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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기타

백년전쟁 공성전 이야기 (6) - 탐색전

by uesgi2003 2012. 4. 15.

영국군 별동부대가 프랑스군 성에 도착해 드디어 탐색전을 펼치게 된 이야기입니다.

 

제 블로그에 처음 오신 분은 아래 이야기부터 거슬러 올라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백년전쟁 공성전 이야기 (1) - 크레시 전투

백년전쟁 공성전 이야기 (2) - 푸아티에와 아쟁쿠르 전투

백년전쟁 공성전 이야기 (3) - 원정에 나서기까지
백년전쟁 공성전 이야기 (4) - 수성전을 준비하며
백년전쟁 공성전 이야기 (5) - 대치와 협상

 

이번 이야기는 대치와 협상의 연장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상당히 짧습니다. 대신에 공성무기와 공성전에 대한 흥미로운 그림과 설명을 대폭 보강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그림과 설명은 IE9으로 보셔야 제대로 연결되며 그림은 클릭하면 거대해집니다. 큰 그림으로 제대로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백년전쟁 공성전 이야기 (6) - 탐색전

 

프랑스 수비군의 화살세례를 맞아가며, 무거운 사다리를 들고 장애물을 넘어서 성벽에 붙이고, 성벽 위에서 휘둘러대는 도끼와 창날을 막아가며, 성벽에 올라도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격전지의 성은 보통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지점에 공성무기가 접근할 수 없게 별도의 장애물을 설치한다. 가장 흔한 형태가 성벽을 따라 나무 건물을 붙여놓는 것인데 적의 사다리가 걸쳐질 곳을 봉쇄하고 수비군은 근접거리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림 설명: 이 그림만 클릭해도 커지지 않습니다.

전략거점인 성은 보통 성벽 위가 그대로 노출되지 않고 이 그림처럼 엄폐건물로 보강되어 있습니다. 궁수 뒤의 벽이 성벽입니다.

 

불화살로 미리 불태운 다음에 공격하면 되지 하고 생각하는 독자가 많을텐데, 당연히 수비군도 물을 충분히 뿌려서 불이 붙지 않게 해 둔 상태라 불화살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더 높은 사다리를 동원해 지붕 위로 올라가도 뛰어내릴 곳이 없어 지붕 위에 올라간 공격군은 사지에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저런 장애물을 건너뛰고 부수며 성벽 위에 올라가려면 공격군이 얼마나 많은 병력을 신속하게 투입하느냐 도 중요하지만 운도 크게 작용한다. 다시 한 번 당시의 기록을 살펴보도록 하자. 기록에 나오는 성은 주변이 큰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배를 동원해 공격해야만 했다. 

 

또 한 명이 죽어 떨어지면서 배 위의 이미 죽은 병사들 위로 떨어졌다. 다른 병사들도 발이 잘리고, 눈이 멀고 귀가 떨어져나간 부상을 입었다. 내장이 쏟아지거나 목이 잘리거나 곤봉에 맞아 뇌가 터진 병사들이 떨어졌다. 어떤 병사는 칼에 맞아 손목이 잘렸고 어떤 병사는 도끼에 맞아 양 발이 잘렸다. 성벽 위에서 끓인 송진이 쏟아지면서 병사들이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송진을 뒤집어 쓴 병사가 비명을 질렀고 얼굴에 칼을 정통으로 맞은 병사가 즉사했다...

 

성벽에 투입된 병사들이 사투를 벌이는 동안, 덮개를 씌운 충차(Iron Turtle)와 함께 다른 한 부대가 성문의 강도를 시험해 본다. 거대한 성문을 상대로 작은 충차 하나를 동원해 무슨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성문의 경첩이 녹슬어있다면 또는 겉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속이 썩어 있다면 의외로 쉽게 열릴 수 있다. 그러나 성문은 성벽보다 훨씬 위험한 공격지점이다.
영국군이 주 성문을 운좋게 돌파하더라도 성문은 이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프랑스군이 뒤에 쇠창살문을 내려 오도 가도 못하게 가둔 다음에 학살을 할 수도 있다. 일부러 성문을 열어 적의 부대를 유인한 후에 가둬놓고 불태워 죽이는 전술도 많이 사용되었다.

이렇게 위험한 성벽과 성문공격을 앞장 설 병사가 없을 것 같지만, 보통 공성전은 야전과 같이 상대 지휘관을 죽인다던가 결정적인 순간에 적 진영을 돌파하는 것과 같이 영웅이 될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전면 공격이 있을 때마다 기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곤 했다. 다른 전우보다 먼저 성벽에 올라 깃발을 꽂게 되면 지휘관을 비롯해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는 명예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성벽에 달라붙는다.

