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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와 드라마

제가 가장 무섭게 봤던 공포영화들

by uesgi2003 2012. 9. 14.

 

 

이곳은 제 역사와 전사 책이 꽂혀있는 서재이고 여러분과 함께 역사이야기를 하자고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이야기만 하는 것도 그렇고 가끔은 정치, 문화, 개인사 등도 이야기하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 부지런히 역사/전사이야기를 정리했으니까 쉬는 겸해서 계속 영화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음 주 중으로 원래 목적인 전사이야기로 다시 되돌아갈겁니다만...

 

이번 쉬어가는 이야기는 제가 가장 무섭게 봤던 공포영화 이야기입니다.

 

영화, 특히 공포영화를 좋아해서 저를 아는 분들은 인정하는 매니아이고 여유가 있을 때에는 앵커베이에서 국내에 수입안되는 공포영화를 DVD로 구입하곤 했었죠. 당시는 국내발매되는 DVD도 구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때이고, 아마존과 같은 해외판매처가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을 때이니까 대단한 정성이었죠.

뭐... 안사람 임신해서 배불렀는데도 공포영화 보러갈 정도였으니까요. 안사람이 저를 따라다니면서 워낙 슬래셔 고어물을 많이 봐서 왠만한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경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무섭게 봤던 공포영화의 첫 번째 리스트는 1981년 헬나이트입니다.

우선 배경설명이 필요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지금 수준으로 보면 그저 그런 b급 영화입니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는 검열이 엄청날 때라 여성의 가슴은 절대 불가이고, 공포영화에서도 잔인한 장면은 모두 다 커팅될 때였습니다. 그래서 수입되는 공포영화들의 강도가 상당히 낮았습니다.

 

헬나이트가 그 제약을 깼고, (많은 장면이 커팅되었지만) 일반인들은 처음으로 접하는 잔인한 스토리와 놀라운 장면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냥 처녀귀신이 스윽 나타나는 그런 영화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그 당시는 당일판매와 예매 모두 한 창구에서 했기 때문에 줄서 있다가 원하는 시간 이야기하고 (좌석 선택없음) 표를 구입하는 때였습니다.

상영관이 지금은 사라진 낙원상가 4층의 허리우드 극장이었는데, 낙원상가 4층부터 이어진 줄이 돌고 돌아 근처의 탑골공원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워낙 무섭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는데, (당시는 모두 단관) 상영관 밖에서 기다리는데 안에서 강한 바람 소리가 '휘~이익'하고 나는 겁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문에 귀를 대보니 사람들의 비명소리였습니다. 어찌나 크게 질러대던지 상영관밖까지 바람소리처럼 퍼지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제 주변에 앉아 있는 여학생들이 결국에는 공포를 못이기고 통곡(정말로 목 놓아 울더군요. 거의 기절 수준)까지 할 정도의 공포였습니다. 

 

저는 여성들의 비명때문에 더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다음으로 무섭게(?) 아니 재미있게 봤던 공포영화는 1985년 데몬즈입니다. 

 

그동안 공포영화에 대한 내성도 생기고, 데모를 하느라 전경애들과 패싸움 벌일 때라 간댕이도 부은 때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어물로 사람을 질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절대로 우리나라에 수입될 수 없었던 영화인데, 당시 2류 영화관(재개봉관)에서는 불법복제 비디오로 휴게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삐짜(불법유통) 영화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다방에서도 오늘 상영작 '엠마누엘 부인'하고 붙여놓을 때이니까요.

 

재개봉관에서는 보통 개봉된 영화 2편을 묶어서 보여주는데, 첫 편이 끝났을 때에 휴게실에서 이 영화를 보여주더군요.

 

문제는 이 영화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다음 영화에 아무도 안들어가는 겁니다. 영화관에서 계속 들어가라고 하는데도 아무도 안들어갔습니다.

 

악마가 되어 이빨이 빠지는 장면이 압권이었는데, 나중에 앵커베이를 알게 되었을 때에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이 데몬즈 1과 2입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휴게실 의자가 모자라는데도, 안에서는 정작 본 영화가 상영되는데도 모두 서서 작은 브라운관에 정신을 잃고 보던 것이...

 

 

 

 

 

이번에는 정말로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던 1999년 영화 링입니다. 여러 리메이크가 나왔는데 더 링 오리지날 외에는 별로입니다.

 

오리지날 포스터를 구할 수 없어서 영어 리메이크를 사용합니다.

 

이 영화는 한국 공포영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서, 사다코의 관절꺾기 신공이 한동안 귀신나오는 장면마다 사용될 정도였습니다.

 

기분나쁠 정도의 스물스물한 공포인데 '왜 이 정도에 심장마비가 걸리지?'하실 겁니다.

