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역사 그대로 영화가 진행된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이런 의문을 가질 겁니다.
1. (초반) ??? 뭐가 뭐야? 누가 누군지 마구 튀어나와서 정신이 없네.
2. (중반) 뭐야? 미군기 마구 떨어지네? 상대가 안되네?
3. (종반) 일본 쟤네 뭐야? 비실비실 날아오는 미군기를 못 막아?
1번은 니미츠와 야마모토 사령관부터 각 기동대의 함장과 비행대 지휘관 심지어 양념역할의 가상인물까지 짧은 시간 안에 우겨 넣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될겁니다. 이걸 설명하려면 장편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그냥 승자와 패자의 이분법으로 즐기시면 됩니다.
2번은 오늘 설명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3번은 지난 이야기에서 설명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아마 (초반의 진주만 회상장면을 빼고) 본격적인 미드웨이해전에서 미군기가 낙엽처럼 떨어지는 비극이 그려질겁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미드웨이섬에 있는 전폭기는 해군이 해병에게 물려준 폐기물(별명이 심지어 하늘의 관)이었습니다.
먼저 전투기인 브루스터Brewster F2A 버팔로Buffalo입니다. 비교적 여러 나라에서 사용했는데 중간의 독일군 표식은 핀란드군입니다. 다행히도 개전과 함께 와일드캣으로 교체되어서 겨우 500기만 생산되었는데 영화에서 마구 떨어지는 역할일겁니다.
그리고 급강하폭격기 SB2U 빈디케이터Vindicator입니다. 해군은 이미 훨씬 우수한 돈트리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260기만 생산되었습니다.
이런 폐기물을 몰고 막강한 일본기와 함대를 상대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대로 죽을 운명으로 날아가는 조종사들의 심정이 무척 착잡했을겁니다.
조종사들은 진동기, 풍향계라고 비웃었고 실전 테스트에서는 날개의 천이 찢어져서 테이프로 붙였을 정도입니다.
이왕 순서를 뒤집어 항공기 설명을 한 김에 미드웨이 주역들을 계속 소개하겠습니다.
미항모전투기는 미드웨이 2달전에 취역한 F4F 와일드캣이었다. 이 전투기는 성능을 희생한 대신에 공격과 방어력을 높였다. 제로기가 속도와 기동성에서 압도했지만 단단한 방어로 그 차이를 줄였다.
미드웨이 당시에는 제로기의 성능이 와일드캣을 압도했지만, 미해군이 공격과 방어력에 성능까지 갖춘 3박자의 후속기를 계속 도입한 반면에 일본해군은 빈약한 무장과 방어력의 기존 기체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하늘의 주인공은 급속하게 바뀝니다.
미항모폭격기의 핵은 더글라스 SBD 돈트리스Douglas SBD Dauntless였다. 뇌격기의 어뢰는 성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급강하폭격기가 주역이었다. 돈트리스는 왠만한 피해에도 임무를 다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체였다. 최고속도가 어중간하고 날개가 접히지 않아서 격납고에 보관하기 힘든 단점이 있었다.
미항모의 다른 폭격기는 TBD 디베스테이터Devastator로 속도가 느리고 작전거리가 짧았다. 설상가상으로 마크Mark 13 어뢰의 성능이 크게 떨어져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신형 TBF 어벤저Avenger는 겨우 6대만 투입되었다.
디베스테이터와 어벤저의 포스 차이가 한 눈에 보이죠? 미드웨이 이후에 본격적으로 투입된 어벤저는 무려 10,000대가 생산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심스러운 전과의 책임을 뇌격기가 뒤집어썼지만 실제 원흉은 어뢰였습니다. 느리고 무척 불안정했습니다.
온갖 희생을 치루고 낙타 바늘 통과하기 확률로 적함에 적중시켰더니... 불발... 아마 그 조종사는 어뢰개발자를 죽이고 싶었을겁니다.
그럼 2번 설명의 나머지 절반을 이어가겠습니다. 간단하게 마구잡이로 이륙해서 대형을 잃고 뇌격기와 급강하폭격기가 따로 공격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일본군이 뇌격기에 정신이 팔릴 사이에 급강하폭격기가 기적을 만들기는 했습니다만 영화에서는 이 답답한 상황이 계속 재현될겁니다.
미해군은 항모에 최대한 많은 항공기를 실어 일시에 강력한 공격을 투사하는 교리를 채택했기 때문에 주갑판에도 항공기를 운반했다. 대부분의 항공기를 주갑판 아래 격납고에 실었던 일본항모보다 많은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었다.
