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면 꼭 보세요.
감독이 마지막에 엉뚱하게 튀어서 그렇지 정말 잘 만든 전쟁+드라마 영화입니다.
영화 종반부에 프랑스의 중전차 생샤몽이 대거 투입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무인지경으로 독일군을 박살내며 몰아내죠. 마치 이렇게요.
그런데 이 장면에는 중요한 오류가 2가지가 있습니다.
1. 독일군의 충격이 대단한 것처럼 묘사되었는데 그 때는 이미 독일군도 상당한 전차를 투입했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전차가 등장했습니다.
독일군 전차입니다.
당연히 상당한 대전차전 준비가 되어 있었고 영화에서도 집속수류탄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연합군도 전차전면에 보강장갑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봤자 속도가 너무 느려서 직사포의 좋은 목표물이었죠.
그리고 최대시속이 12km, 전장에서는 사람 걷는 속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무인지경으로 달릴 수도 없었습니다.
서부전선 대부분은 이런 지옥이어서, 무사히 적에게 접근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2. 생샤몽은 설계자체가 잘못되어서 거의 모든 참호를 돌파할 수 없었습니다. 영화나 위 그림처럼 참호에 들이밀었다가는 그대로 처박혔을겁니다.
실제기록을 보면
생샤몽Saint-Chamond 원형(프로토타입)의 첫 번째 시험주행에서 과도한 차체의 약점이 바로 드러났다. 민수용을 변형했기 때문에 전면뿐만 아니라 후면도 2m나 연장되었다. 포 무게까지 더해져서 무거웠고 앞부분이 지나치게 돌출되어서 어떤 참호도 돌파하지 못하고 그대로 처박혔다. 견인해내는데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다.
결국 원형을 수정했다. 전면부를 지지대로 보강하고 수류탄을 튕겨낼 수 있도록 전차상부를 평평하게 다듬었지만 여전히 서부전선에는 맞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주관한 프랑스 대령과 제조업체의 로비로 400대가 생산되었다.
대전 후반기에는 전차견인과 대전차용으로 전용되었다.
도대체 어떻길래 하시는 분을 위해 설명하겠습니다.
전차의 기본이 된 홀트Holt 트랙터입니다.
같은 베이스를 사용한 슈나이더Schneider CA1전차는 무게가 절반밖에 안되고 장포신의 포를 장착하지 않아서 성공했지만
생샤몽은 이렇게 무게중심이 전면에 쏠려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처럼 참호를 건너가며 독일군을 도륙하기 보다는 황당하게 주저앉기 마련이었습니다.
마지막 사진의 프랑스군은 '우리가 꺼내라는 것은 아니지?'싶었을겁니다.
당시 서부전선은 생샤몽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지 모든 전차에게 지옥이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모종의 로비덕분에 결정적인 설계결함에도 불구하고 400대나 생산되었습니다.
워낙 큰 차체라 내부는 비교적 여유로웠습니다.
유일한 장점은 전면에 장착한 75mm 장포신 속사포French 75였는데 1차대전 최고의 야포였습니다.
과열걱정없이 분당 4발을 장시간 포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예포로 사용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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