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베탈출은 어느 정도 정리했으니까 마지막 부분은 다음으로 넘기고 다른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참혹한 할베 포위망 탈출 5부
포탑 아래 탄약선반(사진 참조)을 곁눈질했다. 철갑탄이 6발? 고폭탄도 6발 정도가 고작이었다. 포신에 한발 장전되어 있고 장전수에 한발까지 합쳐도 14발이 전부라 포수에게 확실할 때에만 당기라고 당부했다.
러시아 전차가 이동하면서 먼저 발사했고 전면장갑에 강한 충격과 반향에 귀가 멀 것 같았다. 다른 한 발은 우리를 지나쳐 뒤에서 아우토반을 건너는 보병무리로 향했다. 세번째 탄은 한 옆에 세운 하노마그를 맞춰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포수가 선두 전차를 노리고 쏘았다. 전면장갑에서 파편이 튀더니 약 30km 속도로 선회하더니 차체해치에서 불길이 터져 나왔다. 탄약이 터지면서 뒤가 치솟으며 도랑에 처박혔다.
그 뒤를 따르던 T-34 무리가 자리를 잡고 우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그 중 몇 대는 보병을 태우고 있었다. 포수에게 소리 질렀다. 너무 많은 숫자가 달려오고 있기 때문에 그냥 제 자리에서 포격하는 편이 더 나았다.
적군은 고속도로 위라고 해도 출렁거리면서 달려오고 있기 때문에 사격이 정확할 리가 없었다. 아마 탄약이 충분했던지 다가오면서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
헤처는 아직 위치를 들키지 않았다. 작은 구축전차 2대는 75mm 포문을 열었다. 거리는 500m 미만이었는데 T34 한대가 궤도를 맞더니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다른 전차를 들이받았다. 두번째 전차는 뒤에 보병분대를 태우고 있었는데 그 충격으로 모두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뒤를 따르던 T34 무리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보병을 깔아뭉갰다.
헤처의 작은 체구는 대단한 장점이었다. 헤처의 낮은 차체는 어둠 속에서 구분하기 힘든 데다가 75mm 단포신이라고 해도 T34의 궤도정도는 충분히 부술 수 있었다.
적군은 헤처가 숨어 있다고 짐작하는 부근에 고폭탄을 퍼부었다. 헤처가 못 견디고 나오게 만들 생각이었다.
우리 전차 포탑 안에는 포연으로 숨쉬기 힘들었다. 포수는 욕설을 내뱉으며 조준했다. 포탑이 흔들렸고 탄피가 수거함으로 떨어졌다. 선두 T-34의 운전수 창을 정확하게 맞췄다.
내 자신이 운전병을 해봤기 때문에 실제로 내부를 보는 듯했다. 운전병의 목은 날아가고 뜨거운 파편이 내부의 모든 것을 토막냈을 것이다. T-34는 갑자기 멈추더니 뒤가 치솟았다가 내려 앉았다. 다른 전차가 그 옆을 돌아 나왔고 우리는 다시 발사했다.
귀중한 탄은 T34 포탑을 튕겨 보병을 태우고 있는 다른 전차에 맞았다. 포탄에 맞은 몇 명이 땅에 떨어졌고 뒤따르던 전차의 궤도 아래로 사라졌다. 보병은 잔뜩 태운 전차들은 물러날 기미가 안보였다.
동부전선에서 익숙한 장면이었다. 무한대의 자원과 보병, 그리고 불타는 복수심. 우리가 키운 괴물이었고 이제는 아우토반을 건너는 수천명의 목숨을 위해 어떻게든 이 괴물을 막아야 했다.
우리는 다시 발사했는데 우리도 포방패에 맞은 한 발이 차체 이를 때렸다. 운전병과 통신병도 그 소리를 듣고는 안도의 한숨과 욕설을 마구 내뱉었다.
T-34 무리는 우리를 압도했다. 우리를 뭉개고 지나서 수백 미터 뒤에 있는 병사와 피난민을 노리려고 했다.
