습을 보면 주변에 사람이 남아 날 수도 없겠더군요. 



할베탈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아서 동부전선 전차전 이야기를 계속 정리하겠습니다. 

지난 판터 전차장이 타이거 운전병하던 1943년 이야기이니까 할베탈출과 이어집니다. 

너무 극적인 상황이 많아서 일반 작가의 각색으로 생각했었는데 원저 자체가 1948년이더군요.



동부전선 타이거 이야기 (1부)


1943 10, 러시아 서부

 

얼음이 얼었다. 제국최강 60톤의 타이거는 넓은 트랙을 장착했어도 미끄러지고 헛돌았다. 마치 용의 등에 탄 소년과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 아침 타이거 1 20대가 은신처에서 나와 모였다. ‘전차 전진명령이 내려졌고 화살촉 모양으로 진형을 만들었다. 선두 전차가 화살촉 끝에 섰고 나머지는 날개 모양으로 양 옆에 서서 적군지역을 향해 88mm 포를 돌렸다.

스텝 3km를 건너 동쪽에 있는 이반Ivan(러시아군)의 측면으로 곧장 찔러 들어갔다. 고지대의 적군 벙커 라인이 목표물이었다. 얼음 툰드라, 폭탄 구덩이, 파괴된 전차, 지뢰가 있는 3km였다.


 

우리 타이거가 안개 때문에 구덩이에 빠진다면 전차가 아니라 U보트가 될 판이었다. 전날의 전투에서 여전히 연기를 내고 있는 T-34와 충돌한다면 그 안에 있는 탄약이 터질 수도 있고 우리의 귀중한 트랙이 망가질 수 있었다.

짚으로 덮은 대전차호에 빠질 수도 있고 인계선을 건드리면 화염방사기가 동작할 수도 있었다. 운이 좋으면 저 세상으로 바로 갈테고 운이 나쁘면 살아 남아서 시베리아에서 평생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포탑 큐폴라에 몸을 내민 전차장의 지시에 따라, 전면장갑에 얇게 열린 관측창으로 스텝을 내다보며 이런 일이 벌어질까 봐 두려웠다.  최강의 전차를 타고 있는데도 손바닥이 땀에 젖었고 목구멍이 말랐다.

 

동부전선의 태양은 달궈진 쇳덩이처럼 떠오르지만 온기는 전혀 없었다. 해가 떠도 지면은 얼음투성이였고 안개가 낮게 깔렸다.

머리 위에는 포케불프Focke-Wulf 전투기 3대가 배기연을 뿜으며 앞으로 날아갔고 그 뒤에는 느린 속도로 슈투카Stuka 6대가 벙커 진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따라갔다.

차내는 트랜스미션이 신음소리를 내면서 공기가 뜨거워졌다. 수증기가 게기판에 맺히고 트랜스미션에서 새어 나온 오일이 내 얼굴에 떨어졌다. 일산화탄소 때문에 견딜 수 없어서 밖의 공기를 마시는 전차장이 부러워졌다. 물론 언제라도 저격병이나 포탄에 머리가 날아갈 수 있었지만 말이다.


 

통신병이자 차체 기관총수인 쿠르트Kurt는 중전차대대에서 가장 질이 나쁜 자식이었지만 최고의 전우였다. ‘악취 죽이네! 이 냄새를 병에 담아가면 다음 휴가에 함부르크Hmaburg 여자들이 근처도 안 오겠네라고 투덜거렸다.

시속 20km 속도로 대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조심스럽게 스텝을 건너갔다. 파괴된 적전차 너머로 목표 벙커가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서는 굽은 날개를 가진 슈투카가 거의 직선으로 급강하하며 이반의 진지에 폭탄을 떨어트려 박살내고 있었다.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을 때에 포탑 아랫부분의 군화가 보였다. 88mm 포수와 장전수 그리고 전차장 헬만Helmann의 군화였다. 다시 눈을 돌려 기어를 바꾸고 파괴된 T-34 옆을 돌았다. 이반의 전차는 검게 그을렸고 포신은 처져 있었다.


 

나는 눈을 문질렀다. 빌어먹을Verdamm 놈이 포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쿠르트는 ‘*같네. 이반이 움직인다고 중얼거렸다. 검게 그을려 파손된 전차가 76mm 포를 올리고 포탑을 돌리고 있었다.

헬만이 헤드폰 너머로 소리쳤다. ‘발사! 저 놈을 맞춰!’ 아군 전차 10대의 측면을 노리고 있는 T-34를 향해 포탑이 선회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타이거도 그 놈에게 포탑을 돌렸다. T-34를 박살내기 전에 먼저 그 놈이 한 발을 쏘았다.

