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차대전 전사는 정리해서 올리기가 난감한 주제입니다.
일본의 영향을 받아, 저와는 비교도 안되는 매니아들이 있고 다른 전사에 비해 자료도 풍부한 편이어서 제가 정리한 내용에 다른 의견을 제시할 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제가 블로그를 열 때에 기억해주십사 했던 당부를 다시 한 번 올립니다. 꼭 당부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여기에 올린 기사는 해당 저자의 역사관을 옮긴 것입니다. 하나의 역사관에 불과하니까 절대진리로 받아들이거나 비판하지 말아주십시오.
2. 저자의 자료가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거의 직역에 가깝게 번역했습니다. 지루하거나 앞뒤가 잘 연결안되는 부분이 있을텐데, 흥미를 위해 가감하는 간섭을 최대한 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재미 위주의 가벼운 내용이 아님을 알아주십시오.
3. 지금까지의 수 천년 역사에 비해 제가 올린 전사는 길어봐야 10년, 20년의 장면입니다. 당연히 여러분이 이해 못하고 헷갈리시겠죠. 왜 이런 전투가 벌어졌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없으니까요. 당분간은 퍼즐조각을 하나씩 맞춰간다고 이해해주십시오. 제 서재에 자주 놀러오시면 자연스럽게 그림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다 보면 책 한권의 분량이 나오고 다른 이야기와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퍼즐 한 조각씩 만들어가겠습니다.
4. 전세계 전사를 번역하다 보니 현지어 발음이 상당히 부실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이 될 수도 있고 세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울로 읽는 사람도 있겠죠. 보다 정확한 발음을 아시는 분은 피드백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동부전선 이야기는 4번에서 많은 의문을 제기하실텐데, 제가 적당하게 부대명칭을 번역했습니다.
예를 들어 Panzer Grenadier Division은 기갑척탄병사단으로, Army Group South는 남부집단군으로, 소련의 Guards Rifle Division은 방위소총사단으로, Steppe Front는 스텝전선군 등으로 번역을 했습니다. 너무 심각한 오류가 아닌 다음에는 그냥 이대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단! 독일어와 러시아어에 대한 정확한 발음은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가능한 한 옆에 원어를 함께 표기했으니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이제부터는 레닌그라드를 포위하려는 독일 북부집단군과 이를 반드시 돌파하려는 러시아군의 대격돌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동부전선 흐름을 지도(여러 곳에서 인용하다보니 잡다합니다)와 사진으로 배경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베를린 함락까지 이야기가 정리되면 아주 한참 후이겠지만 독일군이 잘나갈 때의 이야기도 정리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여기의 자료를 참조하신 후에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이랬고 앞으로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하는 정도만 이해해주시거나, 아니면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참조하셔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거의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직접 스캔했기 때문에 왠만한 인터넷 자료보다 좋은 사진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워낙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극소수만 올리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
먼저 독일이 소련을 공격하기 전 3가지 공격계획 지도입니다.
개전 1주일 동안의 북부집단군의 공격루트입니다.
개전 1주일 동안의 중앙집단군의 공격루트입니다.
남부집단군의 개전 1주일 동안의 공격루트입니다. 남부집단군이라고 불린 것은 대전 중반부터입니다만 여기에서는 그냥 남부집단군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1941년 6월~9월까지의 독일군 진격 루트입니다. 러시아가 기습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나름 배후를 찌를 생각으로 상당한 전력을 국경에 배치시켜 놓았는데도 단 3개월만에 이렇게 돌파당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비록 무기체계(특히 공군력, 그러나 전차전력은 거의 동급)가 전근대적이었다고 해도 공산혁명으로 집권한 스탈린은 전쟁경험이 있는 지휘관들을 모두 계급투쟁의 일환으로 숙청시켜버린 이유가 절대적입니다. 그 자리를 군사교육도 받지 못한 정치배경의 젊은 장교들이 메우면서 독일의 전격전과 협공에 집단군이 유기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포위되어 전멸합니다.
그리고 소비에트 연방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이 강제로 병합된 것으로 스탈린이 정치안정을 위해 잔인한 민족대이동을 했기 때문에 독일군의 진주에 일반 시민들이 전혀 저항하지 않고 심지어 환영까지 했습니다.
히틀러의 희안한 발상으로 전력이 분산되고, 급하게 멀리 시베리아에서까지 강제징집한 병력덕분에 스탈린과 모스크바가 보호되면서, 이렇게 잘 진행되던 전쟁은 장기전 태세로 변하게 됩니다.
(지도는 클릭해서 잘 봐두세요. 특히 주요 도시 이름은 기억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앞으로 올릴 이야기에서-번역 용어가 좀 다르겠지만- 도시나 마을을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지는데,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하는 혼란이 없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레닌그라드 봉쇄입니다. 제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할 곳이 바로 여기이고, 그 시점은 1942년 말, 그러니까 러시아군이 레닌그라드 봉쇄를 풀기 위한 겨울 대공세에 나설 때입니다.
