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쯤이면 동해 묵호항에 놀러가서 복어도 먹고 바다도 보고 하는데, 올해는 기록적인 폭설로 방향을 바꿔 남해로 가려고 했는데 하루 이틀 만에 숙소를 구하려니 힘들더군요.
그래서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오트레인으로 당일치기 태백산 국립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코레일에서 코스 모양에 따라 V 트레인, S 트레인을 운행하는데, O 트레인은 한바퀴 돌고 온다고 해서 그렇게 붙인 이름입니다.
코레일의 코스는 태백역까지가 마지막이고 관광사에서 버스로 태백산 국립공원까지 연계하는 패키지입니다.
바로 밑에 제가 다녀온 간단한 사진이 있을테니까 구경해보시면 될테고 제 개인적인 소감은 비추입니다.
1.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성인이 86,000원인데, 차라리 패키지 형태가 아니라 태백역까지의 코스만 왕복으로 발매하고 나머지는 태백시내에서 택시 등을 이용해서 관광하는 편이 낫습니다.
2. 상당히 지루합니다. 서울역부터 영월까지의 코스가 기차 안에서 볼 거리가 없습니다. 일본처럼 평야와 산맥이 연결되는 코스가 아니다보니 지루한데, 귀경 길에는 밤이어서 그나마도 볼 수 없어서 정말 지루합니다. 열차 안에서 보여주는 TV 장면은 그냥 정면 주행장면이 전부입니다.
3. 시간낭비입니다. 태백이 목적인 분은 무의미하게 둘러 둘러 가기때문에 왕복 8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그냥 시외버스나 직편을 이용하는 것이 낫죠.
기차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제약사항이 있습니다.
홀수인 가족은 난감합니다. 좌석이 2인석과 따로 떨어진 1인석이기 때문에 홀수인 가족은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누님댁과 함께 5인 가족이 되어서 저 혼자 따로 떨어졌는데, 3인 가족이 좌석을 서로 마주보게 돌려 놓고는 저보고 거기에 앉으라고 하더군요.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야 좌석을 원위치 시켰습니다.
눈이 쌓인 태백산은 반드시 아이젠을 준비해야 합니다. 완만한 경사인데도 등산화만 신고는 도저히 오르내릴 수 없습니다.
각 좌석에 전원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한 소일거리를 준비해가세요. DMB도 안 잡히기 때문에 간단한 미드 정도는 준비해가는 것이 좋습니다.
한우로 유명한 곳이지만 한우 회식은 포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분에게는 너무 비싼 가격입니다. 추천하는 한우 직판장을 들렸는데... 고기 잘 먹는 분은 최소한 8만원(1인 기준) 정도 사야겠더군요. 차라리 서울의 농협직판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오트레인->태백산 국립공원 사진입니다.
아침 7시 40분에 출발하는데, 제천역에서 10분간 정차합니다. 어릴 때의 우동이나 간식거리는 없고 그냥 썰렁하죠.
한국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한 추전역입니다.
여기에서도 10분간 정차하는데 주변의 산맥이 볼만합니다.
오트레인은 다람쥐 열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태백산 국립공원 초입의 쉼터인데 눈밭입니다.
멀리 절이 있었는데, 아래 주차장에서는 엿장수의 품바타령이 여기에서는 불경소리가 각각 스피커로 울려퍼지면서 불협화음을 이루더군요.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석탄박물관입니다. 꽤 좋은 박물관입니다. 태백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죠.
광물 전시부터 시작됩니다. 이건 금운모, 브라질산이라는군요. 물론 저는 광물에 대해 매우 무지합니다.
주로 보석의 원석을 정리한 곳인데, 여자분들은 바로 알더군요.
루비 원석입니다. 돌덩이가 뭐 그리 비싸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이건 저도 눈이 번쩍 하더군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잘 나오는 흑요암석입니다....
실제 화석이 아니라 그냥 모조품일 것 같은데... 모기가 갇힌 호박입니다. 쥐라기 공원에서 이것부터 시작되죠.
이것도 모조품으로 의심했는데 실제 문화유산이라고 하는군요. 프랑스에서 출토된 하팍토칼시누(게)입니다.
그럼 이것도 실제로 봐야겠군요. 스피노사우르스의 이빨입니다.
지금은 거의 전부 문을 닫은, 태백산맥 일대의 광산입니다. 저는 사북영업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1980년에 벌어진 사북 노동항쟁때문입니다. 당시에는 광주와 함께 대표적인 내란행위로 세뇌되었던 사건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채광방식입니다.
위경사승 붕락식 채탄법 (Slant chute block caving method)입니다. 블록으로 나눈 후에 발파로 붕괴시켜 채탄하는 방식입니다.
중단붕락식(Sub-level Block Caving)입니다.
램 플라우(Ram Plough) 채탄법입니다.
당시에는 대형붕괴사고가 많았죠. 구조대의 모습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광산회사들입니다.
당시 광부들의 가정집 모습입니다.
출근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절대로 잔소리를 하지 않았죠.
아이들이 노는 모습입니다. 당시 아이들은 개천도 까맣게 그렸었죠. 개천은 늘 석탄가루가 흘렀기 때문입니다.
광부들의 식사모습입니다. 쥐가 옆에 있는데 절대로 잡지 않았습니다. 쥐가 먼저 붕괴조짐을 알아채기 때문입니다.
외부에 대형 권양로가 세워져 있습니다. 지하의 탄차들을 끌어 올리는 시설입니다.
마치 눈이 많이 온 것처럼 연출한 사진입니다. 강릉과 달리 태백은 그리 춥지도 않았고 눈도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국립공원 초입의 단군성전입니다. 안사람이 불교신자라 기본적인 예의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에 올라가지도 않았고 법당에 들어가지도 않고 외부 멀리에서 정면을 피하고 승려의 모습도 담지 않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때운 커피숍입니다. 이대로 연계 열차타고 묵호항으로 갔으면... 그래서 패키지 여행은 좋지 않습니다.
낙동강이 시작된다는 황지입니다. 승려를 구박한 부잣집이 벌을 받아 연못이 생겼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던 며느리가 그만 뒤를 돌아봐서 굳어버렸다는, 어디에선가 흔한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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