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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정치

정동 민노총 불법수색 현장 다녀왔습니다.

by uesgi2003 2013. 12. 25.


가끔씩 역사블로그에서 정치색을 드러내지 말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되묻고 싶어지죠.


1. 탐욕스러운 기득권층과 부패권력층에 저항하고 민주주의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라는 당연한 이야기에 정치색이라니요?

2. 오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고,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은 살아있는 역사의 한 장면입니다. 여러분 대신에 자료를 찾고 현장을 다니고 있는데 정치색이라니요?

3. 여러분이 없으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공간이기는 해도, 개인 블로그입니다. 개인 블로그에 정치색을 드러내지 말라니요?


전우용씨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전우용씨 그리고 제 세대의 분들은 너무나도 지겹게 들었던 말입니다. 너무나도 듣기 싫었습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한국인을 비웃고 폄하하며 정작 자신은 국민의 권리조차 알지 못하니까요.



지난 일요일 정동 민노총 불법수색이 있었죠. 5,000명이나 동원해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소방대원 앞세워서 건물파손하고 장시간 최루액 퍼부어가며 결국에는 맥심커피믹스 2개 훔쳐가다가 걸린 것이 전부였던 전대미문의 웃음거리였습니다. 


견찰의 불법행위가 다 끝났는 줄 알았는데 팩트 TV 생중계를 보니 한창이더군요. 그래서 안사람에게 "운동하고 온다. 저녁 안 먹는다"라고 말하고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좀 힘쓸 것 같아서 DSLR을 들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엉망입니다. 
서대문역 근처에 내리니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었고 견찰은 그보다 훨씬 많더군요.


 

문화일보 앞의 민주노총 집회입니다. 



이 때까지는 비교적 평화로웠죠. 



오늘 경향신문사가 신문을 안 넣었기에 (?) 저는 경향신문사 고객센터로 
가야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뚫고 나갔는데 역시나 막혔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 견찰 애들 소속을 마치 중국인 관광객 깃발처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단한 것은 앞 열은 젊은 여성들이더군요. 
감탄했습니다. 나중에는 정말 괴로웠지만요. 그 이유는 잠시 후에... 



경향신문 고객센터를 가야 하는데... 막혔습니다. 



뒷길로 돌아가려는데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8일 총파업을 결의하며 
앞으로 전진하더군요.



오래간만에 84학번 끓는 피를 생각나게 하던 '데모당' 깃발입니다. 
왠지 마음에 드는 당입니다. 



이 때부터 분위기가 요란해졌습니다. 여전히 앞 열을 지키고 있는 
젊은 여성들입니다.
주변에서 구호만 외치던 남성들은 반성하시길... 

정장에 귀걸이까지 아주 예쁜 여성이 중간에서 무척 고생을 했는데 
외출했다가 합류한 모양이더군요. 미안하다고 말하고 불편하니까 
빠지라고 했는데... 나중에 또 중간에 있더군요.
참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양쪽 운동회가 벌어져서 급히 앞으로 가느라 사진이 
더 이상 잘 나온 것이 없습니다. 
홈쇼핑 호갱되어 새로 장만한 스마트폰이 안부숴진 것만도 다행입니다. 



1시간 넘게 운동회를 벌였고... 어쩌다 보니 한 달 후 50인 
제가 앞 열까지 밀렸습니다. 
재미있는 청군백군 운동회를 요약하면

- 뚫고 나가려면 충분히 뚫습니다. 
그럴 수 없는 것이 밀리지 않으려는 경찰을 넘어뜨리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모두 넘어지는 대형사고가 벌어집니다. 
특히 중간 중간 절대로 안빠지고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려는 
여성들이 있어서 너무 위험하죠.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그치며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는 즐거운 운동회입니다. 

-  뚫리기 직전이니 견찰애들끼리 싸웁니다. 
"야 이**야 왜 네가 여기 왔어?"
"밀리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제가 그래도 견찰의 분란은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점잖게 타일렀습니다.
"이 **들아. 싸우지 마라. 대놓고 싸우면 쪽팔리지 않니?"

- 여성들이 있어서 무척 난감했습니다. 
그들이라도 없었으면 운동회 선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몸에 손을 댈 수도 없고 가운데 갇혀서 숨못쉬는 모습을 보면 더 이상 밀 수도 없습니다. 
혹시 앞으로 운동회가 벌어진다면 여성들을 뒤로 빼고 남성들이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내 배를 밀던 아가씨! 그 황당한 표정 너무 하지 않아? 왜 웃냐고?" 

- 평소에 운동을 안했는데 청도 소싸움을 했으니 허리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며칠 동안 통증으로 끙끙거렸습니다. 
그래서 운동회가 소강상태가 된 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캡사이신은 나이 먹었다고 봐주더군요. 
앞 열의 젊은 분들에게는 가차없이 퍼붓던데 제게 쏘던 녀석에게 쏘지 말라고 
소리쳤더니 봐주더군요. 젠장... 덕분에 대머리가 모두 들통났습니다. 

민주노총에서 깃발을 흔들며 유인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보니, 민노총 조합원이 해산(?) 또는 밤샘준비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방송차를 포위했더군요. 



물대포만 아니면 캡사이신은 견딜만 합니다. 바로 바로 뒷열에서 물을 전해주기 때문에 씻을 수 있습니다. 
예전의 노란색 대형 최루탄, 머리 위에서 터져서 뒤집어 쓰던 기억이 나서 좀 반갑기도 하고요. 

운동회 중간 중간 중대장(?)과 실갱이도 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여러분도 지나는 길에 함께운동할 만 합니다. 
"선생님 더 이상 밀면 위험합니다. 이제 적당히 물러나세요."
"너희가 있으니까 밀지. 너희없으면 헛힘 안써!"


유투브에 당시 동영상이 올라왔더군요. 초반의 좀 험악하던 상황입니다. 동영상은 분위기가 상당히 긴박한데 양쪽의 흥분이 가라앉은 다음부터는 화기애매(?)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고속도로 달리는 맛이 나는 인피니티를 가지고 있어서 철도를 타지도 않고 철도 민영화해서 가격을 올리던 상관이 없습니다. 코레일 직원이 친인척이 아니어서 파업을 하던 상관이 없습니다. 노조가 있는 회사에 근무해 본 적이 없어서 한노총은 물론이고 민노총의 노래조차 모르고 그들과 가까이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왜 현장에 달려갈까요? 영화 변호인의 대사처럼 제 가슴 속에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러면 안되는 것이잖아요?'라는 울림이 퍼지기 때문입니다. 불이익도 못참지만 불의도 참을 수 없고 참아서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파업노동자들이 제 대신에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28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다고 합니다. 국민이 국가라는 헌법1조를 기억하시는 분, 안녕하지 못한 분은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소울드레서 등 여성 커뮤니티에서 대단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