몇 차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성벽에 오르거나 성문을 부수지 못하면 영국군 지휘관은 군대를 불러들인다. 그는 장교들을 모아 보고를 받고 프랑스군의 전력을 분석한다. 그러는 동안 다시 성으로 전령을 보내 저항을 계속하면 잔인한 처벌만이 있을 것이며 지금이 명예롭게 항복할 기회라고 제안을 한다.
프랑스군도 지휘관들이 모여 탐색전에서 잃은 병사를 세고, 소비된 물자를 다시 계산하면서 앞으로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를 한다. 영국군이 성의 약점을 찾아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지금의 병력과 물자만으로도 당분간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영국군의 마지막 제안을 거절한다.

 

영국군은 이제 공성전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 장기전에서는 주변에서 병력과 물자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루머를 퍼뜨려 성에 대해 지역주민이 반감을 갖도록 조작을 한다. 그리고 성을 함락시킬 경우 약탈해도 좋다는 약속을 퍼뜨려 지역주민과 용병이 몰려들게 만든다. 프랑스군이 수성전을 준비하면서 주변지역의 노르망디 농노의 집과 밭을 불태우고 쫒아냈기 때문에 불만세력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으며 생활근거를 잃어버린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성 주변의 해자를 메우고 공성무기를 제작하는 일에 기꺼이 참여한다.
장기전에 돌입하면 부근을 우호지역으로 만드는 동시에 구원군의 습격을 막을 벽을 세워 정식 진영을 만들어야 한다. 나무를 깎아 세운 벽 부근에는 해자를 파서 성을 둘러싼 또 하나의 야전 성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공성용 성(Siege Castle)"이라고 부르는 야전성은 장기전이 될 수록 규모가 더욱 커지기 때문에 지역을 흡수해 새로운 도시가 되기도 한다.

 

그림 설명: 1573년에 있었던 에딘버러 성 포위 그림입니다.

 

에드워드3세가 칼레(Calais)를 포위했던 포위성은 큰 규모로 유명했다. 우리의 시나리오에서는 건물을 지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영국군은 천막에서 지내거나 그냥 땅 위에서 숙식해야 한다.
공성용 진영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면 공병들이 공성무기를 놓을 지점을 선택해 다지고 공성무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원정 길에는 공성무기의 핵심부품만 가져왔기 때문에 몸체를 구성할 대형목재는 부근에서 조달해야 한다.
대형 공성무기가 준비되면 성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에 프랑스군은 적이 공성무기를 제작하지 못하게 끊임없이 저격을 하며 방해를 하게 되고, 영국군 궁수는 맞대응을 하며 작업인부를 엄호한다.
영국군이 공성용 진영을 차리고 공성무기를 제작하는 동안에는 산발적으로 저격을 하는 것 말고는 매우 조용한 시간이 흘러간다.

 

이제부터 시대별로 주로 사용되었던 공성무기와 공성그림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클릭하면 아주 자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IE9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중국과 일본의 공성무기 책도 있었는데 지금 못 찾겠군요. 찾으면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원전부터 화약무기가 개발된 이후에도 사용되던 가장 기본적인 공성무기인 충차(또는 파성추)입니다.

SWAT 팀이 실내에 진입하기 위해 문을 부수는 것을 떠 올리시면 됩니다.

사다리를 들고 뛰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임무였습니다. 성문에 훨씬 많은 병력이 배치되기 때문에 더 많은 피해를 내기도 합니다.  

발리스타와 함께 원거리 공성무기의 시초가 된 캐터펄트(Catapult)입니다.

사정거리와 위력이 높지 않아서 몽고넬이나 트레부셋으로 대체됩니다.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중세까지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긴요하게 사용한 발리스타(Balista)입니다.

상당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텐데, 운제(대형 사다리 건물)가 다가오지 못하게 방어하는데 더 없이 좋은 무기였습니다.

운제라고 부르는 대형 사다리 건물입니다. 최상층에 궁수들이 수비군과 맞사격을 하다가 벽에 다가서면 건물 내부의 보병이 성벽으로 뛰어내립니다.

보통 성벽보다 높게 지어지기 때문에 수비군의 머리 위에서 공격할 수 있어서 다가서기만 하면 치명적인 공성무기였습니다.

 

다만 그림에서와 같이 이동하는데 있어서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운제가 제작되는 것을 수비군이 보면 예상진로에 땅굴을 파놓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크지 않았습니다.

망고넬(Mangonel)이라는 중소형 공성무기로 그림과 같이 인력을 사용하거나 밧줄을 꼬아 발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1115년 카스티용 수비에 여성이 동원된 그림입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놀라울 정도의 과학이 적용되었는데, 중세에도 상당히 발전한 운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공성탑은 성벽에 반드시 붙을 필요도 없고 방어력도 매우 높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큰 그림으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더욱 커지고 발전한 망고넬입니다.

