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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2차대전

참혹한 할베 포위망 탈출 3부

by uesgi2003 2017. 3. 22.


여러번 요청하신 분이 있어서 할베탈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아래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할베탈출 1부 http://blog.daum.net/uesgi2003/1038

할베탈출 2부 http://blog.daum.net/uesgi2003/1042



우리는 주도로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곳은 이미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있었다. 우리는 나침반을 놓고 서쪽을 결정했고 2대의 판터가 걷는 속도로 천천히 이동했다. 왼쪽은 폭발이 연이어졌는데 판터 큐폴라에서도 먼 들판의 나무가 불타는 것이 보였다.

아마 21사단의 장갑척탄병이 적군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 같았다. 발을 절거나 부상병을 나르는보병이 그럭저럭 버티고있지만 적군이 전차, 보병과 자이들리츠Seydlitz로 계속 측면돌파를 노리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슈트르모빅Sturmovik이 계속 날아들어서 머리 위에는 엔진굉음이 떠나질 않았다. 도로 부근 작은 숲에는 망가진 반궤도 장갑차의 대공포가 있었고 히틀러 소년병, 공군과 민간인 소녀가 위장막을 뒤집어 쓰고 날아드는 적군 항공기를 노렸다.

그 중 한 대의 날개에 기관포탄이 박히더니 불길이 번졌다. 슈트르모빅은 한바퀴 돌더니 숲에 곤두박질쳤다. 기뻐할 틈도 없었다. 다른 2대가 대공포를 발견하고는 소이탄을 갈겨 댔다. 장갑차, 대공포, 포병 모두 불덩이가 되었다.





하늘을 나는 전차라는 별명을 가진 일류신 슈트로모빅Ilyushin Il-2입니다. 제공권을 상실한 독일육군에게는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지상공격기였습니다. 중장갑을 둘러 격추시키기 힘들었고 중무장으로 독일전차를 사냥했습니다. 


23mm VYa-23 기관포 (한 문당 150발) 2문 

7.62mm ShKAS 기관총 (한 정당 750발) 2정

12.7mm Berezin UBT 후방용 기관총 (300발) 1정

폭탄 600 kg과 RS-82 로켓 8발 또는 RS-132 로켓 4발

 

동이 트면서 소련군이 우리쪽으로 접근했다. 2대의 판터, 할베부터 함께 한 약 500명의 보병과 민간인으로는 측면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날이 밝으면서 내 염려가 현실이 되었다. 

나무 사이로 아이소프(조세프) 스탈린Josef Stalin전차 3대가 먼 들판에서 숲쪽을 경계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즉시 멈추고 스탈린 전차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3대를 기습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다른 적군을 부르게 되고 우리를 따라온 수 백명의 목숨이 위태로웠다. 보병과 피난민도 숲 바닥에 엎드려 몸을 숨기고 있었다.




IS 또는 JS-2 전차가 투입될 때에는 이미 전차전력은 소련이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중전차로는 공수주 균형이 잘 잡힌 혁신적인 전차였지만 급히 122mm 야포를 장착하느라 겨우 28발만 안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야포를 발사할 때처럼 장약을 따로 장전해야 했기 때문에 발사속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느렸습니다. 이번 이야기에 등장하는 IS전차는 2형이고 사진 아래의 3형은 종전 후에 투입되었습니다. 


 

스탈린전차가 1km 밖에서 천천히 지나갔다. 포수는 조준경에 얼굴을 대고 포구를 돌리며 언제라도 포격할 준비를 했다. 그의 목에서 흘러내리는 땀 그리고 그의 떨리는 손가락이 보였다.

문제는 엔진이었다. 은폐하고 있더라도 엔진소음은 여전히 컸고 만약 적이 자기 엔진을 끄면 바로 우리 엔진소리가 들린다. 함께 있던 보병이 뒤처질 경우에도 우리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 엔진을 끄면 다른 곳에서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는 적에게 대응할 수 없고 포탑도 수동으로 느리게 선회시켜야 한다.

전차장인 내 판단으로 엔진을 그대로 두었다. 적은 아직 멀리 있었고 보병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전수에게는 고폭탄을 장전하고 철갑탄은 들고 있으라고 명령했다. T34가 킹 타이거를 상대할 때에 고폭탄으로 궤도를 먼저 노리고 거리를 좁혀 철갑탄으로 마무리를 짓는 교전방법이었다.

그런데 스탈린전차가 약 6~800m 거리까지 다가왔다. 순간 침을 삼켰다. 다행히도 스탈린전차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배기연을 짙게 뿜어내며 지나갔다. 바닥에 엎드린 수백명의 심장박동 소리는 아마 판터 엔진소리보다 컸을 것 같다.