T-34의 포구에서 섬광이 번쩍이는 동시에 그 놈은 6발의 철갑탄 구멍이 났다. 우리 포탑도 움찔거린 후에 탄피가 쨍그렁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T-34는 내폭을 일으키며 박살이 났다. 경사장갑은 깡통이 날아가듯이 완전히 떨어져 나갔고 포탑 링에서는 불꽂이 튀더니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앞에 있던 타이거 선두차의 트랙이 끊어졌다. 갑자기 오른쪽 트랙이 뒤로 밀려 나오더니 뒤를 따르던 전차를 때렸다. T-34 포탄을 맞은 선두차는 진흙 구덩이를 파고는 완전히 멈췄다.

헬만이 저 적군 개자식이 보스를 때렸군. 보스는 이제 불쌍하게 되었군이라고 무감각하게 말했다. 나는 정차할까요?’라고 물었는데 명령대로 계속 전진한다라는 명령이 되돌아왔다.

 

이제 헬만이 지휘를 했다. 바르바로사Barbarossa 개전부터 참전했던 그는 중전차 부대를 지휘하고 싶었는데 이제 소원을 이뤘다.

보스의 파괴된 전차는 제자리에 머물렀고 나머지는 대형을 유지한 채로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차안에서 승무원이 나와 손상범위를 살피고 있었는데 트랙이 완전히 박살났기 때문에 회수전차가 와서 견인하거나 트랙을 새로 가져와야 움직일 수 있었다.

쿠르트는 옆에서 조짐이 안 좋은데. 파손된 이반이 어떻게 공격할 수 있었지?’라고 중얼거렸다. 헬만은 헤드폰으로 그게 적군이다라고 대답했다. ‘잘못을 저지른 포수에게 영웅의 죽음 아니면 가족의 시베리아 행을 강요하지. 포만 동작하는 전차에 포탄 몇 발만 주고 밤에 끌어다 놓지.’

쿠르트는 그렇겠죠? 저라면 뛰어 나와 독일군의 처분에 맡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럴까봐 해치에 자물쇠를 채우지. 그리고 사랑스러운 가족이 겪을 북극의 추위에 대해 경고한다네. 이제 잡담은 그만하고 적군이 숨어 있지 않은 지 경계하게. 목표에 거의 다 왔네.’

 

주저 앉은 보스전차에 대해 염려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떠나면 숨어 있던 적군보병이 타이거 부근에 몰려들 것이다. 아마 그 때가 되면 우리도 전투 때문에 남을 생각할 처지가 아닐 것이다.

하늘의 슈투카가 곤두박질치며 벙커와 거점을 박살냈다. 그렇지만 헬만이 자주 경고하듯이 적군의 개들은 두들겨 맞을 때에 가장 사나워졌다.

벙커진지에서 약 1.5km 거리까지 접근했다. 트랙 아래에 대전차지뢰가 있지 않을까, 대구경 대전차포가 내 머리 옆을 뚫고 들어오지 않을까 두려웠다. 차내의 악취는 이제 88mm 탄연까지 더해졌다.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일이 벌어져서 싸우는 편이 나았다.

 

벙커 주변의 폭연이 거치면서 기다림도 끝났다. T-34 무리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MG34 탄창 위에 웅크리고 있던 쿠르트도 마찬가지였다. 헬만과 포수의 이야기가 들리더니 장전수의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관측창에 진흙이 튀었는데도 신형 T-34를 알아볼 수 있었다. 훨씬 커진 포탑과 85mm 장포신이었다. 우리 타이거에게 충분한 위협이었지만 차체는 여전히 얇기 때문에 고속 88mm 탄이면 충분히 뚫을 수 있었다. 그 놈들은 무조건 접근해서 우리의 측면을 노려야 했다.

헬만은 개떼같군이라고 중얼거렸다. 88mm 포격음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살인무기이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전차 타이거입니다. 88mm 철갑탄은 미군의 M4 셔먼을 2.1km 밖에서, T-34는 1.5km 밖에서 격파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M4 셔먼은 장포신 76mm를 장착한 경우 600m 내로 들어와야 했고, T-34 85mm는 500m 내로 들어와야 타이거를 상대할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에 미하엘 비트만Michael Wittman이 있는데 전사할 때까지 전차 138대, 대전차포 132문을 격파했습니다. 타이거를 타고 출전한 빌레르 보카주Villers-Bocage 전투에서는 15분 만에 영국군 전차 13~14대, 대전차포 2문, 수송차 13~15대를 격파하는 전설을 남겼습니다. 
 

