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에서 15년 정도를 근무했다보니 자연스럽게 믹스커피 (국내기업) -> 드립커피 (한국사이베이스) -> 원두 에스프레소(한국 마이크로소프트)로 입맛이 지나치게 고급화되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집에 일반 필립스 드립커피머신 놓고 한 번에 10잔 정도 내려 먹다가 신선한 원두의 에스프레소를 희석한 아메리카노를 맛본 다음부터는 에스프레소 머신 놓고 원두 찾아다니는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스타벅스 코리아가 얼마나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는 지도 알게 되었고 국내 체인점들의 원두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핸드드립은 성격이 급해서 아예 전자동으로 장만하자고 해서 이 녀석을 들여놨었습니다.
가정용 전자동 머신은 Saeco, Jura, DeLongi가 유명한데 그 중에서 디자인이나 성능이 가장 좋은 것이 Saeco입니다.
이 녀석은 Royal Professional이라고 원래 준업소용인데 제가 머신에 대해 잘 모를 때라 마침 전시품이 미국에 싸게 나왔기에 덥석 산 것입니다.
준업소용이니 당연히 물통, 커피통, 커피똥(?)통이 무지하게 컸죠. 보일러도 2중이라 크기도 상당하고 무게도 대단합니다.
5년 정도 잘 사용하다가 청소를 잘 안해준 것도 있고 고장나는 것도 있고 해서 오작동을 많이 일으켜서 다시 이베이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Odea 시리즈가 디자인도 예쁘고 기능도 좋아서 판매자와 말 맞춰 놓으면 마감 1분 전에 딱 한 명(0.0)이 채가더군요. 아무도 없기에 판매자와 가격할인과 국제배송(원래 미국내 배송이니까 좀 울어야 하죠)에 대해 다 맞춰놨는데 말이죠.
즉시구매가 없이 무한경쟁인 제품에서는, 국내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을 때까지 질러대는 멍청한 한국인의 삽질에 입맛만 다시기도 했죠. 왜 멍청하냐고요? 120v이니 거대한 감압트랜스 따로 사야하고, 국내에서는 A/S가 안됩니다. 국내가격보다 최소한 7~80만원은 싸야 그런 리스크를 부담할만 한데, 운송과 관세까지 부담해서 겨우 5~10만원 싸게 구입하면 차라리 국내에서 "사장님, 사모님"소리 들으며 A/S 신경안쓰는 것이 더 좋죠.
아마도 그 멍청이는 비싼 가격에 후회하고 구매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면 그 판매업자는 다시 국제배송은 안한다는 제약을 걸게 될 겁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독일 구매대행 사이트 도우치카우프 커피하우스(http://www.deutsch-kaufhaus.com/shop/category_SAECO%2520Coffee%2520Machine/Philips-Saeco-%EC%84%B8%EC%BD%94.html?shop_param=cid%3D%26)를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독일교포가 한국내 친지와 연결해서 구매대행을 하시는 것 같은데, 이번에 구입해보니 230V에 가격도 이베이에서 낙찰받아 들여오는 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더군요. 그리고 이베이에서 잘못 걸리면 배송이 3주 이상 걸리는 것에 비해 1주일 이내에 깔끔하게 배달되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구입한 것이 Syntia Stainless Steel Cappuccino HD8838이라는 제품인데 카푸치노를 즐겨먹는 유럽형 모델로 신제품입니다. 가격도 국내 최저가에 비해 70만원 정도가 더 저렴합니다.
장점이라면 카푸치노를 내린 후에 자동세척을 할 수도 있어서 편리하고 스테인레스 디자인도 예쁘고 크기도 상당히 작고 소음이 거의 없는 반면에
예전 준업소용에 비해 너무 자주 물달라! 똥치워달라! 트레이 물버려달라! 징징댑니다.
만약에 에스프레소 전자동 머신을 사려는 분이 있으면 국내보다는 위 사이트에 문의해서 잘 네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정식수입제품도 아니고 최신제품이어서 국내판매도 제대로 안되고 있기 때문에 A/S 문제가 걸리기는 하지만 전압문제도 없고 어차피 국내수입업체와 같은 A/S 회사를 통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저는 잘 가던 커피샵이 원두 로스팅으로 전업한 덕분에 "아무 거나 3KG!" 이렇게 주문하면 품질좋은 원두를 500g에 13,000원 가격으로 받고 있습니다.
원두를 골라도 되지만, 워낙 좋은 가격에 받고 있어서 그냥 그 분이 납품하기 위해 그 날 로스팅하는 것으로 받는 것입니다.
생두시세가 뛰다보니 제가 받는 가격도 조금씩 올라가더군요.
백수가 이렇게 고급제품 질러대면 안되는데... 마누라가 좀처럼 안 말립니다. 그냥 "그래 있는 돈 다 쓰고 죽자!"라는 한마디 던지고 끝입니다. (안사람이 동갑으로 10년 연애+17년 결혼생활이다 보니 그냥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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