갑자기 후미에 있던 스탈린전차가 우리를 향해 동축기관총을 마구 퍼부어댔다. 총탄을 머리 높이의 나무에 박혔고 판터 차체를 튕겨 나갔다. 아무 일이 없는 것을 확인한 스탈린전차는 갈 길을 갔다.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갑자기 뒤에 있던 민간인 남성이 손을 들고 뛰어 나갔다. 통신병이 저 사람 미친 모양이군요라고 말했다. 나이먹은 남성이 여성과 소녀를 데리고 나갔다. 전차 옆에 서 있던 국방군보병이 카빈을 들고 세명을 하나씩 쏘아 쓰러트렸다. 마치 풀숲의 토끼처럼 쓰러졌다.

슬퍼할 여지가 없었다. 후미에 있던 스탈린전차가 멈추더니 차체를 우리 쪽으로 돌렸다. 운전병이 총소리를 들었나요? 아니면 사람이 뛰어나가는 것을 본 모양입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스탈린전차는 포를 쏘았다. 고폭탄 한 발이 큰 나무 사이에서 터졌고 파편과 나무조각이 우리 주변에 쏟아졌다. 파편을 맞은 몇 명이 공포에 질려 마구 뛰기 시작했다. 병사 몇 명도 손을 들고 나갔다.

 

스탈린전차의 기관총이 목 높이로 총탄을 퍼 부어 몇 명의 목이 잘렸다. 목이 잘린 시체는 손을 든 채로 그대로 쓰러졌다. 다른 두 대도 방향을 바꿔 우리에게 향하더니 포탄을 숲속으로 쏘았다.

몇 발이 앞쪽 나무를 쓰러트렸고 그 부근에 여전히 숨어 있거나 뛰어 달아나는 사람들이 노출되었다.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면서 판터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차라리 잘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노인들과 숲에 숨지 않아도 되었다. 군인대 군인으로, 전차대 전차로 싸울 차례였다.

포수에게 장전되어 있던 고폭탄을 쏘라고 명령했다. 첫 탄이 정확하게 우리를 발견한 스탈린전차의 전면장갑 오른쪽을 맞췄다. 구동 휠이 날아가며 궤도가 끊어졌다. 스탈린전차의 긴 포신은 여전히 낮춰진 상태였다. 스탈린전차의 장전은 오래 걸렸고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이번에는 철갑탄을 쏘았는데 이번에는 포방패에 맞았다. 포탑이 흔들거리면서 금속조각이 주변에 날아갔다. 우리를 향한 채로 선회하려고 했지만 끊어진 궤도 때문에 한쪽 각도로만 질질 끌었다. 당황한 운전병이 가속을 한다면 한쪽으로 돌면서 두께가 얇은 측면을 노출시킬 것이다.

포수에게 측면이 노출될 때를 기다리라고 명령한 후에 밖으로 나가 본격적인 교전을 준비했다. 오른쪽에는 카포의 판터가 다른 두 대에게 기관총을 쏘고 있었다. 예광탄이 한 대의 장갑을 튕겨 다른 한대에 맞았다. 카포도 밖으로 나와 다음 탄을 준비했다. 적이 먼저 쏜 탄 하나가 카포의 포탑 위를 튕겨 지나가 숲에 박혔다.

일부 보병이 판저타우스트Panzerfaust를 들고 스탈린전차 양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소련 전차병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판저파우스트는 30m 이내에 접근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위험한 대전차 무기였습니다. 상반신이 완전히 노출되어서 주변에 적의 보병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하기 힘들었습니다. 

일단 맞추기만 하면 당시 모든 전차를 격파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퓨리처럼 보병없이 주저 앉은 전차는 그냥 사격목표였는데 영화에서는 참 한심스럽게 연출했죠. 심지어 밤에도 보병의 접근을 귀신처럼 알아냈죠?

 

예상했던 대로 궤도가 끊긴 전차가 속력을 올렸고 한쪽으로 기울면서 측면이 노출되었다. 포수는 차체 아래, 런닝기어 바로 위를 정확하게 맞췄다. 스탈린전차는 마치 빗나간 것처럼 포탑이 계속 선회했고 기관총이 마구 흔들렸다.

내부 폭발 중이 분명했다. 내부 폭발압력으로 포탑이 차체에서 뜯겨져 나오거나 차체가 아예 찢어질 것이다. 내부 폭발을 견딜 전차는 이 세상에 없다. 스탈린전차의 둥글고 납작한 포탑이 갑자기 화염을 쏟아내며 하늘로 치솟았다. 차체는 여전히 흔들거리며 탄약폭발을 일으켰다.