미해군은 적을 발견하면 (항모호위전투기를 제외한) 모든 항공전력을 투사하는 전투교리를 채택했기 때문에 주갑판의 비행대가 이륙할 때까지 격납고의 비행대는 대기해야 했고 두 비행대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각 비행대가 이륙한 후에 느슨한 대형을 흐트러트리지 않도록 신경썼지만 다른 항모에서 이륙한 비행대와는 공조가 아예 불가능했다.
적함선에 접근하면 급강하폭격기와 뇌격기가 동시에 공격해 적의 방어를 분산시키는 교리였지만 미드웨이에서는 요크타운의 비행대만 협력공격 비슷한 흉내를 냈다. 기상악화, 교신혼선, 조종실수 등으로 두 비행대의 박자가 안 맞아서 뇌격기 비행대가 단독으로 접근하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 6월 4일 호넷비행대의 공격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엔터프라이즈비행대의 공격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참고로 항모의 내부입니다. 영국항모 로얄아크인데 이런식으로 항공기를 격납고에 보관합니다.
미드웨이해전 당시에는 보조연료탱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급강하폭격기, 뇌격기와 호위전투기의 작전거리 차이도 심각하게 벌어졌다. 공격대에게는 설상가상으로 호위전투기의 숫자가 크게 부족했다. 산호해해전에서 일본기의 성능에 놀란 지휘부는 항모호위기 숫자를 늘렸고 미드웨이해전에서는 각 공격대의 호위기가 8~10대에 불과했다.
호넷은 와일드캣Wildcat이 더 빠른 제로기를 상대하려면 고도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급강하폭격기를 호위하게 했는데 전투기가 주갑판에 있다가 이륙했다. 전체 공격대가 이륙할 때까지 상공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에 연료부족이 심각했다.
엔터프라이즈는 전투기를 두번째 이륙순서로 돌리고 모든 비행대가 서로 볼 수 있는 거리로 유지했다. 호위전투기는 급강하폭격기가 더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고도를 높이며 뇌격기비행대에 필요한 순간에 내려가 호위하겠다고 약속했다. 요크타운은 반대로 뇌격기에 모든 호위전투기를 붙였다
이제 미해군항모로 주제를 옮기겠습니다.
미해군은 개전당시에 항모 6척이 있었고 그중 레인저Ranger와 와스프Wasp는 대서양에 있었다. 렉싱턴Lexington과 요크타운Yorktown급 5척으로 일본해군을 상대해야 했다. 다행히도 진주만에 있지 않아서 공습을 피했지만 1942년 1월 11일, 렉싱턴급의 사라토가Saratoga가 일본잠수함의 어뢰에 큰 피해를 입고 산호해와 미드웨이해전에 참전할 수 없었다.
1942년 5월, 렉싱턴과 요크타운은 산호해해전에서 항모전투를 벌였고 렉싱턴이 어뢰 1발과 폭탄 3발을 맞았다. 처음에는 귀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가 내부에 찬 가스가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5월 8일에 침몰했다. 요크타운은 직격탄 한 발과 근접탄 몇 발을 맞았지만 간신히 살아남아 귀환했다.
태평양함대 니미츠Nimitz제독은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호넷Hornet과 상처만 틀어막은 요크타운으로 일본의 대함대를 상대해야 했다.
요크타운이 아니라 호넷이 진주만 드라이도크에 들어간 사진입니다. 산호해해전에서 간신히 살아돌아간 요크타운을이런 식으로 1,000명이 넘는 인력이 달라붙어서 긴급수리를 하고 미드웨이로 돌려보낸 반면에, 일본은 같은 해전에서 파손된 쇼카쿠는 물론이고 멀쩡한 즈이카쿠도 비행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일본해군은 미국해군과 달리 항모와 비행대를 한몸으로 여겼기 때문에 다른 항모나 항공대의 항공기로 보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격전을 치룬 항모는 선체손상이 없어도 비행대재편때문에 오랜동안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미해군은 일본해군과 달리 항모를 호위함 안에 두어서 호위함의 대공화기가 항모를 보호할 수 있게 했다. 미해군항모기동대는 적의 공격을 받으면 대형을 갖춰 회피하며 항모를 보호했다.
미항모는 강력한 방어력을 갖췄다. 2차대전 최고의 대공포인 5인치./38포로 장거리방어를, 사령탑 주변에 1.1인치 4열 대공포 4문으로 중거리방어를, 0.5구경 기관총 24정으로 단거리방어를 하다가 미드웨이해전에서는 단거리 대공화기를 훨씬 강력한 20mm 자동기관포로 모두 교체했다. 일본기가 단거리 방어막 밖에서 어뢰나 폭탄을 투하했지만 달아나는 일본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장중단거리 대공화기의 성능이 일본군에 비해 훨씬 우수한데다가 MK37 사격통제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미항모는 모두 레이더를 장착했다. 엔터프라이즈가 장착한 최신형 CXAM-1은 92km 거리에 들어온 소형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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