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1차대전 연재가 되고 있군요. 다양한 소재이기는 합니다만.
요즘 북한과의 전쟁설에서 비약해서 심지어 생화학전설이 난무하고 있기에 1차대전 당시를 정리해봤습니다.
화학자의 대리전, 1차대전
1차대전은 화학자의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 화학자가 기둥역할을 했기 때문에 과장이 아니다.
산업차원의 화학물질 생산이 없었다면 1차대전과 같은 대량살상과 파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양측은 교전시간 대부분을 서로에게 고폭탄, 화학가스, 소이탄과 같은 화학물질을 쏘는데 소비했다.
이런 화학물질을 쏘려면 또 다른 화학물질인 추진제가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 추진제를 점화하려면, 총이나 포를 쏠 때에 점화되는 일차 화약이 필요했다.
화학물질은 살상용으로만 쓰이지 않았다. 환자나 부상자를 치료하거나 질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중요했다. 화학자는 탄약, 화약, 금속, 가죽, 고무, 기름, 가스, 음식, 약품제조를 관장했다. 그래서 1917년 리차드 필처Richard Pilcher가 발표한 논문에서 1차대전을 화학자 전쟁이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화학자와 화공학자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다하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려면 원료가 반드시 필요했다. 전쟁발발 몇 개월만에 독일과 영국은 주요 원료가 거의 소진되었다.
총통은 조선수군의 자랑거리였지만 실전에서는 화약재고때문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대장군전과 천자총통은 사용이 극히 힘들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흑색화약의 필수원료인 초석(질산칼륨)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대량으로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영국원정군 사령관 더글라스 헤이드Douglas Haig원수는 과학과 과학자의 힘을 제대로 경험했다. 1919년 3월 21일자 기록을 보면 독일군은 이전 2년 동안 누적된 피해때문에 1918년 하반기에 갑자기 몰락했다고 되어 있다. 그는 ‘끊임없는 소모전으로 독일군의 예비전력을 소진시키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소모전을 체력싸움이라고 불렀다.
전쟁이 계속되자 병력뿐만 아니라 전쟁물자 소모전이 되었다. 헤이그는 영국해군의 항구봉쇄로 독일국민의 전쟁지속 의지가 매년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다고 봤다.
독일은 몇 개월의 대규모 작전만 버틸 수 있는 양의 탄약과 폭약만으로 참전했다. 1915년 초가 되자, 재고는 크게 줄어들었고 급히 생산에 박차를 가했지만 질소가 문제였다.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 니트로글리세린과 나이트로셀룰로스 등의 화약을 생산하려면 질산과 같은 질소함유 화학물질이 필요했다. 질소함유 화학물질은 비료인 과황산암모니아와 황산암모늄 제조에도 필요했다.
독일은 남미에서 질산염 광석을 수입해서 화약과 비료에 필요한 질소를 사용했다. 영국해군의 봉쇄때문에 독일은 다른 곳에서 질소를 구해야 했다.
소변이 해결책이었다. 1915년 초, 독일여성은 힌덴부르크Hindenburg원수가 서명한 신문광고를 보고 놀랐다.
독일여성은 가정용 소변통을 내놓아야 한다. 조국이 화약원료 중 하나인 질소를 생산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매일 마차와 통을 보내 소변통을 수집할 예정이다.
아재인증이지만 중학생이던 시절에도 학교 화장실마다 소변수집통이 있었죠. 여름에는 냄새가 엄청났습니다.
화약은 질산칼륨으로 부르는 질소, 탄소와 황으로 만들었다. 독일과학자는 가공을 하면 소변에서 질소와 수소 결합물인 암모니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암모니아를 다시 질산으로 변환시키고 다시 가성칼륨과 반작용시켜 질산칼륨으로 변환시켰다. 다행히도 가성칼륨은 풍부했다.
힌덴부르크의 명령이 실제로 많은 양의 소변을 모았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리고 다른 해결책도 또 있었다. 독일화학자 프리츠 하버Firtz Haber가 주역이었다.
영광보다는 비극이 많았던 프리츠 하버입니다. 전쟁에 대한 비관으로 아내가 자살했고,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미국으로 추방당했습니다. 자신이 개발한 독가스로 친인척이 처형되기도 했습니다.
1909년 8월, 하버와 영국화학자 로버트 르 로시뇰Robert Le Rossignol은 공기에서 추출한 질소와 물에서 추출한 수소에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특허를 청원했다. 독일의 최대 화학회사인 BASF가 이 방법을 산업규모로 적용했다.
