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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2차대전

야크트티이거 실내 들어가 보신 분!

by uesgi2003 2011. 1. 5.


(어제 글을 올리고 찾다보니 많은 사진자료를 전혀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더군요. 찾은 사진 중에 일부만 더 올립니다. 두 번째 방문에 DSLR로 찍었던 사진이 어느 하드 디스크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찾으면 다시 대거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애버딘 전차박물관에는 정말 많은 개인화기도 전시되어 있는데 그 사진들이 모두 실종상태입니다.)

 

2차대전 초중전차(72톤의 무게 122mm)로 움직이는 요새라고 불렸던 야크트티이거(JagdTiger).

한국인 중에 구경하신 분도 많지 않으시겠지만 실내에 들어가 보신 분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들어가봤습니다.

야크트타이거 뿐만 아니라, 독일군의 강철말이라던 4호 전차, 팬저 전차 들어가봤고 88mm 포수좌석에도 앉아봤습니다.

 

제가 군사관련 일을 하냐고요? 그냥 아는 척하는 매니아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어떻게 들어가봤냐고요?

 

11년째 되는 이제야 범죄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한국에서 고백합니다 

 

외국인 회사에 다닐 때라 매년 정기적인 출장기회가 있었습니다만, 본사가 서부의 시애틀이라 제가 가고 싶었던 메릴랜드의 미육군 Aberden Proving Ground가 있는 동부는 절대로 기회가 안오더군요. 결국 미국 출장 중에도 한국인의 필수행동 땡땡이(?!)를 치고 샌디에고에서 메릴랜드까지 갔다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미국 잘 아시는 분은 감이 오실 겁니다. 이게 미친 놈 아닌가하고요. 저도 비행기 티켓 끊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한국까지의 시간만큼 걸리는 걸 몰랐습니다. 무려 7시간 30분이나 걸리는 미국 대각선 거리더군요. 어쨌든 이왕하기로 한 것 단행을 했습니다만.... ... ...

 

동부 꼭대기의 1~2월에는 폭설의 계절입니다. 요즘 해외뉴스에 나오듯이 엄청난 폭설이 왔다더군요. 8시간 가까이 비행기 타고와서 다음 날이면 바로 다시 타고 가야 회사에서 안짤리는데 폭설따위가 제 앞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막더군요. 하루 자고나서 홀리데이 인의 지배인 (인도분)에게 택시 불러달라고 했더니 폭설때문에 택시가 안다닌답니다.

그래서 걸어가겠다고 방향을 물어봤더니만.... Out of Mind냡니다. 미국인들은 10분만 걸어도 죽는다고 하는데 2시간 넘게 눈길을 걸어가겠다고 하니 미친 놈으로 보일 수 밖에요. 그냥 갈매기 나는 곳을 향해 가라는 선문답을 받았습니다.

 

밖에 나가보니 갈매기가 날더군요 ㅡ.

어쨌든 걸었습니다. 한국이 눈 잘 치우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이러다가 길잃고 죽는거 아니냐며 집에 있는 안사람과 애새끼들을 걱정하는데...... 왕복 6차선 고속도로를 만났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옛날 오락실의 오가는 뱀 피해서 위까지 올라가는 개구리 게임아시나요?

Totally out of mind 해서.... 건넜습니다. 중간에 Asshole부터 진짜 본토의 FU까지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 놈 맞습니다.

 

너무 늘어지니깐 중략하고 미육군 장비 실험장 정문에서 여권맡기고 목적지에 왔는데, 거기서 또 30분 걸어가랍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에서 2시간 걸었으니 무슨 체력이 있겠습니까 ㅡ.ㅡ 저를 애처롭게 쳐다보던 헌병이 지나가던 군용 험머 세워서 태워주더군요.

 

결국 꿈에도 그리던 전차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왼쪽이 11년 전 똑딱이로 찍은 인증샷입니다. ㅡ.


 

왜 제 모습이 없냐고요? 사람이 있어야 제 사진도 부탁을 하죠....

 

눈위에 난 발자욱이 전부 제 발자욱입니다. 다행히도 전차들은 모두 시멘트 기초 위에 올라가 있어서 눈에 안 묻혀있고, 담당사병이 녹이는 장비를 가지고 눈을 깨끗이 녹여왔다고 합니다.

 

2차대전빠에 독일군빠인 제가 한창 때에 수 백대의 전차를 봤으니 지금까지 고생한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 눈을 헤치며 몇 시간을 돌아다녔는지 모릅니다. 

 

당근, 아무도 없는데 올라갈 거 다 올라가고 열리는 해치는 모두 열고 들어가봐야죠.

 

아주 흐뭇한 경험을 하고 폴짝 뛰어내려오니 전차들 앞에 뭔가 작은 안내판이 있습니다. 눈을 탁탁 털어보니....

 

"전차에 올라가는 새끼는 심각한 벌금형을 때린다"라고 굉장한 경고문이 전차마다 안내되어 있더군요. 그게 모두 눈에 파묻혀있었던겁니다.

 

그 당시에 200달러로 기억하는데 상당한 돈이었죠. "아싸 돈 벌었다"하는 순간에, 아예 큰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스탈린 전차까지 올라가봤습니다 ㅡ.

 

다행히 폭설덕분에 밖에 나온 병사들도 없었고 박물관 담당자들도 거의 출근을 안해서 안 걸렸습니다.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나무라시는 분들! 그 때는 제가 정말 미쳤었다니깐요. 미친 놈 나무래봤자 소용없습니다. ^^;


두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반성하고 감상만 했습니다. 물론 이제는 멈춰버린 강철괴수들의 심장에 귀기울이고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 놈들의 비늘을 쓰다듬어봤지만요.


