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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2차대전

동부전선 타이거 이야기 (6부)

by uesgi2003 2017. 5. 30.


동부전선 타이거 이야기 (6부)


밖은 영하 1~2도였지만 타이거 안은 따뜻했다. 운행 중에 가열된 세라믹 원통형히터가 엔진이 정지된 후에도 한 시간 이상 열을 냈다. 전차병은 이런 면에서 운이 좋았다. 보병의 얼굴에 맺힌 얼음조각 때문에 고드름 군인이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세라믹 원통형히터가 완전히 죽으면 우리는 훨씬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보병은 밖에서 기름이나 나무난로를 피우고 손발을 움직일 수 있었다. 너무 춥고 힘들어서 잠을 못 이룰 때에는 평화 시의 고향생각을 떠올리면 고통을 잊었다. 어머니는 라디오에 잡히는 외국방송을 즐겼다.

이탈리아, 프랑스와 덴마크 방송이 잡히면 어머니는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다니?’라고 놀라곤 했다.

 

잠시 후에 쿠르트가 돌아왔다. ‘간호병들 정말 전문가던데. 나를 바로 치료해줬어.’

뭐라고?’

그는 입김을 내며 하품했다. ‘그녀가 자위를 해줬고 나는 각설탕을 대가로 주었지.’

그런데도 설탕조각만 주었다니

두 사람 모두 발터권총을 가지고 있어. 적군에게 잡힐 경우에 강간을 당하기 보다는 머리에 총을 쏘겠다는군.’

 

중간에 하노마그를 두고 선두와 후미에 타이거가 4대씩 배치되었다. 다행히도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우리는 안개가 한 동안은 계속 남아 있기를 기도했다.

시속 20km로 속도를 높였는데 전날의 전투잔해와 슈투르모빅의 폭격을 맞은 트럭으로 도로가 난장판이었다. 오펠Opel 대형트럭 3대가 여전히 연기를 내며 뒤집어져 있었고 운전석에는 얼어붙은 시체가 끔찍한 모습으로 뒤틀려 있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말이 누워서 얼음을 밀어내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지나쳐갔다. 군수품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마차를 만났을 때에는 보병이 바로 내려 깡통이나 상자를 챙겼다.

 

슈투르모빅이 기수를 땅에 처박고 추락해 있었다. km 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20mm 4연장 대공포 반궤도 트럭이 말짱한 상태로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너무 어린 포병 2명이 모자를 흔들며 무척 반가워했다.

적군 위치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가까이에 있습니다. 무전기가 없어서 그냥 느낌입니다.’

대공포가 동작하나?’

도랑에서 꺼낼 수만 있다면 제 역할을 다할 겁니다. 연료도 하루 이틀 치는 남았습니다.’

우리는 반궤도 트럭을 도랑에서 끌어낸 후에 하노마그 바로 뒤에 배치했다. 대공포는 전력에 큰 도움이 되었다. 더구나 이미 슈투르모빅을 격추시킨 훌륭한 솜씨였다.

 

좌우로 가시거리가 100m도 안되는 짙은 안개였다. ‘후퇴에 더없이 좋은 날씨네. 금방 강에 도착하겠어. 헬만은 철십자훈장 위에 참나무잎을 달겠는데?’라고 쿠르트가 말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아? 작은 전투단을 꾸렸어, 이제는 대공포까지 있고 말이야. 포탑에는 공군에서 나온 연락장교까지 있고 말이야. 베를린 방송에서는 헬만 전투단, 동부전선의 구원자라고 내보낼 거라고. 강에서 무사히 방어까지 해내고 암호해독을 할 수 있는 고위직 포로까지 잡았는데 뭐.’

그 여자가 암호해독을 알고 있을까?’

숨기려는 뭔 가가 있다고 생각해. 헬만도 그렇게 생각해. 정보부가 저 예쁜 것에 공을 들이겠지


일반 기사십자 철십자장입니다. 연합군이 가장 선호하는 노획기념품이었습니다. 



곡엽 기사십자 철십자장입니다.



곡엽검금강석 기사십자 철십자장입니다.



황금곡엽검금강석 기사십자 철십자장입니다. 현역 중에서는 슈투카 에이스인 한스 루델만 받았다고 합니다. 힌스 루델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될 정도이니까 그럴만도 하죠.


