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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2차대전

독일군의 동부전선의 몰락 (2) - 라도가 호수 남부전투

by uesgi2003 2011. 8. 11.

라도가 호수 남부전투

네바-고로독 전투:발전소와 병원-러시아군 빙판을 건너 돌격하다-참호에서의 백병전-타이거 전진-러시아군 돌파하다-전차엽병 러시아군을 막다

 

만슈타인이 레닌그라드 임무를 알기도 전인 1942 8, 모스크바는 이미 히틀러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었고, 스탈린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멀리 시베리아에서도 볼크호프 전선에 동원할 병력을 징집했고 3주의 군사훈련만 거친 16개 보병사단, 9개 여단, 5개의 기갑여단과 300대 이상의 전차가 준비되었다.

만슈타인이 레닌그라드 남부에서 공격준비를 하고 있던 8 27, 러시아군은 협로를 장악해 레닌그라드와 연결시키기 위해 독일의 제18 군의 동부전선을 공격한다. 삭소니(Saxon) 223 보병사단과 베스트팔리아(Westphalian) 227 보병사단이 그 공격을 막아냈다. 특히 베스트팔리아 제366 척단병 연대를 지휘하던 벵글러(wengler) 대령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러시아군의 포위공격을 7일이나 막아내 러시아의 위대한 조국해방전의 기록(History of Great Fatherland War)’에 기록될 정도였다.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서의 공격은 비교적 성공적이어서 서쪽으로 전선을 약 14km 정도 밀어냈고 목표지점인 므가(Mga)가 눈에 보이는 곳까지 진격했다. 이제 협로는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림 설명: 러시아군은 레닌그라드를 육로로 연결하기 위해 좁은 회랑을 동과 서 양쪽에서 공격합니다. 

이번 이야기의 배경지도이니까 클릭해서 큰 그림으로 띄워놓고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만슈타인은 레닌그라드 공격에 투입할 전력을 방어와 반격에 동원할 수 밖에 없었다. 린더만(Lindermann) 장군의 제18 군과 함께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12,000명의 포로를 잡고 244대의 전차를 격파해, 3번에 걸친 라도가 호수 전투의 첫판을 이긴다.

탄약도 바닥나고 부상병이 즐비한 전력으로 레닌그라드를 공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보충을 위해 9월이 지나가고 10월도 지나갔고 레닌그라드 주변의 상황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더구나 11월에는 이미 스탈린그라드의 비극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레닌그라드 공략은 연기될 수 밖에 없었다.

만슈타인은 다시 볼가, 도우너(Donets), 드니에페르(Dnieper) 강 전투를 위해 레닌그라드에서 남부로 원상복귀하고 레닌그라드에는 겨울이 온다.

 

1 12, 비넥커(Winacker) 중위는 여느 때와 같이 아침 7시에 커피를 마시고 참호를 둘러보고 있었다.

"잘 주무셨습니까? 중위님"

"춥지? 별 일 없지?"

"지랄같이 춥습니다. 특이한 상황은 없는데, 직접 보셔야겠습니다. 이반 놈들이 한 놈도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쯤이면 그 놈들도 아침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비넥커는 손목시계를 봤다. 아직 7 30분이 안됐다. 그는 쌍안경의 서리를 닦고 전선을 봤다.

"정말이지 너무 조용하지 않습니까?"

"눈 위에 발자국 투성이다. 놈들이 밤에 건너온 거야." 비넥커는 상반신을 밖에 드러내고 제방 아래를 확인했다. "젠장! 놈들이 지뢰를 파내고 있잖아. 누가..."

그 순간 소총사격이 시작되었고 비넥커는 참호 바닥에 몸을 던졌다. 단순한 강습정찰일까 아니면 본격적인 공격일까? 갑자기 박격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뤼센. 놈들의 공격이다!"


사진 설명: 보병의 돌격에 앞서 포격을 준비 중인 러시아군입니다. 단순무식한 것이 러시아군의 단점이자 장점입니다만, 점차 전술응용을 배우면서 일단 포격을 한 후에 독일군이 참호에서 전투배치되는 순간을 노려 다시 포격하는 등의 교란전술을 펼치기도 합니다. 