이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공성무기 트레부셋(Trebuchet)입니다.

밧줄의 인장력을 이용해 2~30kg의 돌을 400m 정도 날렸다고 합니다.

 

 

1385년 노세라 성을 공격하던 찰스 3세의 트레부셋입니다.

수비군쪽에서는 사실 대응할 원거리 무기가 없기 때문에 트레부셋을 동원하면 성을 쉽게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할텐데... 잠시 후에 소개될 공성장면까지 판단을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축성술이 크게 발전한 유럽에서는 공성무기도 대형화된 반면에 중동지역은 주로 망고넬에 의존했습니다.

중동의 각 국가가 사용한 망고넬로 자세한 내용은 큰 그림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극초기 공성용 대포입니다.

대포가 등장하면서 성을 본거지로 공격군의 전력을 소진시키는 전략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작용과 반작용의 원칙대로 새로운 형태의 축성술이 개발되면서 현대무기가 개발될 때까지도 성은 주요 전략요충지 역할을 계속 이어갑니다.

 

 

 

 

 

공격군이 갑자기 휴전을 제의해오거나 요란스러운 공격을 해오면 땅굴을 의심해야 합니다.

땅굴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전력손실을 줄이고 방어선을 확실하게 무너뜨리는 장점이 있어서 가장 많이 사용된 공성전술 중 하나입니다.

 

 

 

 

 

 

땅굴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 첫 번째 그림처럼 대놓고 건물을 지어가며 성벽을 파들어가는 것과 정말로 땅굴을 파는 것이 있습니다.

땅굴에 대한 대응은 수비군도 맞땅굴을 파서 제압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오래 전에 올렸던 술레이만의 비엔나 포위 이야기에서 맞땅굴에 대한 좋은 예가 나옵니다.

땅굴은 아무리 커야 두 세 사람이 동시에 나오는 정도이기 때문에 맞땅굴로 찾아내기만 하면 봉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포위전에서는 땅굴을 몇 백개까지 동시에 파기 때문에 병력이 부족한 수비군이 모두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초대형 공성탑을 동원한 성벽 공략입니다.

킹덤 오브 헤븐이라는 영화에 운제동원과 대응이 아주 멋지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공성탑은 방향을 틀어 전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제가 제작될 때부터 수비군이 땅굴을 파서 쓰러뜨리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뒤늦게 안 경우에는 그림처럼 불붙인 바퀴를 마구 굴려 진격속도를 늦춥니다.  

가장 희생이 큰 파성추를 동원한 정면 돌파입니다.

탐색전이거나 정말 단순무식한 지휘관으로 보입니다.

십자군 전쟁 당시 항구도시 아크레(Acre)를 공격하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바다쪽은 방어가 취약하기 때문에 배 위에 공성탑을 만들고 공격합니다.

 

 

 

 

 

 

 

 

땅굴 첫 번째 방법인 방어건물 속에서 성벽을 파내는 장면입니다.

땅굴을 파겠다는 의도가 한 눈에 보여 수비군이 당연히 안에 성벽을 하나 더 만들게 되지만, 지반이 암벽층인 경우에는 이 방법 밖에 없습니다.

 

파성추는 성문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파성추를 여러 개 만들어 성벽을 돌아가며 두들겨 약한 지점을 찾아내고 집중공략합니다.

그림에서와 같이 수비군은 두터운 가죽을 늘어뜨려 파성추의 충격을 흡수합니다.  

초대형 그림입니다.

공성전과 수성전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트라부셋이 왜 만능이 아닌지 이제 아시겠죠? 수십 년동안 다지고 다져 만든 성은 트라부셋으로 수 백발을 쏴봤자 트라부셋만 망가집니다. 

큰 그림으로 자세히 보시면 수비군의 대응이 보이는데 아주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공격군을 올가미로 낚아채는 것도 보이는군요. 

화약무기가 등장한 다음부터는 공성전은 재력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대포를 얼마나 오래 발사할 수 있는지가 공성전을 판가름하게 됩니다.

아직은 포탄이나 구경이 많이 부족해 만능은 아니지만 30문의 대포를 모아 한 지점의 성벽만 포격한다면 성벽은 오래가지 않아 무너지게 됩니다.  

화약무기가 공격군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극초기 형태의 소총과 손대포를 사용하고 있는 수비군입니다.  

수비군이 별다른 대응무기를 갖추지 못했을 경우의 방어시설입니다.

그냥 천을 세워 화살을 막아내고 공성준비를 하고 있는 중동의 한 전투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