 

이제 두 대만 상대하면 되었다. 적군의 포신이 다시 올라왔는데 둘다 나를 노리는 것이 보였다. 운전병에게 급가속해서 포탑이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동시에 우리 포탑도 그 놈들을 향해 돌렸다. 급히 멈추느라 약간 틀어졌고 마지막 몇 센티미터를 조정하는 동안 스탈린 두 대도 포구를 움직였다.

포수가 가장 가까운 적의 포탑을 맞췄다. 포탑이 해치를 뚫고 나갈 때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것이 함께 보였다. 해치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고 차체의 승무원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다행히도 다른 스탈린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 먼저 판저파우스트에 맞았다. 적이 우리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보병이 뒤로 돌아 엔진룸을 꿰뚫었다. 다급하게 빠져나온 6명의 소련 전차병을 붙잡았다.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상처하나 입지 않고 스탈린 3대를 잡았다. 그렇지만 아침하늘 높이 피어 오른 짙은 연기로 우리의 위치가 발각되었다. 스탈린 1대를 잡을 때마다 5대가 더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다시 도로에 올라서자 뒤에서 따라오던 보병이 포로로 잡은 적 승무원을 하나씩 사살하고는 주머니를 뒤져 담배와 먹을거리를 찾아냈다. 시체에게서 쓰레기를 뒤질 정도로 무너져 있었다.

 

현장을 빨리 빠져나가야 했기 때문에 속도를 올리라고 말했다. 해치를 열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500명 정도의 보병과 시민이 우리 뒤를 비틀거리며 따라왔다. 아무도 우리의 승리에 힘을 내거나 축하하지 않았다. 몇 분 후에 하늘에 슈트르모빅이 나타나 우리가 있던 자리를 마구잡이로 폭격했다.

판터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연료는 기껏해야 20km가 고작이었고 변속기는 망가지기 직전이었다. 엔진은 과열되었고 궤도도 반드시 다시 조여야 했다. 평상시라면 반나절은 걸릴 작업이었다. 포탄도 몇 발만 남았고 무전기는 제대로 송수신이 안되었으며 소화기나 오일은 아예 없었다.

판터가 도보속도로 서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전날 아군이 적군과 격전을 치룬 지역을 지나쳐갔다. 숲은 온통 양쪽의 시체와 잔해가 가득했다. 구급차 몇 대의 부상병은 모두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어 있었다. 그 참상을 본 사람들은 다시 힘을 내 속도를 높였다. 장전수가 뛰어내려 구급차의 연료를 확인했다.

말짱한 차량도 우리를 앞서간 아군이 이미 마지막 한방울까지 뽑아낸 상태였다. T34 한 대가 온전하게 있었지만 놈들은 디젤을 사용했고 가솔린 엔진인 마이바흐Maybach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연료부족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이나 포탄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정오 무렵에 전투흔적이 없는 곳에서 기적을 만났다. 판터 한 대가 잡목 사이에서 서 있었는데 궤도에 진흙도 없는 완전 신형이었다. 해치는 닫혀 있었고 포신은 수평이었다.

어떤 인기척도 없었다. 카포는 부대표식이나 상징도 없네?”라고 말했다. “아마 그냥 방기된 모양이야. 연료부족이겠지. 그런데 왜 폭발처리하지 않았을까?”

승무원이 항복했거나 차밖에서 죽었겠죠. 가솔린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밑져봐야 본전이죠라고 대답했다.

자네 판터를 버리고 저걸 타겠다고?” “아니면 통신병이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가는 길에 전차병을 발견하면 태우도록 하죠. 그러면 판터가 3대가 됩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저렇게 버려 두었을까? 적군의 속임수가 아닐까? 판터에 부비트랩을 설치했을 수도 있어.”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중위님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게.”

 

판터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견인줄도 없었고 지면도 파여 있지 않았다. 차체에 올라가 전차장 해치를 열었더니 쉽게 열렸다. 몇 초 기다려 보았다.

안에서부터 엄청난 불길이 20m는 솟아올랐고 판터 주변에 잔해가 떨어졌다. 나는 바로 뛰어내려 몸을 피했고 가득 차 있던 연료탱크가 폭발했다. 거대한 괴수가 불타는 것 같았다. 카포가 웃으며 빨리 갈 길을 가자고 명령했다.

그는 오늘이 크리스마스 아침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네. 놈들이 자네에게 새 판터를 선물했다고 믿었나? 그대로 줄 놈들이 아니야라고 소리쳤다.

우리는 급히 자리를 피했고 불이 숲으로 번지자 연기를 발견한 슈트로모빅이 모여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