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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잡설

개와 고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by uesgi2003 2013. 12. 10.


12월 한 달은 잠시 살벌한 역사와 전사 이야기를 줄이고 사람사는 이야기로 일탈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었죠? 


제 가족은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집에 개, 고양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뱀, 도마뱀 그리고 먹이인 귀뚜라미와 애벌레들까지 바글 바글 거립니다. 한 쪽 방은 아예 사육장으로 내줬는데, 손님이 실수로 그 방에 들어가면 기절초풍을 합니다. 도마뱀만 9마리이고 가끔씩 먹이통에서 탈출한 애벌레가 바닥을 기어다닙니다. 


며칠 전 제가 즐겨가던 사이트에서 길냥이 로드킬 이야기가 계속 올라오고 저도 아침 운전길에 로드킬당한 새끼냥이의 처참한 시체를 보고 하루 종일 가슴이 무겁더군요. 그런데... 저녁에 귀가하던 작은 딸아이가 새끼냥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에게 부비고 다니는데 위험해서 데리고 왔다더군요.


너무 지저분해서 길냥이가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일단 목욕부터 시켰는데, 아직 어리더라도 발톱을 세울텐데 얌전히 앵앵거리며 물을 뒤집어쓰고 내려놓자 마자 집에 있던 박힌 돌(개와 고양이)의 불쾌한 심정과 눈초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유기된 냥이였습니다. 



제 짐작으로는 2~3개월이 고작인데 사진은 유치원 냥이로 보입니다. 실제로는 상당히 작고 가볍습니다. 

일단 캔 하나를 다 먹더니만...


"어이 호구! 내 매력에 빠져 볼텐가?"하듯이 애교작렬입니다. 



조금도 기죽지 않고 빨빨대고 돌아다니고 사람 목소리만 들리면 그쪽으로 뛰어가서 인사를 합니다. 

덕분에 저희 집 박힌 돌 하나는 굴러온 돌에게 밀려나 저러고 있습니다. 



이 녀석도 6년 전에 발정나서 집 잃고 며칠 굶주린 것을 거둬 들였는데, 들어오자 마자 천연덕스럽게 개 사료 먹고 뒤집어져서 자던 녀석입니다. 이제 과거의 업보를 갚는 것이죠.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박힌 돌 노숙견(미용을 안하면 노숙인 모드라서) 시츄는 '나만 안 건들이면 돼. 밥이야 주인님이 알아서 주실테고..."라며 코박고 시체놀이 중입니다. 



잘 때에도 침대 위로 뛰어 올라서는 사람 품을 파고 들어 자는 통에, "우리 하나 더 키울까?"라고 거의 무언의 합의를 보던 차에 입양문의가 거의 동시에 들어왔습니다. 보통은 품종이 흔한 녀석들은 입양보내기가 쉽지 않은데 하루 만에 입양처가 결정되었죠.


워낙 천연덕스러운 성격으로 개냥이 낙점을 찍은 녀석이라 입양처에서도 귀여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녀석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연 이틀 동안 너무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 것을 보면 복덩이였던 모양입니다. 


고양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음식을 훔쳐간다고 해서 싫어했고 지금은 고양이의 발정기 울음소리와 한 낮에 보는 괴기스러운(?) 눈동자때문에 그리고 말도 안되는 어릴 적 공포영화의 트로마 때문에 싫어합니다. 

안사람도 처음에는 고양이를 무척 싫어했습니다. 고양이는 뭔지 요물같다는 이유였습니다. 6년 전 밖에서 들여온 검둥이 녀석에게 조금도 품을 내주지 않던 사람인데... 지금은 개보다 고양이가 훨씬 좋답니다. 

고양이는 용변보는 것도 깨끗하고 냄새도 안나고 귀찮게 하지 않고 품에서 골골거리며 조용히 안겨있을 때에는 마치 아이를 안고 있는 느낌이랍니다. 그래서 한 마리 더 슬그머니 들여 놓아도 가장 먼저 챙길 정도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희 집에 오시는 분들마다 개를 본 다음 고양이를 보고는 백이면 백 같은 질문을 합니다.

"얘네들 안싸워요?"

"예. 안 싸워요."

"하긴 어릴 때부터 같이 크면 사이가 좋다고 하던데..."

"아뇨. 고양이는 밖에서 데리고 온 녀석입니다. 서로 큰 다음에 만났어요."

"그런데도 안싸워요?"


길거리에서 개가 고양이를 거칠게 뒤쫓는 살벌한 광경을 자주 보셨을 겁니다. 집안에서는 어떨까요? 두 녀석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증거 동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다큐로 받아들이지 않으시길... 그냥 녀석들의 애교를 웃으면서 보시면 됩니다. 



제 집의 노숙견은 그냥 죽여라 하면서 지나가는데, 검둥이 녀석이 꼭 한 대씩 때리더군요.

대신에 두 녀석은 서로의 잠자리를 침범하지 않습니다. 고유의 영역으로 배려를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