 

젠장. 저게 뭐야?’ 빌프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숲이 우거진 지역에 들어섰는데 우리 머리 위로 드리워진 나뭇가지에 6구의 시체가 목매달려 있었다. 조금 더 앞에는 3구가 더 있었다. 최근에 처형한 것 같았는데 모두 러시아 누빈 군복을 입고 있었다.

파르티잔이다. 주변에 있는 것보다는 저렇게 나무에 매달려 있는 편이 차라리 낫다. 아군이 일대는 청소해주었군. 그렇지 않아도 정찰할 시간이 없었는데 그대로 전진한다.’

시체들은 혀를 내밀고 초점없는 눈으로 우리를 내려 보았다.



우리는 흔히 친독일 편견을 갖습니다만 2차대전 당시 독일은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했습니다. 그래서 개전 당시에는 독일군을 해방군으로 환영했던 우크라이나 등의 연방국가도 나중에는 조금도 안심할 수 없는 파르티잔 지역으로 변했습니다. 

 

하노마그 한 대가 검은 연기를 뿜으며 멈춰 섰다. 헬만이 승무원에게 뭐라고 큰 소리로 물을 때에 앞쪽에서 섬광이 보였다. 모두 기관총을 움켜줬고 나는 앞쪽으로 전차를 몰았다. 전방의 타이거 한 대에 불이 붙었다.

엔진발화인가?’ 이렇게 중얼거렸는데 훨씬 더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타이거 뒷면이 온통 불붙어 있었고 승무원이 소화기로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두개골 조각이 하늘로 흩뿌려졌다.

개자식! 저격수다!’

헬만은 급히 포탑 안으로 몸을 던졌고 빌프가 나무에 대고 동축 기관총을 쏘았다.

 

불붙은 타이거의 승무원은 진퇴양난이었다. 그대로 튀겨지거나 총탄을 감수하고 밖으로 빠져나와야 했다. 그들은 해치 밖으로 뛰쳐나와 우리쪽으로 달려왔다. 저격수의 총탄이 진흙을 튕겼고 한 명이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허벅지를 붙잡고 뒹굴자 그 다음 총탄이 몸통을 꿰뚫었다.

다른 승무원이 도와주러 가다가 다시 총탄을 맞았다. 하노마그가 차체 기관총탄을 뿌려 대며 우리를 지나갔다. 하노마그가 죽은 병사를 막 지나칠 때에 화염이 쏟아졌다.

화염방사기다!’

앞쪽에서 긴 화염줄이 터져 나와 우리 앞의 하노마그를 뒤덮었다. 처음에는 차체 기관총의 장갑척탄병을 덮치더니 바로 안의 승차칸으로 넘어 들어갔다.

 

뒷문이 열리고 온몸에 불이 붙은 두 명이 몸을 던졌다. 그 뒤에도 여러 명이 뛰어 내렸다. 진흙 위에서 몸부림치다가 죽어갔다.

쿠르트가 하노마그 너머의 나무를 마구 쏘았지만 목표물은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헬만이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적은 쓰러진 나무 옆에 있다. 화염을 봤다.’

어둠 속에 쓰러진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화염방사기 노즐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불도 보였다. 화염방사기가 접근한다면 60톤짜리 괴물도 끝장이었다. 몇 초 만에 그릴에 불을 지르고 해치마개를 녹여 화염이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 관측창이 날아간 경우에는 화염이 그대로 얼굴에 덮쳤다.




아메바 위장무늬의 특수부대인데 시대착오적인 장갑판을 입었습니다. 

 

내 위의 88mm가 으르렁거렸고 고폭탄으로 쓰러진 나무를 몇 미터 뒤로 날려보냈다. 그렇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다시 화염이 날아와 이미 불붙어 쓰러진 병사들을 끝장냈다. 하노마그와 타이거는 모두 불덩어리로 변했다. 살타는 냄새가 깨진 관측창을 통해 들어왔다. 가솔린 그을림까지 더해진 역겨운 냄새가.

쿠르트가 계속 사격했지만 화염방사기는 그칠 줄 몰랐다. 우리 전차의 트랙 보호판에도 불이 붙었다. 한 번만 더 화염세례를 받으면 우리도 살아남지 못할 판이었다.

