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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와 드라마

게임에 대한 추억 두 가지 - 수호지와 심시티

by uesgi2003 2013. 3. 7.


요즘 심시티 5가 나왔다고 떠들썩하더군요. 

심시티라... 언제적 심시티인데 이제야 5인가 싶어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제가 1989년, 그러니까 약 25년 전에 했었군요.


시뮬레이션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슬그머니 구미가 당기지만, 한 번 빠지면 블로그이고 다른 일 모두를 제쳐놓고 잠수탈 성격이어서 아예 안건드리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였는지 한 번 추억을 되살려볼까요? 


외대 경영정보대학원의 전설탄생의 배경 코에이 수호지


학부 전공은 스페인어였지만 중간에 경상계열에 푹 빠져서 스페인어는 제쳐놓고 경영학과 무역학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그렇게 모 중견기업의 기획실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컴퓨터와 프린터라는 것을 보게 되었고... 물론 개인용이 아닌 부서 전체의 것이었습니다... 곁다리로 보면서 컴퓨터 학원을 다니던 중에 아예 경영학과 전산을 동시에 전공할 수 있다는 외대 경영정보대학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MIS라는 학문이 상당히 앞선 학문이었고 교수진이나 수업 커리큘럼이 장난이 아닌 일반 대학원(특수 대학원이 아닌)이었습니다. 컴퓨터도 없는 놈이, 외대 출신이고 기획실 등에 근무했었다는 배경 그리고 타고 난 말발로 무사히 인터뷰까지 통과할 수 있었죠. 

서류전형이나 시험은 학부성적이 3.2씩이나 되었고 영어시험은 만점이었을 겁니다. 


에게 3.2? 하는 젊은 분들이 있을텐데, 84학번 당시에는 007, 그러니까 평점이 1이 안되는 실제 007도 있었고 10년 넘게 대학을 다닌 분도 있을 정도로 학점에 대해 무신경하고 교수님들도 학점을 안주시던 때입니다.


2.8만 넘으면 좋은 평점이었는데 제가 3.2였으니까 나쁜 평점이 아니었죠. 어쨌든 옆의 그림처럼 '당연히 파일이 들어가니까 무게가 늘어나지!'라고 대답하고 '컴퓨터 바이러스는 삶아서 죽여야 한다'고 믿었던 놈이 무려 MIS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91년도 당시 굉장히 큰 돈이었던 120만원 정도를 주고 조립  286XT를 구입했습니다. 직원이 설치해주고 간 뒤에 부푼 꿈을 안고 전원을 켰더니만... 상상하던 화면과 달리 c:> 땡땡만 떠있습니다.


한동안 흑백 모니터 화면만 노려보다가 끄고 컴퓨터 가게에 달려가서 할 만 한것 좀 달라고 했더니만 저를 수렁 속에 밀어넣게 되는 코에이의 수호지를 복사해주더군요.



게임 규칙을 온갖 시행착오 끝에 터득하면서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에 제 가진 모든 것을 불살랐습니다. 실제로 3일간 세수도 안하고 잠을 단 일 분도 안자고 화장실가는 시간 외에는 탐관오리 잡는데에 미쳐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지 않나?'라는 걱정이 슬슬 될 때에 과부하를 못 견딘 컴퓨터가 먼저 가시더군요. 72시간 뜨거운 열기를 뿜었더니 보드 아니면 그래픽 카드가 나간겁니다. 밀렸던 잠을 하루(^^) 동안 잔 다음에 컴퓨터 가게에 들고가서 수리를 하고 돌아와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노지심으로, 하루는 무송으로, 하루는 양지로...


그렇게 컴퓨터 날리고 저도 날리는 동안 대학원 수업을 3주 내리 빠졌습니다. ㅡ.ㅡ 대학 때처럼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이죠.


결국 긴급호출을 받고 달려갔더니만, 모 교수님이 첫 시간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내 수업을 3번 빠지면 C를 받게 된다, 그러니 그 다음부터는 수업에 안들어와도 좋다."


대학원에서 C를 받는 것은 F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어지죠. 

제가 바로 그 수업을 3주 연속으로 빠진 것입니다. 신입생이 3주 연속으로 수업을 빠졌으니 학교다닐 생각이 없다고 생각한 조교가 연락을 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경영정보대학원 학칙이 엄격해서 C를 두 개인가를 받으면 안되었습니다. 


게임에 미쳐 대학원들어가자 마자 대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더구나 프로그래밍을 한 번도 안 해본 놈이니까 프로그래밍 수업은 당연히 C를 맞을텐데 이미 다른 수업에서 중간시험을 보기도 전에 C를 확보해 놓은 것이죠.


그런데, 제가 누구겠습니까!!! 하늘의 도움 그리고 역시 한 번 빠지면 무섭게 빠지는 제 성격덕분에 그 교수님이 원칙을 깨고 제게 B를 주셨습니다. 남들에 비해 가진 경쟁력이라고는 영어독해 능력밖에 없어서 수업 전에 논문 10편을 읽고 들어갔었고 교수님의 연속 질문을 수강생들 중에 유일하게 대답했을 뿐만 아니라 보충설명까지 했던 것입니다. 


거기에 마무리로 "고작 논문을 10편 밖에 못 읽어서 이 정도밖에 모릅니다."라고 가증스러운 겸손까지 떨어서 아마도 수업 3번 빠지고 B를 받은 최초이자 최후의 학생이었을 겁니다. 


결국 부실한 수업태도와 계속된 게임사랑으로 2학기를 마치고 1년 휴학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반성할 우에스기도 아니었습니다. 아! 대학원 수업료는 제가 학원강사를 하면서 벌었습니다. 


한동안 밤 잠을 설치고 오세훈이 되었던 심시티입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화려한 그래픽이 아니었던 기억인데... 어쨌든 수호지에 이어 도시건설 시뮬레이션이라는... 내가 건설과 행정을 결정할 수 있다는 환상적인 규칙에 다시 온 몸을 던졌습니다. 



쉽지 않더군요. 조금만 안 돌보면 개미떼가 바글 바글 나와서 피켓들고 심지어 폭동까지 일으킵니다. 


고질라+원전 폭발 시너지 효과도 보고 싶었는데, 고질라가 원전 근처는 절대로 가지도 않고요. 


천사의 제국2 기타 등등 게임이라면 한심스러운 옛이야기가 많지만 그만 정리해야겠습니다. 지금조차도 게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도박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입니다. 하느님과 조상님이 돌봐주신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