잠망경에 우리에게 달려든 T-34의 전면장갑이 커다랗게 보였다. 그 놈은 우리를 밀어낼 생각이었는데 우리 판터가 크게 흔들렸지만 그 놈이 오히려 한쪽으로 밀려나며 허점을 보였다. 운전병이 재빨리 제자리 선회를 했고 포수가 포각을 낮춰 10m도 안되는 거리를 쏘았다.
T-34의 후면을 뚫고 들어가 엔진룸에서 불이 치솟았다. 포탄은 T-34를 완전히 관통했다. 내부에는 전차병의 팔다리가 잘려 나갔을 것이다. T-34는 한 번 부르르 떨더니 조용히 제자리에서 불타올랐다.
우리 주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번 이야기와 정반대의 그림입니다만 이 정도로 위기상황이었다고 그냥 넘어가시길.
누군가 붉은 조명탄을 쏘아서 도로는 마치 석양노을이 지는 것 같았다. 적이 은폐한 헤처를 발견하고 깔아 뭉개려 했다. 다른 놈들이 헤처 지붕에 올라타 해치를 뜯어냈다. 우리는 그 놈의 노출된 차체 측면을 박살냈는데 헤처를 올라탄 상태에서 폭발했다.
다른 T-34가 멈춰서 보병을 내려 놓았다. 소련군은 우리를 지나 후방의 피난민을 노렸다. 숨어 있던 무장친위대가 상대했다. 판터 안에서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었지만 소련군은 그렇게 혐오하는 무장친위대를 보고 달려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SS 병사 몇 명이 헤처 뒤에서 MG42를 한 명의 어깨 위에 올리고 달려드는 소련군을 쓰러트렸다. 중기관총 세례를 받은 소련군 보병들은 산산조각났고 이것을 본 T-34가 고폭탄으로 헤처와 중기관총 팀을 날려버렸다.
헤처는 뒤집어지며 주변의 병사를 깔아뭉갰다. 흘러나온 가솔린에 불이 붙어 주변은 온통 불바다였다.
이제 우리 판터와 소수의 장갑척탄병만으로 T-34 3대를 상대해야 했다. 우리를 지나치려던 한 대가 판저파우스트를 맞고 전면장갑이 떨어져 나왔다. 다른 T-34가 달려와 판저파우스트 병사를 짓이겼다. 우리는 철갑탄으로 그 전차의 포탑에 구멍을 냈다. 한 명이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곧바로 화염이 집어삼켰다.
마지막 한 대가 돌파를 포기하고 우리를 상대했다. 우리가 먼저 쏜 포탄은 전면장갑에 튕겨 하늘로 사라졌다. 그리고는 차체 통신병의 볼 마운트 MG34 부근(사진 참조)에 한 발을 맞았다. 통신병이 짧은 비명을 지르더니 바로 조용해졌다. 우리는 그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약 20m 거리에서 포방패와 포탑링 사이를 쏘았다. 포탑이 들썩이고 차체 해치가 열리면서 불꽃이 쏟아져 나왔다. 두 명이 불이 붙은 채로 기관단총을 들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워낙 거리가 가까워서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시아, 아마도 몽골쪽으로 보였다.
전면장갑은 관통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독일군의 전차는 합금기술이 뛰어 났고 중장갑이었기 때문에 이런 기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만졌던 야크트티거도 포탄 3발을 맞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죠.
교전을 하는 동안 소련군 보병이 차체에 올라왔다. 나는 후진을 명령했고
판터에서 떨어지면서 던진 수류탄이 터졌다. 엔진이 멈췄고 차체에는 연기가 가득 찼다. 차내는 물론이고 바깥도 전혀 안 보였다. 어쩔 수 없이 큐폴라 해치를
열고 머리를 내밀어 주변을 확인했다.
주변은 온통 적군이었고 SS 병사가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고 있었다. SS 한 명이 야전삽으로 탈출한 전차병 2명을 두들겨 패고는 기관단총을 빼앗아 다른 적군에게 총구를 돌렸다. 그렇지만 바로 수류탄에 날아갔고 소련군은 후방으로 몰려갔다.