나는 후진했지만 뒤에 있는 장애물과 부딪쳤다. 헬만이 다른 타이거를 들이 받았다고 소리질러 댔다. 한 번에 두 대의 타이거가 불탈 위기에 몰렸다.

 

재빨리 전진기어를 넣은 후에 앞이 들릴 정도로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숲으로 들어가 나무를 마구 짓이기고 다녔다. 쿠르트는 계속 기관총탄을 퍼부어댔다. 화염방사기 사수가 눈에 들어왔다. 키큰 병사가 인화성 물질이 뚝뚝 떨어지는 소총 총구를 들고 있었다.

그 놈은 나무가 쓰러지자 비틀거렸다. 자세를 잡고 우리를 노렸지만 쿠르트가 더 빨랐다. 쿠르트의 예광탄이 놈의 연료탱크를 꿰뚫었고 순식간에 폭발했다. 화염기둥이 위로 2~30m는 치솟았다. 놈이 쓰러진 후에 전차를 후진해 빠져나왔다.

길은 난장판이었다. 앞에는 불타는 타이거로, 뒤에는 들이 받은 타이거가 길을 막고 있었다. 100m 전방의 타이거는 기관총을 숲으로 쏘았고 대공포도 수평사격으로 부근의 나무를 모조리 쓰러트리고 있었다.



소련군이 사용한 ROKS-2 화염방사기입니다. 방사기도 소총이고 탱크도 백팩모양이어서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효사거리가 25m였습니다. 

 

헬만의 명령에 따라 포로가 탄 하노마그로 다가갔다. 하노마그와 함께 있던 타이거가 주변의 파르티잔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몇 명은 화염병과 수류탄을 들고 차체에 올라가 있었다. 타이거는 트랙이 풀려 움직일 수 없었고 기관총을 쏘며 저항했다.

다른 타이거가 재빨리 후진해 거리를 벌인 후에 파르티잔을 공격했다. 하노마그의 장갑척탄병도 파르티잔과 백병전을 벌였다. 탄약이 다 떨어진 아군은 총검으로 파르티잔의 몸과 목을 찔렀다. 다른 병사는 MP40을 버리고 야전삽으로 덤벼드는 적을 두들겼다. 기관총탄을 맞은 적은 거의 두동강이 나면서 내장을 쏟았다.

우리 앞에 있던 적은 포탑 위로 수류탄을 던졌지만 튕겨 나가 도랑에서 터졌다. 쿠르트는 그 놈을 몇 발로 완전히 박살냈다. 나는 시체 위로 전차를 몰았다.

 

빌프가 좌우로 기관총을 흔들다가 너무 가깝습니다. 아군이 맞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헬만은 욕을 하더니 파우스트, 따라와라라고 말했다. 나는 벽에 있던 MP40을 집고 해치를 열었다.

헬만은 벌써 길을 건너 하노마그로 뛰어가고 있었다. 파르티잔이 장갑차의 차체 안으로 총을 쏘고 뒷문을 개머리판으로 두들겼다. 장갑척탄병은 다른 공격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적이 휘두른 코사크 칼에 목이 잘려 피를 뿜었다.

다른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 들어 적을 나무 뒤로 몰아냈지만 그 부근에는 수십 명의 파르티잔이 있었다. 나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거야?라고 생각했다.

 

파르티잔이 포로, 간호병과 부상병이 있는 하노마그 안에 들어섰다. 안에서 긴 비명소리가 들렸다. 헬만은 MP40을 뒷문에 있는 파르티잔에게 퍼부었고 나도 몸을 숙이고 달려드는 두 놈을 쏘아 쓰러트렸다.

차 안에서 총소리가 들리며 울려 퍼졌다. 부상병은 모두 총을 맞았고 간호병 두 사람도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러시아 여성장교는 피바다 속에서 발터권총을 들고 파르티잔을 겨누고 있었다. 내가 총을 들어올렸더니 헬만이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총신을 눌렀다.

파르티잔이 러시아어로 뭔가를 말했고 포로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 놈이 총구를 겨누자 포로가 먼저 총을 쏘았다. 놈의 몸통에 세 개의 구멍이 뚫리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간호병의 시체에 걸려 쓰러지며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