1913년 9월부터 암모니아에서 황산암모늄 비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버와 BASF팀 리더인 독일화학자 칼 보슈Carl Bosch는 그 결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질산칼륨 비료를 대량생산한 덕분에 독일의 식량생산이 급증했고 국민은 하버를 공기에서 빵을 만들어낸 화학자로 칭송했다. 전쟁발발 직후에는 폭약원료인 질산용 암모니아를 생성하는 데에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하버는 공기에서 폭약을 만드는 방법도 발견한 것이었다.
소모전이 이어지자, 독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도 전쟁과 농업 모두에 필요한 만큼의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없었다. 하버는 전쟁 후에 “아사나 총살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독일은 아사를 선택했고 전쟁 말에는 국민이 굶주려 죽기 시작했다.
1915년 4월 22일, 독일 가스공병연대가 하버의 도움(두번째 아래 사진 참조)을 받아 이프레스Ypres 부근의 랑게마르크Lanemarck 전선을 수비하던 연합군에게 168톤의 염소를 퍼부었다. 대량살상 무기를 역사상 최초로 사용했다. 몇 주안에 영국전쟁상 키치너Kitchener경은 독일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화학무기 개발과 사용을 승인했다.
무기개발에 화학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전쟁부는 대영과 아일린대 화학회Institute of Chemistry of Great Britain and Ireland에게 화학지식이 있는 인력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많은 화학자가 이미 전투병으로 참전하고 있었다. 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의 기록에 따르면 1914~1918년 기간 동안 수십명의 화학자가 전사했다.
영국은 1916년 말이 되어서야 일선의 화학자를 모두 본국으로 소환했다. 그리고 유능한 여성화학자가 본국의 학계, 정부와 민간연구소에서 무기개발에 협력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1915년, 정부는 메이 레슬리May Leslie를 고용해 리버풀 부근의 민간연구소에서 질산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에 투입했다
런던제국대학의 화학강사인 마사 휘틀리Martha Whiteley는 대학의 여성화학자로 팀을 만들어 전쟁발발전에 독일에서 수입하던 의약품, 마취제와 다른 화학제품을 대체하는 연구를 했다. 이 팀은 군병원의 마취제와 진통제를 개발했고 최루탄 겨자가스 등의 화학무기도 연구했다.
휘틀리는 겨자가스 극소량을 자신의 팔에 뭍여 효과를 확인하려고 했다가 후유증으로 3개월 가량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녀는 평생 흉터가 남은 채로 여생을 살아야 했다.
전쟁초기, 영국은 환자와 부상병을 위한 화학제품뿐만 아니라 영국군과 해군이 사용하는 무연화약에 필요한 아세톤도 부족했다. 아세톤은 밀봉상태로 나무를 가열해 나오는 목초액에서 얻을 수 있는 휘발성 용제였다. 무연화약공장은 아세톤을 사용해 석유젤리(바셀린), 니트로글리세린과 니트로셀루로스를 혼합해 무연화약을 생산했었다.
영국은 전쟁 전에 오스트리아와 미국에서 용제 대부분을 수입했고 국내에서는 소량만 생산했었다. 1915년이 되자, 용제 재고가 심각할 정도로 모자랐고 전선의 수요를 따라갈 수 없게 되었다.
맨체스터대학 강사인 하임 와이즈만Chaim Weizmann 덕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와이즈만은 1874년 벨라루스Belarus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나 독일과 스위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1904년에 영국으로 이민해서 6년 후에 영국시민이 되었다. 전쟁발발 2년 전, 그는 박테리아를 사용한 곡식발효로 이세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전쟁발발과 함께, 영국정부는 발효방식에 관심을 보였고 와이즈만에게 규모를 키워 달라고 요청했다. 1917년, 와이즈만 화학과정은 옥수수와 쌀에서 약 3,000톤의 아세톤을 만들어냈다.
와이즈만은 발효의 아버지로 불리기 시작했다. 유대민족주의를 열렬하게 지지하던 와이즈만은 그의 자서전에서, 팔레스타인에 유대민족의 국가를 건립하는 벨푸어 선언Belfour Declaration이 자신의 공헌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1919년, 와이즈만은 세계 지오시스트 조직World Zionist Organization 의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되었고 19490년 2월에 이스라엘 초대대통령이 되었다.