대대적인 포격은 독일군에게 반드시 피해를 입히겠다는 것보다는 지뢰를 폭파시키고, 수비진지의 철조망 장애물을 부수고, 통신선을 끊어 고립시키는 목적이 더 컸습니다. 


참호선을 따라 달리는 그의 등뒤에는 이제 레닌그라드 함대의 함포까지 쏟아지면서 지축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들리는 "쉬익, "하는 러시아의 다목적 7.62cm 포격이 들렸다. 무려 4,500문의 포가 15km 길이의 독일군의 진지를 두들기고 있었던 것이다.

볼크호프 방면에서 로마노프스키(Romanovskiy) 중장이 지휘하는 제2 강습군의 7개 사단과 1개 기갑 여단이 베스트팔리아 제227 보병사단의 방어진지에 공격을 해왔다. 서쪽에서는 두카노프(Dukhanov)의 제67 군의 5개 보병사단과 1개 기갑여단이 마리이노(Mariyno)와 고로독(Gorodok) 사이를 공격했다. 이 지역은 북독일 제170 보병사단 단독으로 방어하는 지역으로 나중에 실렌시아 제28 엽병(Jager)사단이 보강되었을 뿐이다.

(우에스기 왈: 엽병이라는 일본식 단어를 피하고 싶었는데 달리 표현하기 힘들군요. 야거사단은 산악사단과 비슷한데 험지에 먼저 투입되어 본격적인 중무장 보병사단이 전장에 투입될 때까지 그 지역을 장악하거나 방어하는 경무장 특수군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진 설명: 엽병 플라모델입니다. 실제사진보다 엽병 이미지를 더 잘 표현해주어서 이 사진을 인용합니다. 각종 훈장과 참전장을 보니 베테랑이었던 모양입니다. 


두 갈래로 나뉘어진 러시아 군의 목표는 좁게 늘어선 독일군의 방어진지를 제압한 후에 남쪽의 키로프(Kirov) 철로까지 진격해 레닌그라드와 연결시키는 동시에 독일군을 둘로 나눠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마리이노 외곽의 참호에 대기하고 있던 제401 척탄병연대는 러시아군이 낮은 포복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저것들 미쳤구먼. 우리가 다 죽은 걸로 생각하나?" 기관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자 "아직 쏘지마"라고 상사가 주의를 줬다. "더 다가오게 해"

러시아군의 엄청난 포격이 전선 뒤로 옮겨가자 독일 포병관측병이 무전기로 러시아 보병의 좌표를 알려줬다. 잠시 후 독일군의 포탄이 네바 얼음을 건너고 있는 러시아군 2개 사단에게 쏟아졌다. 4,000명의 러시아군이 엄폐물 하나 없는 얼음 위에 노출되었다. 러시아군의 앞 열이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에 드디어 사격 명령이 떨어졌다. 분당 1,200발의 총알을 쏟아 붓는 MG42가 불을 뿜었고 박격포탄이 쉴새 없이 하늘을 갈랐다. 러시아군들은 "우라(Urra)!"라는 함성과 함께 뛰기 시작했지만 제방까지 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 번째 열이 쓰러지고, 세 번째 열도 마치 낫에 잘려나가는 벼처럼 쓰러졌다.

 

두브로프카(Dubrovka)에서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어느 정도는 성공하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는 크라스노프(Krasnov)의 제45 방위소총사단이 복잡한 참호를 뚫고 독일군 제399 척탄병 연대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마치 1차대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버려진 전차, 단절된 철조망과 참호에서 서로 엉켜 싸웠다. 1942년 여름에 있었던 첫 번째 라도가 호수 전투에서는 러시아군이 두브로프카에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성공했었지만 11월에는 독일군의 반격을 받아 모두 물러난 상태였다. 치열한 전투를 말해주듯 참호 곳곳에는 전사한 러시아군의 시체가 포격으로 다시 땅 위에 노출되기 시작했고 목표물 역할을 해줬다.

"죽은 놈 손의 오른쪽에 겨냥해"

격파된 전차는 마치 상처입은 괴수처럼 참호 앞에 멈춰있었고 지뢰는 교묘하게 지뢰 밑에 매설되어 있어서 공병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러시아군 3개 연대가 포격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독일군의 첫 번째 참호에 접근했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대피호 깊숙이 물러나있던 독일군의 백병전에 러시아군은 다시 물러나야만 했다.


