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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잡설

마크 헌트와 안토니오 실바의 타격전 명승부

by uesgi2003 2013. 12. 8.


저는 권투를 워낙 좋아해서 대학입학으로 진로를 결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권투선수가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쉐도우복싱했고 실제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 괜찮은 실력이었습니다. 이제는 곳곳이 고장나고 심지어 세상을 떠나는 사촌들이 있는 지금의 나이에도 스트레이트 정도는 아주 깨끗하게 뻗을 수 있습니다. 


권투를 즐기는 저도, 종합격투기만큼은 도저히 정이 안가더군요. 스포츠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칠어서 길거리 막싸움같고, 케이지 안에서 상대를 올라타서(마운트) 내려찍는 것도 잔인하고, 로우킥으로 조금씩 무너트리는 전술은 비겁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UFC 경기가 꽤 화제이기에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잘 알던 마크 헌트 그리고 제가 잘 모르는 안토니오 실바 선수의 경기였더군요. 종합격투기에서는 실바라는 성이 워낙 많아서 관심이 없으면 쉽게 오해하겠더군요.


그들이 보여준 명승부입니다. 피가 많이 흐르기 때문에 여성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제 개인적인 평으로는 안토니오 실바 선수가 초반에 마크 헌트와의 친분때문인지 아니면 자만했던지, 약간 마크 헌트를 배려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것이 큰 실수였죠.

그리고 중반에 실바 선수가 마운트 파운딩을 할 때에도 심판이 시합종료를 했어야 합니다. 심판이 두 선수를 너무 의식했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명승부를 이끌어낸 수훈이라고 할 수 있지만, 헌트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경기를 보시고 나머지 제 이야기를 보시기 바랍니다. 



역사가 훨씬 오래되고 경기 수가 비교도 안되게 많은 복싱경기에서도 두 선수의 명승부처럼 멋진 그러나 처절한 전설적인 경기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누구나 손꼽는 2번의 경기가 있는데 재미있게도 모두 같은 선수입니다. 

사진만 봐도 어느 정도의 격전이었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의 왼쪽이 Micky Ward로 우직한 인파이트 형이고 파괴력이 있습니다. 오른쪽은 Arturo Gatti로 스피드와 연타가 뛰어납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맷집이 감탄스러울 정도로 대단합니다. 

프로권투 시합 좀 봤다는 분들이 손꼽는 1차전 경기입니다. 제대로 느끼려면 1라운드부터 봐야 하지만 7라운드부터 보셔도 됩니다. 


두 선수의 투혼은 팬들을 가만두지 않았고 당연히 프로모터는 이런 황금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고 돈벌이를 했습니다. 

두 선수의 3부작(Trilogy)라고 부르는 2차전 그리고 3차전을 연거푸 성사시켰습니다. 2차전은 스피드와 연타가 뛰어난 게티가 압승을 했지만 3차전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워드의 투혼이 다시 빛을 내면서 전설적인 3부작이 완성되었습니다. 
3차전도 게트가 승리했고 그 해의 경기로 선정되었습니다. 3차전은 하일라이트로 보시기 바랍니다.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큰 펀치를 맞고도 곧바로 반격하는 모습을 보면 두 선수의 정신력뿐만 아니라 평소 운동량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PS, '종합격투기가 마음에 안든다며 뜬금없이 복싱경기를 소개한다'라니... 가끔은 제발 블로그에 오지 말았으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 글을 종합격투기가 복싱보다 못하다 기타 등등으로 오해하는 분은 독해력부터 키우시기 바랍니다. 제 이야기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더라도 "종합격투기는 이런 매력이 있습니다"라고 의견을 제시한다면 좋은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더우기 블로그 주인이 권투를 했었고 종합격투기를 오랜 동안 봐왔던 사람인데요. 실제 펀치를 막고 맞아본 사람이니 TV 시청만으로 경험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말이 잘 통하겠죠?


제목부터가 종합격투기 선수의 타격전 명승부입니다. 그리고 '복싱경기에서도 두 선수의 명승부처럼 멋진 그러나 처절한 전설적인 경기'라고 소개하고 두 선수의 명승부가 화제가 되었으니까 생각난 김에 권투에서도 비슷한 경기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자신이 몰랐던 전설의 경기를 볼 수 있어서 고맙다며 더 많은 소개를 부탁한 반면에, 제 글을 종합격투기 까기로 받아들이는 분도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