1차대전 당시의 군대는 쥐와 파리가 들끓는 참호에서 벼룩이 피빨리고 이가 가득한 군복을 입고 며칠씩 버텨야 했다. 부상병은 후송될 때까지 병균에 오염된 군복, 진흙과 흙 위에서 그대로 방치되었다.
캐다나의사 윌리암 오슬러William Osler는 병균이 화약과 총알보다 더 많은 전과를 올렸다고 기록했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19세기 유럽전쟁에서 생긴 사상자 중 80~90%가 이질, 티푸스와 괴저때문에 죽었다.
1차대전에서는 이 수치가 급격히 줄어 들었다. 포탄, 소총과 기관총탄이 사상자의 80%를 차지한 반면에 질병은 20%로 크게 줄어들었다. 소독약, 항생제, 마취제와 진통제와 같은 화학제품을 비교적 흔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군의사와 간호사는 이전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부상병과 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화학제품은 희석해 사용하더라도 부작용이 심했다. 1915년 11월, 영국화학자 헨리 다킨Henry Dakin은 소다와 표백제를 물에 녹인 후에 굳어진 고체에 붕산을 더해 부작용이 적은 항생제를 만들어 냈다.
1916년, 다킨과 1912년 노벨상을 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외과의사 알렉시스 캐럴Alexis Carrel은 감염된 상처 치료를 크게 개선했다. 프랑스 북부의 한 병원에서 두 사람은 캐럴-다킨 처치를 개발했다. 다킨약품으로 상처표면을 여러 번 씻어내는 처치였다. 다킨약품은 금방 상했기 때문에 사용하기 전에 매번 새로 만들어야 했다.
1차대전의 일부 화학물질은 적을 죽이는 동시에 아군을 치료하는 이중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독일과 연합국은 염소를 화학무기로 사용했지만 염소는 표백제와 클로로포름처럼 소독약과 마취제 제조에도 중요한 요소였다.
영국화약 암모날과 아마톨도 그런 경우였다. 두 화약은 모두 질산 암모뉼을 함유하고 있는데 토양비료로 사용해서 식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중요한 물질이었다.
1차대전은 화학이 양날의 검으로 사용된 최초의 전쟁이었다. 전쟁 전과 기간 중 화학자의 발견은 군병력과 민간인 모두에게 혜택을 준 동시에 죽음과 파괴의 판도라 상자가 되기도 했다.
1914년 8월 프랑스, 최루가스 수류탄을 사용.
1915년 1월 독일 동부전선 러시아군에게 최루가스탄 발사.
4월 22일 독일, 이프레스 2차전에서 염소가스 공격. 현대 화학전의 아버지 프리츠 하버의 감독 하에 실시.
5월 영국군, 염소가스에 대응해 염소를 중화시키는 화학물질을 적신 덮개를 보급.
9월 25일 영국, 루스Loos전투에서 염소가스를 화학무기로 사용.
12월 독일, 긴코 방식의 깡통 가스마스크 도입. 플랑드르Flanders에서 영국군 대상으로 염소와 포스젠을 사용. 영국군의 덮개 방독면이 무용지물.
1916년 1월 영국, 염소, 포스젠과 최루가스를 막는 헬멧 보급
2월 프랑스, 베르덩Verdun전투 시작과 함께 독일군에게 포스젠탄을 포격해 역사상 처음으로 독가스탄 사용. 영국은 다양한 가스공격에 대응해 화학자 에드워드 해리슨Edward Harrison이 개발한 박스 호흡기 가스 마스크를 보급.
5월 독일군, 베르덩전투에서 프랑스군에게 디포스겐탄 포격.
7월 1일 솜Somme전투 첫날, 프랑스군 매우 유독한 사이안화 수소탄을 발사.
8월 동부전선 러시아군, 클로로피크린 가스탄을 발사. 염소와 포스젠을 막는 가스마스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폐기능 정지.
1917년 7월 독일군, 재채기와 구토를 유발하는 화학탄 발사. 목표물이 가스마스크를 벗게 만들어 후속 독가스탄에 노출되게 함.
독일군, 영국군을 상대로 겨자가스탄을 발사하기 시작. 전신을 공격해 화상을 입히기 때문에 가스마스크가 무용지물. 가스를 마시면 사망에 이름.
1918년 6월 16일 프랑스군 서부전선에서 겨자가스탄을 사용하기 시작.
9월 29일 영국군 꺄날 드 셍껑땅St. Quentin Canal전투 개시일에 겨자가스탄을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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