화살촉 대형은 좌우 1km 거리의 넓은 활시위 대형으로 넓혀졌다. 우리 전차는 거의 중앙에 위치했다. 1km까지 다가온 T-34 한대의 포탑이 하늘로 치솟더니 온몸에 불을 뒤집어 쓴 승무원이 사방으로 뛰어내렸다. 곧바로 차체가 폭발했다.

우리 방향으로 3대가 진흙을 튕기며 맹렬히 달려왔다. 헬만이 속도 줄여. 지면이 고르지 않으니까 조준점 유지하도록이라고 명령했다.

시속 10km로 줄여서 조준점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제 조준하고 발사하는 시간이 훨씬 짧아졌지만 반대로 우리도 좋은 목표물이 되었다. 전면장갑 10cm와 포탑 12cm를 믿어야 했다.



상처를 살펴보는 전차병입니다. 원래 선두에 서서 온갖 포탄을 뒤집어 쓰며 방어진지를 돌파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상처는 흔한데, 두터운 장갑도 있고 독일의 뛰어난 합금기술 덕분이기도 합니다. 

만약 T-34가 외부에 이 정도 충격을 받았다면 차내에서는 차체 금속 조각이 터져나와 승무원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옆의 타이거도 속도를 늦추면서 함께 적군 전차에게 포탄을 퍼부었다. 한 대가 전면장갑에 포탄을 맞았고 차체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다시 포방패에 한 발을 맞더니 포탑이 옆으로 돌아갔다. 세번째 탄이 포방패와 차체 사이를 뚫어 구멍을 냈다.

만신창이가 된 T-34는 도망치던 중에 너무 서둘러서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얇은 옆구리를 모조리 드러냈다. 마지막 한 발이 놓치지 않고 마무리 지었다.

불타 죽는 적에게 일체의 동정심도 갖지 않았다. 뮌헨 뒷골목에서 배운 교훈대로 약 500m까지 접근한 두 대의 위협으로 바로 눈을 돌렸다. 놈들의 포구가 번쩍이더니 녹색 탄광이 우리에게 날아들었다. 내 앞에 섬광이 번쩍이며 파편이 쏟아져 들어왔다. 트랜스미션이 잠시 말을 안들었지만 옆으로 미끌어지지 않도록 바로 잡았다.

 

우리를 쏘았던 놈은 우측 트랙에 한 방을 맞고는 달아나려고 했지만 한쪽 궤도만 진흙을 파다가 깊게 묻혔다. 미친듯이 마구 날리는 포탄에 우리 옆의 타이거 포탑이 한 발 맞았다. 결국 우리 중 누가 쏜 포탄이 그 놈의 발악을 끝냈다.

차체에 불이 번지기 시작하자 승무원이 해치에서 기어 나왔다. 옆에 있던 쿠르트가 MG34 2초 정도 사격해 차체와 포탑에서 나오던 놈들을 죽였다. 그가 살인을 즐겼는지 혐오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 한 대는 뒤로 달아나면서도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 좌우를 둘러 보았는데 전장에서 T-34가 모두 후퇴하고 있었다. 아군 전차 한대가 엔진 데크에서 화염이 올라오고 있었다. 적군은 5대 정도가 불타거나 연기를 뿜고 있었다. 그 중에 한 대는 포탑이 완전히 날아갔고 다른 한 대는 뒤집힌 채로 여전히 트랙이 돌고 있었다.

 

달아나던 T-34가 갑자기 멈추더니 우리에게 용감하게 대들었다. 연거푸 3번 포문을 열었다. 우리 포탑이 한 발을 맞았고 장전수가 욕설을 내뱉었다. 포수는 88mm 포탄을 전면장갑에 꽂아 보복했다. T-34의 운전병 관측창과 장갑파편이 날아갔는데도 여전히 저항했다.

헬만은 . 왜 저러는지 알겠네라고 중얼거렸다. ‘저 놈 뒤에 대전차호가 있어. 앞에 가로 질러 깊은 전차호가 있어

나는 전차를 세웠고 다른 타이거도 위험을 알아채고 속도를 크게 줄였다. 내 자리에서는 전차호가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포격을 멈추지 않는 T-34만 보였다. 전차호가 있다면 최소한 4m 깊이와 너비로 타이거가 곤두박질쳐서 뒤집힐 수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차가 떨어지면서 숨겨 놓은 지뢰나 항공기 폭탄의 인계선을 건드릴 수 있다. 아니면 기름을 채워 넣고 기다리다가 전차를 구워 버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