히틀러를 만날 수 있다면, 일단 입만 열수 있을 정도로 두들겨 팬 후에(가장 악랄한 전범이니까요), "우리나라에도 너처럼 말안듣는 애가 하나 있어서 골치아픈데...너는 무슨 생각으로 레닌그라드를 봉쇄한거니?"라고 묻고 싶습니다.
레닌그라드 봉쇄하느라, 남부의 전략자원(특히 석유)과 군사도시를 점령하느라 전력을 분산시킨 덕분에 귀중한 시간을 번 스탈린이 모스크바를 위협하는 독일군에게 역공을 펼쳐 완전히 밀어냅니다.
여기에서 다시 한 번 히틀러의 큰 실수가 벌어졌는데, 겨울 전까지 모스크바를 충분히 점령하고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확신한 히틀러가 동부전선에 겨울 방한복을 미리 보내지 않은 것입니다.
하복으로 겨울을 맞이한 독일군은 러시아군과의 전투보다 훨씬 더 많은 병사를 동상으로 잃어버립니다. 하복으로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참호 속에서 하루를 지내고 나면 이미 손발은 얼어버린 상태가 되었으니까요.
급하게 근처 마을주민의 방한장비를 약탈했지만 이미 많은 병사들이 손발을 잃고 상이병사로 본국에 보내져야 했습니다.
2차대전 독일군 사진에서 보면 여성용 숄을 걸친 병사들의 모습이나 전차에 흰색 낙서한 것처럼 조잡한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동계방한복도 지급하지 못했는데 눈이 내릴 때를 대비해 동계위장복까지 준비할리가 없겠죠.
흰 눈 위의 독일군복만큼 저격수에게 좋은 표적은 없었을겁니다. 그러니 급한대로 여성용 숄을 꼴불견이라도 걸치고, 전차는 수성 페인트로 조잡하게 흰색 칠을 한 것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독일군에게는 승전할 기회는 많았습니다.
공포에 질린 스탈린이 새로 징집한 병사들을 무기도 제대로 주지 않고 마구 전장에 밀어넣어 대학살극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요.
레닌그라드를 봉쇄하느라, 모스크바의 역공을 받느라 정체한 북부와 중앙집단군과 달리,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남부지역에서는 남부집단군이 계속 승전을 이어갑니다.
특히 전통적인 요새도시(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요새입니다) 세바스토폴 함락으로 남부지역은 거의 작전이 마무리되었고 교통중심지인 스탈린그라드만이 남게 됩니다.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세바스토폴보다 스탈린그라드 점령이 우선이었는데, 그건 결과론일뿐이죠. 당시 히틀러는 물론이고 어떤 지휘관도 스탈린그라드에서 참패를 당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시 영문 자료입니다.
독일의 승전이 멈춘 전투(아직은 패전이 아닙니다.) 스탈린그라드입니다.
여기에서만 독일과 추축군(루마니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자원병 등) 240,000명이 전멸하게 됩니다.
스탈린그라드를 공격하기 전에 공중폭격으로 적의 전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 건물을 산산조각내서 (맹목적으로 버티기로 이름난) 러시아군을 많은 희생을 내며 건물마다 몰아내야 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러시아군도 스탈린그라드의 마지막 거점(기껏해야 공장 몇 개)을 지켜내느라 무모한 인해전술과 패주하는 병사를 잔인하게 처형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면 반격할 수 있는 마지막 교두보를 지켜냅니다.
Enemy at the Gate라는 저격수 영화를 보시면, 러시아군이 어느 정도로 무모한 인해전술을 썼는지 잘 그려져 있습니다.
2인 1조로 앞에 병사는 총을, 뒤에 병사는 총알만 들고 돌격합니다. 앞에 병사가 총에 맞아 쓰러지면 뒤에 병사가 그 총을 들고 다시 돌격합니다. 물론 그 병사가 쏠 수 있는 탄약은 10발 정도뿐입니다.
정예군이었던 제 6군이 전멸한데다가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공군과 남부집단군이 입은 피해도 상당했기 때문에 남부전선에는 대위기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스탈린그라드는 독일의 승전이 멈춘 날일 뿐이라고 했었죠?
제가 인정하는 세계최고의 전략가 만슈타인이 히틀러의 지시를 애써 무시하면서 대기동전을 펼쳐 전격적인 후퇴를 하고, 이것을 남부집단군의 붕괴라고 착각한 러시아군은 무리하게 추격에 나서 진격하는 부대의 협동이 깨지게 됩니다.
러시아군의 추격이 길게 늘어질 때까지 기다린 만슈타인은 대반격에 나서 스탈린그라드에서 잃은 전력보다 더 많은 피해를 러시아군에게 입히고 전선을 안정시킵니다.
그리고 히틀러가 반드시 사수하라고 광분했던 공업도시 하르코프(Kharkov)도 되찾습니다. 하르코프만 4차례 주인이 바뀌는데, 과감하게 하르코프를 내주고 적의 배후를 찔러 다시 되찾는 전략은 감탄하게 만듭니다.