 

저주받은 비디오를 본 후에 이상한 전화가 오고 그 때부터 7일 후에 사다코가 기어나와 그 사람을 죽이죠.

 

(거짓말이나 과장없이)

안사람 친정에 보내고, 집에서 저녁에 혼자서 링을 빌려다 보고 있는데...

마침 비디오를 보고 전화가 오는 장면에서... 제 뒤에 있던 전화가 울린 겁니다.

 

그 때처럼 공포에 질려본 적이 없습니다. 심장마비 걸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군요. 우선 비디오부터 끄고, 온 집안의 전등을 다 켠 후에 떨리는 다리 간신히 끌고 전화를 받았더니... 친구놈입니다.

 

'뭐 하냐?'

'야이 개 아들놈아!!! 야이 숫자 놈아!!! 야이 피아노 친 놈아!!!' 욕부터 퍼붓었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서 드러누워 영화를 보는데, 큰 쥐 3마리가 발 밑을 스윽 지나갔을 때도 그렇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여담으로... 아파트 라지에이터 근처에 구멍이 났었고 그날 집 전체에서 쥐 7마리를 잡았습니다.

 

이번에도 영화보다 환경때문에 놀란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라진 단관극장인 서대문 극장에 안사람과 공포영화를 보러 갔었습니다.

워낙 인기가 없는 상영관에 인기없는 영화, 거기에 평일 오후이니 누가 영화를 보러 오겠습니까.

 

스테판 킹 원작의 대형박쥐가 사람들을 해치는 정말 허무한 영화였는데 상영관을 들어가자 마자 튀어나왔습니다.

 

몇 백석짜리 상영관에 저희 부부만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경험해보시면 그 공포감 대단합니다.

 

설마해서 뒤에 영사실을 들여다 봤더니 아무도 없이 영사기만 돌아갑니다. ㅡ.ㅡ

 

도저히 못 버티겠더군요. 안사람도 무서워해서 그냥 나가자고 했습니다.

돈 버리고 극장 문을 나서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저를 부릅니다.

 

'혹시 영화 안보시고 가세요?'

 

젊은 커플이 저희보다 먼저 들어갔다가 질려서 밖에 나와 있던 겁니다.

 

극장에서 처음 본 두 커플이 딱 붙어서 영화봤습니다.

 

상영관 열고 들어갔을 때, 어두침침한 수 백개의 빈좌석이 여러분을 내려다 볼 때의 공포감, 언제가는 직접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영화로는 장화홍련, 불신지옥, 기담을 재미있게 봤고 일본영화 중에는 주온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외국 공포영화로는 모처럼 각잡고 본 영화가 2005년 태국영화 셔터입니다.

 

태국의 공포영화 감각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처음 알게 해준 영화입니다.

 

처음에는 태국??? 왠 듣보잡 공포영화??? 하면서 비스듬히 비웃으며 보다가 90도 각도로 각잡고 보게 만들더군요.

 

다 보고 난 후에 안사람에게 한 말이 '얘네들, 왜 이래?'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 영화추세대로 반전도 대단했습니다.

 

반전으로는 식스센스, 디 아더스, 오펀도 대단했지만 셔터도 절대로 빠지지 않습니다. 장화홍련도 반전으로는 한 몫하는 공포영화였죠.

 

 

 

 

 

 

 

 

 

 

 

 

마지막으로 공포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릴 뻔했던 공포영화를 가장한 멜로 드라마 그리고 공포영화를 가장한 코미디 영화가 두 편이 있습니다. 모두 옴니버스 영화라 다른 심각한 공포영화도 봐야 하지만요.

 

먼저 2002년의 쓰리입니다.

 

김혜수씨의 첫 번째 공포영화는 그럴 듯하고 두 번째 태국영화는 그냥 넘기는 편이 좋고, 세 번째 홍콩영화 고잉홈은 제가 손꼽는 명작입니다.

 

포스터의 영화인데, 아직도 그 여운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포영화인데 배꼽을 잡고 봤던 2009년 태국영화 포비아 2입니다.

 

배꼽을 잡았다는 것 자체가 스포인데...

 

다른 이야기들은 평범한 수준이지만, 영화제작 에피소드는 보고서 감탄했을 정도로 무서우면서 웃깁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공포영화 슬럼프 시기이군요.

 

보고싶거나 권할 만한 영화가 없었습니다.

 

뭐... 인혁당 사법살인 그리고 그 피해가족들이 살아있는데도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당당한 사람아닌 사람이 있는 것 자체가 더 할 수 없는 공포이기는 하지만요.

 

올해 겨울에도 5년 전의 쥐에 이어 한풀이하려는 사람의 공포 대반전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