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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정치

모처럼 기대한 마이웨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by uesgi2003 2011. 12. 29.

엄청난 제작비와 밀리터리 매니아면 죽어 넘어가는 일->러->독 전투장면 때문에 첫 예고편이 나왔을 때부터 '이건 반드시 영화관에서 본다'라고 마음을 먹었었죠.

 

제 개인의 결론부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증 디테일:

시나리오:

영화적 재미:

총 평점:

 

예 총 평점은 없습니다. 감독이 워낙 영화를 망쳐 놓아서 고증 디테일과 시나리오에서 벌어놓은 점수를 모두 까먹고 거꾸로 마이너스여야 합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예의를 지키느라 조심스러웠지만 제 블로그에서는 신랄하게 비판해보겠습니다.

 

우선 고증 디테일은 왠만한 지식을 자랑하는 저도 보자마자 '이건 진정한 밀리터리 매니아가 스태프로 참여한 영화다'라고 감탄하게 만들더군요.

 

대전 극초기의 러시아 군모와 헬맷의 특징을 제대로 잡아냈습니다.

 

 

 

 

 

 

그리고 노르망디 수비군의 각반도 제대로 구현했습니다.

독일군의 상징은 부츠이지만 대전말기에는 물자가 워낙 모자라서 짧은 군화에 각반을 착용했습니다.

그리고 군복도 상당히 짧아집니다.

 

 

 

 

 

 

 

 

 

 

 

 

 

 

 

 

 

 

 

이 밖에도 극초기 러시아군 주력전차인 T-26(BT-5였을 수도 있고요)이라던간 주력전투기 I-16을 제대로 구현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실제 T-26을 영화에 사용했다고 하는데, (카메라를 너무 흔들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현가장치가 좀 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도 조립모형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면, 핀란드 겨울전쟁에서 거의 대부분이 박살나고 독일군에게는 움직이는 관이었던 경전차이지만 변변한 전차나 대전차 무기가 없었던 일본군에게는 두려움의 존재였습니다.

아래의 I-16도 독일군 격추마크 달아주기 보너스판 격인 전투기였지만, 개전 직전의 일본군(만주 주둔군)에게는 무적의 전투기였고요. 물론 본토에 있던 제로기에게는 상대도 안되는 성능의 구시대 전투기입니다.

 

 

 

 

 

 

 

 

 

 

 

 

 

 

 

 

이 밖에도 군복, 무장 등등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반가운 눈요기 거리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다만 1대만 등장하던 3호 전차는 상당히 부실하게 재현되었습니다.

포방패 부분은 보고 놀랄 정도였지만 나머지 실루엣은 그냥 '넘어가주세요' 수준입니다.

 

이제부터 감독의 역량에 대해 잔소리 좀 하겠습니다. 그 양반이 제 블로그를 볼 일도 없고 봐도 '나같은 대감독에게 너따위가?'하는 반응이겠지만 지금 마이웨이가 참담한 흥행실패를 거두고 있는 이유이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으니까 영화관계자는 알고 있을 겁니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를 보고 난 한 마디는 '슈퍼 히어로의 로드무비네'입니다.

감독은 전쟁영화의 대서사시에 집중하던가, 인간갈등의 드라마에 집중하던가 하나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플러스 알파였어야 합니다.

 

두 주인공에 대해 한 번 살펴볼까요?

 

그들은 절대로 죽지 않는 슈퍼 히어로입니다.

유탄포가 근접거리에 터져도 엎어졌다 일어납니다. 심지어 러시아군 포로가 되는 장면에서는 두 주인공이 전차의 유탄포를 직격으로 맞아 공중으로 솓아오릅니다. 대전차용 철갑탄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병용 유탄포는 보병들을 죽이기 위한 파편작렬탄입니다.

정말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의 가능성으로 파편을 모두 피했다고 해도 고막이 모두 터지고 내장이 터져나와 죽습니다.

 

일본인 장교는 전차를 뛰어다닙니다.

 

오다기리 조가 군도와 권총 들고 달리는 전차 위에 뛰어 올라가 군도로 전차장 목을 베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감독 마음대로이니까 그렇게 만들어도 되죠. 그러니 영화가 망하고 있죠.

감독양반, 기회가 되면 군사박물관의 대전당시 전차 서있는 것이라도 뛰어 올라가보세요. 주인공이 육상선수라고 히어로가 됩니까?

 

 

 

 

 

두 주인공은 어떤 경우에도 동상에 걸리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징계를 받아 영하 수십도 아래의 수용소 마당에서 눈을 맞아가면 매달려 있게 됩니다. 꼼짝도 못하는 상태이니 피 순환이 안되어서 몇 시간만에 동상걸리고 썩어들어가겠죠?

 

두 주인공은 모든 검열에도 무관합니다.

 

처음부터 엔딩까지 장발의 멋진 모습 그대로입니다.

전쟁 당시에는 이와 벼룩이 너무 많아서 겨드랑이와 국부의 털까지 밀었습니다.

고립된 지역은 어쩔 수 없었지만 후방이었던 노르망디에서까지 일반 사병인 두 사람만 검열에 무관했고 장발이 허용되었나요?

 

다른 엑스트라들은 고증대로 머리를 모두 밀었습니다.

 

감독양반, 이런 서사시 영화는 주인공이 망가져야 감정이입이 됩니다.

