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진도 앞바다 사고에 대해 봤습니다. 더 이상 피해가 없이 모두 다 구조되기를 바랍니다.
토러스 며칠 렌트해서 미서부를 돌아다닌 후로, 미국차는 처음 운전해봤습니다.
링컨이나 캐딜락하면 어린 시절에 막연하게 우러러(?)보던 미국 그리고 링컨 타운카부터 떠올라서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죠.
그 당시에 저 차를 타고 다니던 사람은 검은양복에 무서운 사람이라는 공포가 깔려 있어서 더욱 그랬던 모양입니다.
요즘 웹 사이트에 아주 멋지게 성형하고 화장한 링컨광고가 등장했기에 용기를 내어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해봤습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링컨 모델은 링컨 MKZ, MKS, MKX(SUV) 3종이고 이번에 제가 장시간 시승한 차는 링컨 MKZ입니다.역시... (당연히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겠지만) 디자인으로만 따지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제가 아주 감탄했던 얼짱 각도 45의 옆 모습입니다. 근육질이면서도 아름답게 선이 흐릅니다. 세단과 쿠페의 성공적인 교배입니다.
그런데... 쿠페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다양한 차를 많이 타보신 분은 '링컨인데 설마?'할 겁니다. 그 예감이 맞습니다.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죠.
사진을 보면 마치 전차의 증가장갑처럼 하나를 달고 있는데 링컨 MKZ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인 루프가 열린 모습입니다.
루프가 아예 뒷좌석 바로 위까지 개방되어서 오픈카를 방불케합니다.
아무리 미국차가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다고 해도 이렇게 멋진 디자인이 왜 안팔리까 할 정도입니다.
그럼 이제 달리기 성능을 봐야겠죠? 미국은 3.7L 엔진도 판매하는데 우리나라에는 2.0만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엔진만 보면 무난한 달리기 성능입니다. 셀렉트 시프트 자동변속기라는 단어가 생소한데...
초반 가속반응은 마치 현기차와 같이 즉각반응하게 셋팅되어 있습니다. 보통 럭셔리 이름을 붙인 차는 0-20km 초반가속이 '음, 원하면 달려주지'하는 듯이 한 박자 쉬게 셋팅이 되어 있는데 이 녀석은 밟으면 즉각 반응합니다.
그래서 포드직원이 신신당부하더군요. 밟으면 나간다고 조심해달라고요. 그래서 "제 차가 인피니티입니다"라고 안심시켜주었습니다.
초반 가속 시원하고 140km까지도 전혀 힘들이지 않고 부드럽고 조용하게 올라갑니다. '무슨 140km 가지고?' 하고 비웃을 수도 있는데, 여기에서 부드럽고 조용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드럽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매끈하다고 해야 할 지... 어쨌든 매끈부드럽게 올라갑니다.
달리기 잘하는 녀석들을 보면 '너 안가냐?'라고 재촉해야 '아! 거참 말 많네'하면서 우와왕 젖히는 바람에 140km인데도 저절로 속도계를 보게 되지만, 이 녀석은 매끈부드럽게 가속하기 때문에 속도계를 보고야 알게 됩니다.
더구나 조용합니다. 방음이 잘된데다가 액티브 노이즈 기능까지 동작해서 비교적 조용하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 지를 모릅니다.
이런 면에서는 링컨이 렉서스를 많이 벤치마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근육질 디자인에 렉서스의 감성을 넣었다고 해야 할까요?
장점은 여기까지... 포드 직원이 안좋아하겠지만 이제부터는 돌직구를 던지겠습니다.
우선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운전자 좌측이 많이 불편합니다. 제가 숏팔이인 점도 있겠지만 창문조작 버튼이 너무 안쪽에 있어서 몸을 기울여야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고속도로에서 한 손으로만 운전하게 되는데 (원래는 당연히 두 손이어야 합니다만), 왼팔을 올려 둘만한 곳이 작습니다. 아주 약간만 더 키웠다면 아주 편했을 겁니다.
엑셀레이터 페달이 오르간식이었다면 공간뿐만 아니라 발동작에도 훨씬 좋았을텐데... 많이 아쉽더군요.
차의 덩치에 비해 사이드 미러가 작은 편입니다. 그래서 사각볼록렌즈가 끼워져 있는데, 익숙해지기까지 좀 시간이 걸립니다.
다시 센터페시아 사진을 가져오면 전화, 정보, 오락, 온도 4가지를 터치식으로 조작할 수 있는데 직관적이지 못해서 매뉴얼을 읽고 핸들의 조작버튼을 익히지 않으면 전환이 어렵습니다.
외국의 리뷰에서도 이점을 단점으로 잡았으니까 우리나라는 네비가 매립되어 있어서 더욱 그렇겠죠. 네비에서 빠져나가 좌석의 온도를 조정하려면 터치스크린이 아닌 핸들의 조작버튼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간단한 조작이지만 직관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MS에서 .NET 팀장을 맡았었고 포드가 MS와 .NET 환경을 처음으로 시도했기에 무척 반가운 로고였습니다. 원래는 MS 운영체제가 내장되어서 운전석을 움직이는 사무실이 되게 하는 개념이었지만...
이제 제목의 결론입니다. 미국의 리뷰는 모두 지적하는 단점으로, 뒷좌석이 무척 좁습니다.
앞에서 쿠페라는 단어를 일부러 꺼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끄럽게 빠지는 뒷태를 만들다보니 뒷좌석의 헤드룸이 너무 좁습니다.
180cm 정도의 키인 분은 타고 내릴 때에 폴더형으로 접어야 하고, 타고 나서도 헤드룸때문에 몸을 뒤로 기울여야 하는데, 다리 공간이 그만큼 넓지가 않습니다.
원래 누군가를 하나 고문해야 하는 성인 5인승은... MKZ은 아예 생각도 못합니다.
2인승으로는 디자인도 좋고 달리기 성능도 좋고 다른 옵션도 좋은데... 가격을 보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합니다.
그리고 기름먹는 하마 인피니티를 몰던 저라, 연비에 대해서는 초월했는데, 공인연비 10.2km 인 것도 민감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만 예전의 미국차들의 착한 프로모션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2인승 또는 체격이 작은 가족용 럭셔리 세단으로는 무난한 선택이 될 겁니다.
PS. 시승하시는 분들, 안전턱과 지하주차장 진출입 극도로 조심해야 합니다. 제 차가 인피니티여서 워낙 차체를 긁고 다니기 때문에 조심하는데도 이 녀석은 유달리 긁힙니다.
SUV 등에 익숙한 분은 100% 사고 낼 겁니다.
'취미 > 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국에서도 싫어하는 운전악습 10가지 (0) | 2014.05.17 |
---|---|
일본 자동차 3사의 디자인, 왜 이러는 걸까요? (0) | 2014.05.08 |
현기차가 미국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군요. (0) | 2014.04.05 |
미국 자동차시장 3월 성적표입니다. (0) | 2014.04.03 |
몇 년 동안 돈 모아서 드디어 이것을 질렀습니다. (0) | 2014.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