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미드 브레이킹 배드를 아직 기억하는지? 소심하고 바른 생활의 사나이였던 주인공이 돌변하는 장면에서 크라이슬러 300C를 타고 나타난다. 그것도 무려 SRT로. 참고로 SRT는 472마력으로 0->100KM가 4초대인 괴물차다.
300C SRT로 뉴멕시코 사막을 마구 달릴 때에는 내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저 좋은 차를...
벼르고 벼르던 크라이슬러 300C가 내 눈앞에 도착했다. 물론 마음은 SRT이지만 현실은 내 수준에 맞는 300C AWD이지만.
도로에서 볼 때마다 입맛을 다시게 만들던 격자형의 큰 바위 얼굴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일자형 그릴에 C자형 LED만으로도 이렇게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니!
크라이슬러씨 왜 진작에 그러지 않았어? 너무나도 보기 좋구만.
전 모델은 크기만 하고 좀 무식하다는 인상을 풍겼다면 지금 모델은 갸름해진 얼굴이 여전히 커다란 체구를 감춰준다.
그렇지만 얼굴빨에 속지말자. 옆으로 몇 발만 물러서면 입에서는 ‘아! 크긴 크다’라는 감탄사가,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제대로 몰아볼 수 있을까?'하는 소심함이 뒤섞인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전 모델처럼 박스형으로 답답한 느낌은 없다. 20인치(AWD는 19인치) 휠 덕분에 옆 모습도 꽤 미남형이다. 강동원류의 아름다움은 아니어도 이민호류의 시원함이 있다.
어느 정도로 큰지 궁금할텐데 실제 수치를 확인해보자.
전장 (mm) |
5,045 |
전폭 (mm) |
1,905 |
전고 (mm) |
1,410 |
축거 (mm) |
3,050 |
윤거 (mm) - 전/후 |
1,610 / 1,620 |
최소 회전 반경 (m) |
5.8 |
내부 (mm) |
헤드룸 (1/2열) 916 / 937 |
레그룸 (1/2열) 1,038 / 1,019 |
|
숄더룸 (1/2열) 1,512 / 1,465 |
|
히프룸 (1/2열) 1,421 / 1,425 |
|
승차 정원 |
5인승 |
트렁크 용량 (l) |
481 |
연료탱크 용량 (l) |
72.3 |
공차 중량 (kg) |
1,840 / 1,955* |
외양을 살펴보기 시작했으니 뒤로 돌아가서 트렁크를 열어보자.
20인치 휠 하우스 때문에 다른 차에 비해 약간 작은 481L인데, 고객이나 상사의 골프백까지 4개를 넣는다고 하면 좀 부족할 수는 있어도 일상생활에서도 차고 넘치는 공간이다.
뒷좌석 공간도 182/95의 내게 충분하다. 300C 정도의 차라면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운전석보다 뒷좌석이 편하다. 덩치큰 미국인 운전자를 위해 크고 넓은 운전석 시트를 마련해주었지만 몸을 편안하게 잡아준다는 느낌이 없다. 2~3일 연속으로 장거리 운전을 하면 좀 피곤할 듯 싶다.
뒷좌석이 오히려 안정감있고 안락하다. 미국에서야 뒤에 사람을 태우는 일이 많지 않은 반면에 한국에서는 뒤에 타는 사람이 더중요할 수도 있어서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참고로 시트는 모두 고급 나파가죽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쩐지 비싸보이더라니.
운전석에 올라보면 개그콘서트의 우스개 소리가 저절로 생각난다. "뭐든지 다 커!"
호남형 얼굴에 어울리는 큰 귀 2개는 ‘나의 사전에는 사각이란 없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주고 있다.
300C의 많은 미덕 중 하나는 커다란 8.4인치 터치스크린이다.
실제로 뒤를 돌아보는 것보다도 많은 정보를 전해준다.
이제부터 내 지시를 받을 스티어링 휠의 만듦새는 고급세단답게 가죽의 촉감이 기분좋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을 듯 한데, 아무래도 대상고객층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이제 도로로 나가보자.
예상과 달리 엔진음도 그렇고 승차감도 그렇고 얌전한 편이다. 스포츠세단에 익숙하다 보니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르릉 아니면 걸걸걸 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들려올 줄 알았는데 차내로 들려오는 엔진음은 순한 소리다. 마치 김종국이라고 할까?
엑셀에 발을 올리고 주차장을 나서면 안전턱의 연속이어서 승차감을 바로 알 수 있다. 젊은 오너 드라이버하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단단한 셋팅이 그리울 수도 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은 좋은데 좀 과한 셋팅으로 느껴진다.
아! 그렇지. 300C의 외모 때문에 고급세단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뻔했다. 우렁찬 엔진음과 통통튀는 셋팅은 운전자에게는 즐거움이겠지만 동승자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다.
300C 가솔린 AWD는 3,600CC의 큰 심장과 286마력의 허벅지를 가지고 있어서 큰 체중에도 불구하고 달리기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다. 참고로 300C 디젤모델도 있다.
엔진 형식 |
3.0L V6 DOHC Turbo Diesel |
3.6L V6 DOHC VVT |
배기량 (cc) |
2,987 |
3,604 |
최고 출력 (ps/rpm) |
239 / 4,000 |
286 / 6,350 |
최대 토크 (kg•m/rpm) |
56.0 / 1,800 |
36.0 / 4,800 |
사용 연료 |
디젤 |
휘발유 |
구동 방식 |
후륜 구동 |
후륜 구동 / 사륜 구동* |
변속기 |
전자식 5단 AutoStick® |
전자식 8단 e-Shift |
서스펜션 [전/후] |
SLA / 멀티 링크 |
SLA / 멀티 링크 |
멀티 링크 / 독립식 멀티 링크* |
300C를 처음 운전할 경우에는 전자식 8단 이시프트 변속기를 먼저 익혀두는 것이 좋다.