사진 설명: 진지 앞까지 전진한 KV-1 중전차를 보병이 돌격해 집속수류탄(수류탄을 여러 개 묶은 것)으로 파괴시킨 것입니다. 개전 초기 KV-1 중전차를 부술 전차나 대전차포가 없었기 때문에, 독일군은 우리가 한국동란에서 T-34때문에 겪었던 대공항을 겪었습니다. 도로에 퍼진 KV-1 한 대 때문에 1개 연대가 며칠 동안 묶였던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치열한 전투는 당연히 스취루셀부르크에서 벌어졌다. 여기에서는 러시아 제86 소총사단이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 얼어붙은 네바를 건너 돌격해왔고 독일군 제170 보병사단의 제401 척탄병 연대가 베스트팔리아 제227 보병사단의 제328 척탄병연대와 함께 지키고 있었다. 러시아군의 공격은 독일군 참호근처도 못 갔고 결국 크라스노프는 공격을 중지시켰다.

마리아노에서는 러시아군이 3,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무릅쓰고 벌인 다섯 번째 돌격에서 독일군 참호에 돌파구를 마련했고 고로독(Gorodok) 북쪽에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러시아 공병의 신속한 도강장비 설치덕분에 전차가 강을 건너 최후의 독일군 저지선에 큰 구멍을 냈다.

401 척탄병 연대가 병력을 다시 모아 저항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러시아군은 가파른 제방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러시아 제67 군 사령관인 두카노프 소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열린 좁은 틈에 밀어 넣었다. 그는 스취루셀부르크에서 제86 소총사단을 빼내 마리아노에 추가배치시켜 3개 사단과 1개 전차 대대로 북, 남과 동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독일군 제401 척탄병 연대는 스취루셀부르크 방향으로 밀려났고 공격 중심점에 있던 비넥커 중위의 2개 소대는 정찰대대와 패잔병을 긁어 모아 러시아군이 독일군 포병진지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만약 두카노프 중장의 부대가 고로독에 있는 제170 보병사단의 저지선을 우회해서 뚫는다면 키로프 철도까지 무인지경으로 열리게 되고 네바 전투는 그대로 끝나게 된다.

비넥커 중대는 고로독 숲의 병원건물을 진지삼아 두 시간 반 동안의 포화에도 견디고, 러시아군의 파상공격을 밀어내지는 못했지만 밀려나지도 않았다. 비넥커의 중대는 이제 1개 소대 병력만 남았고 사이클 소대와 몇 명의 패잔병만이 후퇴하던 길에 합류했을 뿐이어서 상황이 아주 절망적이었을 때에 슐츠(Schulz) 소령이 제240 공병대대를 이끌고 병원건물에 합류했다.

비넥커는 몇 명만 데리고 러시아군이 돌파했던 병원 오른쪽의 상황을 점검하러 나섰다. 거기에는 일레(Irle) 대위가 소수의 정찰부대원만 데리고 버티고 있었고, 러시아군이 제170 보병사단의 포대까지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유일한 저지선이었다.

"버티지 못할겁니다. 소령님" 정찰에서 돌아온 비넥커가 슐츠에게 보고했다. 병력보충이 없다면 공병대대만으로 러시아군 3개 사단의 공격을 막아내야 할 판이었다. 독일군 공병은 다리를 가설하고, 지뢰와 폭탄을 설치하는 전형적인 임무에도 뛰어났지만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일반 보병으로도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1943 1, 네바의 상황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슐츠 소령은 제3 중대를 병원의 양측면에 이동시켰고 베렌델(Brendel) 중위에게 지휘를 맡겼다. 저녁이 되자 러시아 전차와 보병들이 병원의 양측면으로 접근했고 박격포탄이 병원을 무너뜨렸다. 브렌델은 건물잔해를 참호삼아 창문마다 기관총을 설치하고 곳곳에 저격병을 배치시켰다.

러시아군이 돌격지점에 점차 모여드는 것이 보였고 다행히도 포병 관측병의 무전기의 배터리가 살아있었다. 그는 제240 포병연대에 착탄지점을 정확하게 알려 독일군의 포탄이 러시아군의 집합지점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공격선두에 있던 두 대의 T-34는 잘 위장된 지뢰 밭으로 뛰어들어 주저앉자 버려 쓸모없게 되었다.