전사공부를 많이 한 지금, 만약 세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과 운명을 함께 했던 분들을 조용히 기릴 생각입니다.

 

어쨌든 직접 올라가본 느낌으로는 달리는 전차에 올라가서 수류탄까넣는 영화들 다 개뻥입니다. 182cm의 제가 캐터필러밟고 힘겹게 올라갈 정도인데, 달리는 전차를요? 에이~~~~~


  

다시 야크트티이거 얘기로 돌아가서 야크트티이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괴물인지 잘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정면에 여러 발의 포탄을 맞았는데 사진과 같이 파인 정도에 불과합니다. 스탈린을 제외하고는 원거리에서 이 괴물을 뚫을 수 있는 전차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아래 사진은 포순에 맞았는데 보통 이 정도이면 포신이 박살이 나야 하는데 그냥 긁힌 상처 정도입니다. 


  

독일군의 괴물전차에 대응하기 위한 소련의 괴물전차 스탈린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독일전차는 눈이 좀 치워져있는 반면에 소련전차는 눈이 그대로 덮인 것을 보면 담당사병도 독일빠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 감탄사가 또 한번 나오는 공//주 최고의 전차 판터입니다. 내가 여기를 들어가 봤다는 거 아닙니까 !^.^!


 

표범(판터), 호랑이(티이거), 군마(4호 전차), 붉은 곰(스탈린) 기타 등등 중전차들이 제 앞에 도열해 있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거대 기계로봇들이 제 앞에서 사열과 분열을 하는 듯한 압도적인 광경이었습니다.


 

에버딘 전차 박물관이 다른 전차 박물관에 비해 특별한 전시품이 두 개(수백대의 전차와 포는 다른 곳도 있으니까요)가 있는데 바로 미군의 해안포와 독일군의 무식한 열차포 레오폴드(238mm 사거리 151km)입니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감이 안오고 직접 봐야 합니다.


 

즐거운 추억회상은 마치고 이제부터는 안타까운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미국, 특히 공공과 관련된 부문은 많은 지원을 받고 잘 관리될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 않더군요.

 

에버딘 전차 박물관에 가보신 분은 다 한마디씩 하시면서 안타까워 하는 것이, 평생 한 번이라도 봤으면 하는 전차와 무기들이 수십 년 동안 노천에서 뜨거운 햇빛, 폭우, 폭설, 강추위를 맞아 가며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예산이 부족해서 전차들이 모두 녹아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2차대전 독일빠들은 그자리에서 차라리 대신 서있겠다고 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아래의 전시된 포신 잘 보세요. 포신 몇 개는 그냥 눈에 파 묻혀있습니다.

독일빠의 로망 88mm 포신 여러 개가 눈에서 썩어가고 있다니요. 


  

3호 전차같이 조무래기들은 아예 옆에 구멍난 상태로 수십년동안 방치입니다. 


  

제가 좌석에도 앉아서 조준해봤던 88mm 대전차포입니다. 원래 대공포였는데 워낙 성능이 좋아서 대전차포에도 사용하고 나중에는 전차포신으로도 사용됩니다. 저 좌석에 앉아본 소감은 독일빠는 상상이 갈겁니다.

역시 곳곳이 녹이 슬어가고 있었습니다. 보이시죠? 저 포신의 녹이.... 


  

88mm 2연장 대공포입니다. 초고도로 공습오는 연합군 폭격기용입니다. 역시 눈물나게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해처 옆구리도 구멍이 났는데 얘는 경사장갑이라 안으로 눈이 들어가서 쌓여있었습니다.


  

오른쪽 끝에 3호 보병지원전차 보이시죠?

그나마 옆의 인기있는 놈들은 고증에 안맞는 엉터리 도색이라도 한 번 해줬는데, 3호전차는 저게 위장색이 아니라 녹입니다.

 

1, 2호 전차같이 작은 놈들은 부속품들이 만지면 부서질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지금은 더 심각하겠죠.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이었던 것이 전설의 티이거 전차는 보수작업을 위해 내부 공장에 들어가 있었다고 하니까 그 녀석만큼은 보존이 되었을 겁니다.

5~6년 후에 다시 가봤을 때도 안나와있던데 지금의 예산과 관리수준으로 보면 몇 십년 걸릴 프로젝트일겁니다.

이럴 때의 우리나라의 무한속도 삽질이 부럽더군요.

 

보스톤에 놀러가시는 분은 시간내서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차로 상당한 거리입니다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전차는 그대로 사라질 것입니다.

 

두번째 갔을 때에는 DSLR로 잘 찍었는데 외장 하드를 어디에 뒀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찾는대로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사진을 찾다보니 저도 상당히 많은 군사 박물관을 다녔더군요.

미군 고도 정찰기 안에 앉아있는 저를 누가 찍어 준 사진입니다. 



  

독일빠의 입에서 또 한 번 아~~~ 소리 나오게 만드는 BF-109 전투기입니다. 아시는 분은 저 닭대가리 도색.... ~~~

 

지금 당장 가고 싶은 곳 두 군데를 고르라고 하면 저는 에버딘 전차 박물관과 구마모또 성을 꼽겠습니다.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런지...

역시 남자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T.T

 

P.S. 에버딘 박물관에서 올 때는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서 박물관 직원에게 부탁해서 퇴근하는 미군 웨건의 짐 칸에서 왔습니다. 그것도 천만다행이었죠.

고맙다고 돈줬더니 받더군요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