이제 독일이 패전하기 시작한 쿠르스크 전투입니다.
쿠르스크 지역에 밀집된 러시아군을 협공해 섬멸할 것인지 아니면 드니에페르 강으로 유인한 후에 배후를 끊어 섬멸할 것인지를 놓고 검토하다가 그만 쿠르스크를 결정하고 쥐어짜내 모은 예비병력과 기갑전력을 모두 소진하게 됩니다.
쿠르스크의 성벽작전을 선택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작전이 러시아군에게 그대로 노출된 상태에서(영국에게서 넘겨받은 암호해독 기술덕분으로 심지어 공습시간까지 알고 있었음) 보다 강력한 전차를 기다리느라 몇 개월의 시간을 기다린 탓에, 러시아군은 보다 완벽한 수비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이 전투에서 독일의 막강한 기갑전력의 공격을 받은 러시아군의 피해가 더 컸지만 독일군은 여기에서 입은 피해를 복구하지 못하고 동부전선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만슈타인은 부족한 전력이라도 지금 바로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히틀러는 절대로 귀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편집광적인 스탈린도 개전초기에는 주변의 지휘관을 믿지 않았지만 이 때부터는 히틀러와 달리 일선 지휘관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며 큰 그림에서의 작전수행만 요구합니다.
히틀러는 반대로 더욱 편집증이 심해져서 만슈타인과 같은 천재전략가를 거꾸로 의심하고 권한을 더욱 축소시킵니다. 심지어 1개 사단의 이동에도 관여를 합니다.
다시 보기 좋은 한글자료입니다.
쿠르스크 전투 초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러시아군은 만슈타인이 주장했던 '적의 예봉을 흡수해 전력을 최대한 소진시킨 후에 대반격'하는 작전을 반대로 독일군에게 펼쳐 전력이 소진된 중앙/남부집단군을 마구 밀어냅니다.
쿠르스크에서 드니에페르 강까지, 독일군의 동부전선이 무너지는 과정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히틀러는 일선 지휘관이 패배주의에 빠져있고 자신을 배반하려 한다는 편집증으로 도시 하나 하나에 집착하며 그렇지 않아도 전력이 소진된 독일군을 말려버립니다.
이미 이 때부터는 휴전은 고사하고 어떻게 하면 패전을 좀 더 뒤로 미뤄볼까 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도 히틀러는 일선 지휘관의 조언이나 요구를 모두 무시합니다.
천혜의 드니에페르 강의 진지공사도, "배후에 진지가 있으면 병사들이 도망갈 생각부터 한다"라는 해괴한 주장으로 일체의 공사도 하지 못하게 해서 순식간에 러시아군에게 내주게 됩니다.
엄청난 피해를 입으며 독일의 전격적을 몸으로 배운 러시아군은 패주하는 독일군을 상대로 전격전을 펼쳐 동부전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이 작전으로 독일군은 300,000~400,000명을 잃어 더 이상 어떤 반격작전도 준비할 수 없는 혼수상태가 됩니다.
제가 동부전선의 몰락 마지막 이야기로 삼을 베를린 공방전입니다.
아마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국내에도 독소전을 제대로 다룬 좋은 책이 있습니다. 저는 거의 소설수준으로 재미만 다룬 2차대전 도서 시리즈(만화가처럼 자신이 아예 창작을 한)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부전선에 관심이 있는 분은 다른 책보다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상당히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요 전투에 대해 알기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표지의 저 유명한 독일 국회의사당 점령 사진은 마치 전투 중에 벌어진 것처럼 기록되었지만, 아오지마 해병대의 미국 국기 게양사진과 마찬가지로 전투가 완전히 끝난 후의 연출사진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저는 국내 일부 도서만 가지고 여러분에게 전사를 정리해보겠다고 하지 않겠죠?
여러분에게는 가장 재미있게 정리된 Scorched Earth를 중심으로 동부전선에 대해 설명드리면서 아래의 도서들에서 몇 개의 사진과 지도만 인용하고 있습니다. 동부전선만 해도 여기에 올린 책의 3배 정도가 책꽂이에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만슈타인의 전기는 번역해서 출간해보고 싶습니다. 국내에는 롬멜에 대한 전기는 몇 권 나와있는데 이 분의 전략이나 실전경험은 롬멜보다 훨씬 크고 파괴적이었는데도 국내에 너무 소개가 안되어 있습니다.
모든 그림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BarBarossa Derailed는 부대단위로 너무 세밀하게 기록한 책이라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은 도서입니다.
마지막의 러시아 저격수에 대한 책과 함께 독일 저격수에 대한 책도 주문하려고 했었는데, 그건 해외배송 제한이 걸려 있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도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이 너무 많아서 그냥 가볍게 포기했습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왕좌게임 'A Song of Ice and Fire' 원서 다섯 권은 언제 읽을런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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