독일군의 포탄이 정확하게 쏟아지자 러시아군은 결국 공격을 포기하고 네바의 제방으로 물러나기 시작했지만 창문에 설치된 기관총에게는 더 없이 좋은 목표물이 되었다.

 

린더만(Lindemann) 상급대장(Colonel-General)은 전선에서 들어오는 보고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고보로프(Govorov)가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 마리아노에 열린 틈을 벌리려고 하는 것도 파악했다. 그는 4개 사단과 1개 기갑 여단을 동원해서 독일군 구원부대가 오기 전에 병목지점을 절단한 후에 동쪽에서 치고 나오는 공격군과 합류한 다음에 남쪽의 독일군 저지선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었다.

첫 번째 목표는 노동자 집착촌이 될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앞에서 설명했던 병원과 발전소가 있는 고로독이 될 것이다.

린더만이 완전무장한 1개 사단, 1개 전차와 돌격포 대대, 약간의 대구경 포라도 더 있었다면 전황은 훨씬 희망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17 군에게는 예비병력이 아예 없었고 다른 군에게서 빌려올 상황도 아니었다.

1943 1월 중순, 스탈린그라드의 재앙이 네바에도 다가오고 있었다. 독일군 전선은 너무 늘어져있었고 러시아군은 모든 곳에서 공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부전선 모든 곳에서 앞으로 그렇게 되듯이 최후의 1개 대대가 부족해 균형이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림 설명: 동부전선의 모든 곳이 독일군의 병력에 비해 너무 늘어진 상태였습니다. 

러시아군은 레닌그라드, 스트라야 루사, 벨리키예 루키, 르제프와 그 이남 지역을 동시에 공격해왔기 때문에 급히 긁어모은 예비병력을 임시방편으로 투입해야만 했습니다.


린더만이 쓸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는 사단과 여단을 동원해 전면적인 반격을 하는 대신에 연대와 대대를 긁어모아 이리 저리 대응하는 것이었다. 린더만이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예비병력은 제96 보병사단의 5개 척탄병대대뿐이었다. 96 사단의 전력 중 절반은 전투 첫날 이미 소진되었기 때문에 5개 대대로 러시아의 5개 사단에 반격을 가해야 했다.

위안이라면 제36 대공포연대의 88mm 1개 포대, 15cm 야포 포대, 4대의 타이거 전차와 8대의 3호 전차가 지원된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반격에서 4대의 타이거 전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폴만(Pholmann) 대령의 척탄병대대가 영하 28도의 눈밭을 헤치고 러시아군을 뒤로 밀어냈지만 24대의 T-34가 반격을 해왔다. 그 중에 2대를 파괴시켰지만 22대의 전차가 대대 전체를 전멸위기로 몰아넣었다. 3명의 중대장이 전사를 하면서 독일군의 공격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이때에 타이거 전차가 모습을 나타냈다. 1942 8, 레닌그라드에 시험배치된 후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타이거의 88mm 장포신이 불을 뿜으면 어김없이 T-34의 포탑이 날아갔고 순식간에 12대의 러시아군 전차가 불타면서 나머지는 허둥지둥 도망을 쳤다.

날이 저물자 러시아군이 다시 한 번 전차를 동원한 공격을 해왔고 "적의 기갑부대가 접근 중! 전원 전투준비"라는 명령이 타이거 중대에 떨어졌다.

 

한스 뵐터(Hans Bolter) 하사는 자신의 3호 전차를 이끌고 2대의 타이거 전차를 따라 나섰다. 그는 이 전투 후 18개월 동안 7번 부상당하고 15번이나 전차가 파괴된 끝에 대위로 승진한 가장 뛰어난 전차장 중 한 명이었다.