 

 

 

의외로 커뮤니티를 다니면서 마이웨이 쉴드를 치시는 분들이 있는데, 재미있게 봤다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의 평가이니까 절대로 시비를 걸어서는 안됩니다. 마이웨이를 람보와 같은 액션 영화로 기대하고 보신 분이 있겠지만, 저는 마이웨이를 정통사극영화로 기대하고 봤습니다.

물론 저도 람보, 코만도같은 영화를 즐겨봅니다만 람보같은 액션 영화에 대해서는 고증이나 스토리허구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습니다. 액션영화는 재미를 위해 기획되었고 촬영되었고 포장되어 상영되니까요.

그러니 제 이야기에 불만인 분은 '나는 재미있게 봤다'라고 반박하지 말고 '이런 장면은 당연히 그렇게 재현되어야 한다'는 사실(Fact)를 제시해야겠죠? 사실(Fact)에 대해서는 얼마던지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고, 있어야 발전을 합니다.

 

마이웨이를 본 다음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봤습니다.

같은 시기에, 마이웨이의 두 주인공의 간지(?)나는 모습과 라이언일병 구하기의 톰 행크스의 두발과 복장을 한 번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감독의 역량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커집니다.

 

 

 

 

 

 

 

 

 

 

 

 

두 주인공은 아무런 동기도 없이 각성의 대마왕(?)이 됩니다.

이제 경전차의 유탄포탄 따위는 비교도 안됩니다. 막판에 가면

 

이런 전함의 초대구경 포탄이나 폭격기의 250~500kg짜리 폭탄이 근처에서 터져도 그냥 뛰어다닙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애써 (제 영화표값이 아까워서, 그리고 감독이 불쌍해서) 최면을 걸어도 제가 이런 사진을 본 이상은 현실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실전에서는 40톤 가까이 나가는 전차도 전함의 포탄이나 폭격기의 대형 폭탄을 근처에 맞으면 이렇게 뒤집어집니다.

 

소프트 스킨 중의 소프트 스킨인 사람의 살 정도는 아주 간단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죠?

 

 

 

 

 

 

주인공은 끝까지 주인공, 엑스트라는 끝까지 엑스트라입니다.

정말 정을 주고 싶어도 끝까지 감독의 지랄염병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둘이서 좀 뛰다가 노르망디 상륙전투가 모두 끝났고 연합군 수십 명이 마치 장성급 포로 잡은 것처럼 두 주인공을 둘러싸고 둘이서 마음껏 대사치도록 냅둡니다. (짧은 순간이어서 제 착각일 수 있지만) 연합군도 공수부대 복장으로 기억합니다. ㅡ.ㅡ

저 멀리에서는 두 세명의 연합군이 많은 독일군 포로를 끌고 가죠...

 

다른 단역도 슈퍼히어로입니다.

판빙빙이 투자자여서 그랬나요?

 

 

일본 99식 소총(카메라를 흔들어대서....)으로 단 한 방! 딱 한 방! 그것도 기관총 세례를 받아가며 빤히 서서 조준사격하다가 딱 한 방으로 앞에서 설명한 I-16을 잡습니다.

그것도 엔진에 바로 맞아서 바로 불타오르고...

 

고증에 조언을 했을 스태프의 수고가 사라지게 만든 감독을 생각하면 이런 것 외에도 너무 설쳐대는 감정과잉 배경음악 등 몇 백가지는 더 잔조리를 할 수 있습니다만, 나머지 일기는 제 가슴속에 쓰도록 하고 한 가지만 더 지적해보겠습니다.

 

요즘 한국영화들 못된 겉 멋이 들었습니다. 핸드 헬드 카메라 흔들어대기죠.

마이웨이를 보시면 처음부터 쉴 새 없이 흔들어대는 영상에 구토증세까지 보인 분이 계시다는군요.

 

저도 시작 10분 만에 나가고 싶었지만 옆자리의 가족때문에 자리를 지켰습니다. 거의 실눈을 뜨고 봤습니다. 사람마다 정도차이가 있겠지만 그 동안 너무 흔들어대는 영화를 봐서 '또 흔들어대?'라는 반감때문이었을 겁니다.

 

전투장면 마음껏 흔드세요. 감독은 그러라고 있는거니까!

 

그런데 가정집에서 도마 위의 파를 썰 때도 흔들어대니??? 감독양반 파써는 것도 전투일상이니?

 

보통은 '아! 영화 참 잘 봤다. 그런데 디테일이 좀 아쉽네...'하지만 이 영화는 거꾸로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디테일이 아깝다'라는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다시 한 번 리들리 스콧 영감님의 캉덤 오브 헤븐이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지 감탄합니다.

 

PS. 오다기리 조의 일본군 계급이 대좌(대령)인데 왜 독일군 사병으로 삽질하고 있나요?

독일군이면 일본의 맹방이고 일본 군무원이나 외교인력들이 파견되어 있을 때인데, 눈치보고 탈출하겠다는 개소리를 왜 해야 하는지...

감독이 정신줄 놓지 않았다면 이야기 자체가 이어질 수 없었던 영화입니다.

맹방의 고위장교급 대령이면 바로 본국으로 보내거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이면 대사관에 보내겠죠.

더구나 오다기리 조는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히고 3년 동안 수형 또는 복무를 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