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지성은 눈에 감고도 전체 윤곽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차례, 그것도 하루 일정을 모두 빼서 즐겼습니다만 오사카를 다시 간다면 여전히 빼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공원에서 먹은 가쓰동도 한 몫을 했습니다.
오사카에서 간사이 쓰루패스를 이용해서 약 90분 정도 한적한 특급열차를 타고 가면 전철역에서도 멀리 보이는 히메지의 유명한 천수각입니다.
히메지성이 유명한 이유는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일본 국보라는 것도 있지만 천수각이 제대로 보존된 성은 일본 전체에서 4개뿐(마쓰모토성, 이누야마성, 히코네성)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천수각은 히메지이기 때문입니다.
뒤에 사진이 나오겠지만 콘크리트 더미에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공원수준의 오사카성과는 그 의미나 아름다움이 비교가 안됩니다.
히메지성은 격전지가 아닌데도 주인이 무수하게 바뀌었습니다. 1346년에 축성된 것으로 추측하는데 아카마쓰 사다노리, 구로다 요시타카에 이어 우리에게는 악명높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그의 동생 히데나가의 손을 거쳐 기노시타 이에사다에게 넘어갔다가 다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대세를 장악한 후에 이케다 데루마사에게 전공영지로 주어졌습니다. 이 때에 히메지성이 은 대거 확장되었습니다.
에도막부가 들어선 후, 혼다 다다마사에게 다시 주어졌고 2대 쇼군 히데타다의 딸 센공주와 혼다 다다토키가 결혼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크게 완성되었습니다. 그 이후 사카이 가문이 히메지성을 본거지로 삼았는데 경제적 압박과 1873년의 폐성령으로 히메지성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이었습니다. 낙찰받아 폐건재로 사용하려던 사람이 해체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히메지성은 천만다행으로 지금까지 보수를 거듭하며 전세계에서 손꼽는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아래는 당시의 조감도인데 히메지성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게는 무척 친숙한 대문입니다.
겨울이지만 오사카는 춥지 않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일광욕 중입니다.
벚꽃이 필 무렵에는 인파로 뒤덮히는 광장입니다.
이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뽑냅니다.
성벽의 총안인데 밖에서 보면 안에서는 자유롭게 총이나 활을 조준할 수 있지만 밖에서는 사람이 안보이는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그리고 전투용 성이었기 때문에 길이 뱅뱅돌면서 점차 좁아들고 성문도 한 두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낮게 장착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농성전력은 소수이고 공성전력은 몇 배가 많기 때문에 적군이 본성 안에 들어섰다면 함락은 시간문제였죠.
주요 거점마다 이런 방어장치가 있습니다. 성안에서 아래로 총 등을 쏘는 구멍입니다. 전에는 열어볼 수 있게 했는데 보수 후에는 아예 폐쇄했더군요.
열심히 공부 중인 아내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생활에 별 도움이 안되는 잡상식이라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박사모 무리 꼴은 피할 수 있습니다.
구마모토성을 조선기술자가 지었다고 무식한 소리 마구 인용하는 블로거들이 많죠. 다른 문화와 달리, 축성술은 당시 일본이 우리를 압도했고 구마모토에는 임진왜란에서 끌려간 우리 선조가 노역을 한 것이 전부입니다. 주로 이런 기와와 문양을 만들어냈죠.
이제부터 천수각을 향한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됩니다. 아내와 단 둘이 갔을 때에는 비수기에 비까지 내려서 한적하면서도 무시무시한 관람을 했었죠. 긴 복도를 삐걱거리며 가는데 조명은 어둡고 중간에 마네킹도 들어 앉아있고...
개장 후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려서 그냥 줄서서 다닙니다.
자세히 보면 신발을 벗었죠?
개장이 오히려 개악인 경우입니다. 전투거점 요새이기 때문에 곳곳에 무기고가 있는데 무기모형을 모조리 치웠습니다. 더구나 개장 전에는 가끔 성주인 부부 또는 닌자와 병사 캐릭터가 다니며 분위기를 좋게 해주었는데 아예 다 사라졌더군요.
이렇게 천수각 꼭대기 층까지 오르고 또 오릅니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연로하신 분이나 불편하신 분은 둘러 볼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이렇게 내려오고 또 내려가야 하는데 워낙 가파라서 뒤로 뒤집어지지 않으면 머리가 위험합니다.
가장 위에서 바라본 히메지 시내입니다.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잊었는데 SF스러운 괴수가 히메지성의 또다른 상징입니다.
천수각을 지탱하는 동쪽 기둥입니다. 동쪽은 둥글고 서쪽은 사각기둥이더군요.
아! 너무 늦게 설명하는군요. 건물이 흰색인 이유는 공성전에서 불이 붙지 말라고 횟가루 칠을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제가 다녀본 일본 성 중에서 전체 분위기는 구마모토성, 건물의 아름다움은 히메지성, 전시품은 오사카성이 가장 낫더군요. 구마모토성은 성주변의 공원이 무척 분위기있습니다.
이번에 멋진 점심식사 장소였던 근처 공원입니다. 여유있는 분들은 불쌍하게 생각할 수 있어도 배낭여행은 자유롭게 걷고 즐기고 먹는 것이 묘미입니다.
근처 일반 도시락 가게에서 먹은 가쓰동 기타 등등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해준 누님과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불과 4,000원 정도의 가쓰동인데 돼지 살코기 두툼한 것이 들어 있습니다. 품질은 다르더라도 명동돈까스 수준의 살코기가 들어 있습니다. 이러니 여행기간 중 4일 내리 가츠동을 먹을 수 밖에요. 윗사진 오른쪽 도시락도 겨우 3,300원짜리입니다.
다른 일본인이 사가기에 맛있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싸서 산다고 합니다. 역시나 가성비... 한국을 능가합니다.
오사카까지 모두 한 번에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너무 사진이 많아서 여기에서 줄이고 오사카 편은 다음에 계속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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