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의 작은 질문 그리고 소박한 대자보가 추운 겨울의 눈 덮인 들판에 불을 놓고 있습니다.
오늘 고려대학교 후문에 모인 '안녕하지 못한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대학생들의 모습에 많은 실망을 해왔습니다. 등록금인상 거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등록금 반값을 운운하며 들었다 놨다 말장난했고 귀중한 예산을 강바닥에 부어 자신들의 일자리를 없애는데에도 분노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못 보았습니다. 집 근처 모 대학의 3일 연속 자정을 넘긴 연예인 공연에는 깊은 회의감까지 들었습니다.
이제야 자신과 주변 사람의 안녕을 걱정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20대 초중반, 무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가장 꽃다운 시기, 자유와 권리만 찾으며 꽃을 저버릴 것인지, 꿀을 맺고 씨앗을 남길 것인지는 대학생들의 선택입니다.
88만원 세대와 스펙 프레임은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3% 계층이 아니라면, 그 프레임에 순종하며 최소한의 만족이라도 누릴 것인지 아니면 프레임에 맞서 고통을 겪을 것인지도 자신의 선택입니다.
내년 5월이 오면 다시 전국대학은 다시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장으로 변할 것입니다. 그 이전까지 한 번만이라도 자신이 안녕한 지 그리고 주변사람이 안녕한 지를 곰곰히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자신도 주변사람도 안녕하면 축제를 마음껏 즐겨도 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나 주변사람이 안녕하지 못하다면 축제 이후의 잔인한 현실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기득권층의 부정, 부패와 탐욕이 여러분을 안녕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분노하십시오! 표현하십시오! 행동하십시오! 지금 당장 다른 사람과 안부인사를 나누십시오!
이번에는 여고생의 안부인사입니다. 고대 한 구석에서 얼마 안되는 학우가 안부를 물을 때에, 작은 마음 하나가 무서움을 이기고 목소리를 냈을 때에, 함께 안부를 물으십시오!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에는 안부를 물을 상대도, 대답할 상대도 없을 것입니다.
안녕하지 못한 분들의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많이 춥더군요.
문재인씨 광화문 유세의 강추위를 겪고 구입했던 미쉐린 인형 외투덕분에 상체는 안 추웠는데 발이 엄청 시려웠습니다. 다음에 참석할 분은 등산화+등산양말 필수입니다. 스마트폰을 최신형으로 바꾼 다음부터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니지 않아서 그나마 편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에는 외국인들이 찬조발언을 하더군요. 방송도 계속 끊기고 생소한 외국어인 것을 보면 독일쪽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서울역 광장의 강우규의사 동상입니다. 광화문의 이순신장군 그리고 강우규의사께서 얼마나 답답해하실까요.
출근하던 철도청직원이 집회에 합류하셨습니다. 주위 분들과 인사나누고 한참 계시더니 직장으로 향하시더군요.
오늘은 민영화 양의 스캔들이 주제라 일반시민의 활동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발 시렵고... 외로워서... 저는 일찍 돌아왔습니다. 지금쯤 안녕하지 못한 분들은 차가운 블록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참석하고 있겠죠.
보는 내내 안타까웠습니다. 왜 힘을 합치지 못하고 각자 이슈가 발생해야 나설까... 민영화 양의 주연작이 늘어갈 때마다 조금씩 나설 것인가... 아무도 남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후회할 것인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KFC 치킨 사서 각자도생(?)하고 있는 안사람과 딸아이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맹렬한 사자후(?)를 토했는데... 각자 하나씩 집어들고 사라지는군요 ㅜ.ㅜ
그래도 제 가족은 철저한 반새눌당이라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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