2대의 타이거는 눈을 헤치고 나아가고 있었다. 지평선에 타이거의 윤곽이 드러나자 타이거 옆의 눈이 갑자기 위로 솟구쳤다. 적의 대전차포탄이었던 것이다. 뵐터가 포탑을 급하게 돌리자 조준경에 한 대의 T-34가 눈에 들어왔다. "발사!" 첫 탄은 빗나갔지만 두 번째 탄은 마치 타이거의 발톱처럼 T-34를 산산조각냈다. 타이거는 2대의 T-34를 두 대 더 파괴시켰고 안개 속에서 불타는 전차는 괴기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바로 그 때에 러시아 제61 전차여단의 전차 3대가 나타났다. 뵐터의 조준수는 시계방향으로 움직였다. "먼저 오른쪽의 놈부터" 뵐터는 침착하게 명령했다. 발사! 그리고 다시 발사!

살아남은 2대의 전차가 안개 속으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타이거가 이것들 마저 사냥했다.

"이제 기지로 귀환한다"

2분 후 3호 전차가 심하게 흔들리며 엔진룸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다. 또 다시 한 방. 안개 속이었지만 곳곳에서 불타고 있는 러시아 전차가 러시아 대전차 포에게는 더 없이 좋은 조명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초탄에 엔진을 당한 3호전차는 더 없이 좋은 목표물이 되었다.

다가오는 러시아 보병들을 피해 덤불 사이로 피했지만 문제는 동료 타이거 전차가 그들을 러시아 군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소리쳐도 못들을 테니 전차에 올라타는 수 밖에 없었다. 뵐터가 무전수 해치로 몸을 기울이자 안에서 "러시아 놈이 전차에 탔다"라는 말이 들렸다. 뵐터가 전차장의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공격하기 위해 전차장의 해치가 열리자 마자 그의 이름을 불러 위기를 모면했다.

다른 동료들까지 구조한 후에야 뵐터는 자신의 등에 3개의 파편이 박힌 것을 알았다.


사진 설명: 3호 돌격포 장포신 장착형입니다. 낮은 실루엣으로 기습공격에는 좋았지만 1:1로 맞붙는 상황에서는 포탑선회가 불가능해서 상당한 약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생산이 쉽고 저렴해서 독일군은 많은 돌격포를 생산해냅니다. 

 

다시 발전소와 병원으로 눈을 돌려, 러시아 제61 전차여단과 제136 소총사단이 총공격 압박을 하던 마침 그 때에 제283 척탄병연대가 보강이 되었다. 발전소에 도착한 283 연대는 바로 러시아 군을 밀어냈지만 병원의 전투는 훨씬 심각했다. 병원은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고 러시아군은 심각한 피해를 무릅쓰고 포위망을 점차 좁히고 있었다.

283 연대는 가까스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병원 수비병과 합류했다. 그 날 밤 제96 보병사단의 1개 대대가 더 보강되면서 부상병을 밖으로 후송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러시아 군이 다시 공격해왔다. 병원에 있던 공병들은 26대의 전차가 283 연대의 제9 중대의 기관총 진지를 유린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마구잡이로 참호와 기관총 진지를 깔아뭉개고 다녔다.

그렇지만 그렇게 고통스러운 러시아의 겨울이 이번에는 행운으로 작용했다. 영하 22도의 기온은 흙을 바위처럼 단단하게 바꿔놓았고 전차의 트랙에 깔린 참호는 잘 엎드려 있기만 하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전차가 참호를 이리 저리 밟은 후에 병원으로 향하자 러시아 보병이 뒤를 따라 달려왔다. 당연히 그들은 병원의 수비병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죽은 것으로만 생각했던 9중대 척탄병들이 무덤에서 나온 것처럼 튀어나와 맹렬한 근거리 사격을 해댔고 러시아 군은 기습을 당해 쓰러졌다. 병원에서는 26대의 전차와 제36 대공포연대, 팬저야거(대전차병), 지원 포격의 대결이 벌어졌다. 결국 보병의 지원을 못 받은 24대의 전차가 주저 앉으면서 네바(Neva) 제방의 제170 보병사단은 최악의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그림 설명: 한겨울의 참호는 워낙 단단하게 얼어서 수십톤의 전차가 위에 올라가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독일군은 그 안에 얌전히 엎드려 전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 후에 흡착지뢰나 집속수류탄으로 가장 얇은 전차의 엔진이나 배기구를 노렸습니다. 

그래서 전차가 참호 위에 올라가서 이 만화에서와 같이 배기가스를 불어넣어 질식시켜 죽이는 방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모든 그림은 클릭하면 커지는 것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