밑에 있는 운전병이 연기로 자욱한 차체에서 엔진 시동을 다시 걸었다. 통신병은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후방으로 몰려갔던 소련군아 되돌아왔다. 돌파지점의 아군이 반격에 성공했고 수천명이 서둘러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고 있었다. 민간인 2명은 소련군 하나를 쫓아가 샷건과 사냥총으로 죽이고는 주머니를 재빨리 뒤졌다. 부상당한 다른 소련군은 기어가다가 민간인 여성이 쏜 총에 등을 맞고 죽었다.
곳곳에서 그런 광경이 벌어졌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필사적인 반격에 나서 소련군 공격을 막아내고 쫓아냈다.
돌파지점이 확보되었다. 우리 엔진도 시동이 걸려서 차체를 남쪽으로 돌려 다시 올 적 전차를 기다렸다. 해치를 모두 열어 환기를 시킨 후에 통신병 상태를 물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아래로 내려가 운전병을 확인했다.
왼쪽의 운전병은 흙빛이 되어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우측의 통신병은 머리를 뒤로 제친 채로 의자에 널브러져 있었다. T34의 철갑탄 파편이 차체 기관총 포트를 뚫고 들어와 통신병 가슴에 박혔다. 그의 갈비뼈가 온통 튀어 나와 있었다. 해치를 열고 시신을 빼내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뒤를 맡아 돌파구를 지킬 후속병력은 변변치 않았다. 돌격포 2대, 4호 전차와 판터 각 한대 씩이었다. 반궤도 장갑차가 88mm 2문을 보강했고 보병은 100명이 전부였다.
몇 시간 후면 이 병력도 대탈출에 나서게 되고 후미에 처진 전력미상의 병력이 버텨주어야 했다. 마치 애벌레가 움츠렸다가 한 번씩 앞으로 움직이듯이 그렇게 탈출해야 했다.
여전히 탈출하는 피난민은 엄청났다. 수백명의 여성과 아이가 쏟아져 나와 마치 길을 건너듯이 양쪽을 확인하고는 먼 철로를 향해 달려갔다.
소련군은 바로 다시 공격해오지 않은 대신에 아우토반 전체에 산발적인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운 나쁜 차량이나 사람은 포탄을 맞고 반대쪽으로 떨어졌다. 다음 포탄이 어디에 떨어질지, 이번에는 누구 차례일지 아무도 몰랐다. 부상당한 사람은 들판 구석진 곳에서 버리지 말아 달라고 울부짖었다.
카포 판터와 4호 전차에 다시 합류했다. 4호 전차는 상태가 안 좋아서 계속 뒤로 처졌다. 오히려 피난민의 발걸음이 더 빨라 인파 속에 파묻혔다. 처음에는 전차에 매달려 태워 달라고 애원하다가 전차가 고장난 것을 알고는 다시 서쪽으로 걸어갔다.
4호 전차장은 우리를 쫓아 달려와 “연료요!”라고 소리쳤다. “우리도 연료가 부족합니다. 겨우 10km 정도가 고작입니다.”
“아니요. 우리 전차에 연료가 충분합니다”라고 다시 소리쳤다. 우리는 다시 되돌아갔다. 그의 전차는 목탄을 태워 이산화탄소 스토브 엔진이었는데 황당하게도 몇 개월 동안 계속 가솔린이 보급되었다. 그들은 약간씩 빼돌려 모아두었고 덕분에 카포와 우리 판터가 다시 50km를 갈 수 있는 연료를 얻었다.
이제 철로를 건너 직선으로 엘베까지 갈 수 있는 연료였다. 우회로나 경사로 그리고 또 다른 전투가 없다면 말이다.
4호 전차 승무원을 전면장갑 위에 태우고 포탑과 차체 뒤에는 민간인과 경상자를 태웠다. 전차장에게는 통신병 자리를 제안했는데 그는 부서진 차체 기관총 대신에 MP40로 무장했다. 그는 그 자리를 상당히 만족해 했다.
우리는 다시 서쪽으로 향했다. 포수는 조준경에 얼굴을 대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는 것 같았는데 그럴 만도 했다.
지난 이야기에서 사용했어야 할, 파손된 킹 타이거 사진입니다. 겨우 487대가 만들어진 것에 비해 사진은 풍부하게 남아 있는데 아마도 사진기를 가진 사람이면 강철괴수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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