큰 것이 미덕인 300C에 어울리지 않는 아주 작은 변속기 레버가 독특하다.
고급스러운 우드재일 안에 아주 작게 자리잡은 이시프트는 P <-> D/S 변속구간으로 바로 옮기거나 중립에 놓는 것이 쉽지 않다. 익숙해질 때까지는 대시보드의 기어표시를 확인하는 편이 더 낫다.
뭐든 처음이 어색할 뿐이지 손에 익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버튼이나 조그 다이얼 변속보다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혼합형인 300C의 이시프트 레버가 훨씬 보기 좋다.
이제 주 도로 진입구간이다. 이 순간 3,600CC의 엔진은 잠시 머리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2톤이라는 헤비급 체중이기도 하지만 변속타임이 한 박자 늦게 터지니까 엑셀을 밟는다고 해서 즉시 반응을 보이거나 폭발적으로 튀어나가지 않는다. 아마 셋팅 자체를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이는데, 고급세단을 지향한다고 해도 오너 드라이버에게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일단 심장이 큰 박동을 내고 허벅지가 힘차게 땅을 내달리기 시작하면 속도계 바늘은 거침없이 오른쪽으로 넘어간다.
사륜구동은 의도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동작한다. 아무래도 크기와 무게가 있기 때문에 급차선 변경이 쉽지 않은데 그런 불안을 가지고 있는 운전자라면 사륜구동에서 안도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기본으로 장착된 타이어를 달리기 전용으로 바꿔준다면 급회전과 급제동 시에 느끼는 불안감을 훨씬 덜 수 있다.
타이어 효율 등급 |
||||
제조 · 수입사 |
모델명 |
제원 |
회전저항등급 |
젖은노면등급 |
한국타이어 |
OPTIMO H725 |
P235/55R19 |
3 |
4 |
300C를 타고 내설악 한계령 꼬불길을 잡아 돌릴 것이 아니라면 그냥 크라이슬러씨가 신겨준 신발을 쓰도록 하자. 내구성 하나는 정평이 나있으니까.
다만 브레이크를 밟을 때에는 처음부터 발에 힘을 좀 주는 것이 안전하다.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면 부드럽게 들어가는 듯 하다가 중간부터는 꽤 힘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올라타야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체격이 작은 여성 운전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이제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을 켜놓았으니 별로 할 일이 없다.
그럼 300C가 고급세단으로 가지고 있는 미덕을 살펴봐야겠다.
편의장비 |
Remote Start 시스템, 냉온장 기능 조명식 앞좌석 컵홀더, 조도 감응식 미러, 실내조명 통합 조절 스위치, 무드등 조절 스위치 다기능 2단 센터 콘솔, 원터치 듀얼 패널 파노라마 선루프, Uconnect® Bluetooth 핸즈프리 시스템,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핸즈프리 마이크 내장형 다기능 ECM 룸미러 |
에어백 |
운전석/조수석 차세대 멀티스테이지 프론트 에어백, 프론트 사이드 에어백, 운전석 무릎 에어백 1/2열 사이드 커튼 에어백 |
주행 보조 장치 |
ESC, TCS, 언덕 밀림 방지 (HSA), 프리미엄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 (TPMS) |
도난 방지장치 |
Sentry Key™ 엔진 이모빌라이저, 엔터앤고 스마트키 시스템 (Keyless Enter-N-Go™), 시동버튼 |
그 중에서도 음료수의 냉온장 장치가 참 마음에 든다.
공짜로 주는 옵션은 없지만 그래도 운전자에게는 큰 즐거움을 주는 작은 옵션이다.
고속도로에서 100~150km를 오가며 2시간 정도 밟아보니 확실히 연료게이지의 바늘이 왼쪽으로 많이 움직인 것을 알 수 있다. 다 큰 300C는 먹성도 크다. 고속주행 연비가 4등급으로 12km (복합은 9.5km)의 먹성이다.
평소에 스포츠세단을 타고 다니다 보니 연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연비는 높을수록 좋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그렇지만 목적과 대상고객이 다른 차에 대해서도 연비라는 획일적인 기준을 들이대지는 말자.
3,700CC의 고속주행 전용 스포츠 세단과 출퇴근 도심용 세단을 연비로 비교해서는 안된다. 헤비급의 럭셔리 대형 세단과 일반 중형 세단을 연비로 비교해서도 안된다.
복합연비 |
13.8km/ℓ |
9.5km/ℓ |
(도심연비 11.5km/ℓ, |
(도심연비 8.1km/ℓ, 고속도로연비12.1km/ℓ) |
|
고속도로연비18.6km/ℓ) |
/ 4등급 |
|
/ 2등급 |
|
|
|
* 8.9km/ℓ |
|
|
(도심연비 7.6km/ℓ, 고속도로연비11.3km/ℓ) |
|
|
/ 5등급 |
|
복합CO2 배출량 |
143g/km |
187g/km / *200g/km |
만약 연비가 민감한 운전자라면 연비 13.8의 디젤엔진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최근 크라이슬러씨가 300C의 가격을 크게 낮춰 우리와의 거리를 많이 좁혔다고 한다. 디젤엔진은 1,150만원 할인된 4,990만원에,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 AWD는 1,060만원 할인된 5,580만원이라고 하니까 뒷좌석에 가끔씩 소중한 가족이나 고객을 태우는 오너 드라이버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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